미국 방문 중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파견된 인턴 여직원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전격 경질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귀국 후 자취를 감춤에 따라 그가 미국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소식통들을 통해 알려진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의 전말을 재구성해 보면, 미국 수사당국이 그에 대해 성추행 경범죄(Misdemeanor Sexual Abuse)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자 그는 이를 눈치 채고 서둘러 귀국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일 저녁(현지시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데일리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이날 저녁 한미동맹 60주년 만찬이 끝난 후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호텔 바에서 인턴 여직원과 차량 운전기사와 셋이서 함께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성추행 의혹 사건은 기사가 돌아간 후 호텔 방 안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인수위 대변인 시절 백브리핑 후,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 하며 자리를 뜨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고발뉴스가 공개한 워싱턴DC 경찰국의 신고 접수 내용을 보면 윤 전 대변인은 이날 밤 9시30분부터 피해 여성과 같이 있다가 ‘허락 없이 여성의 엉덩이를 만졌다(grabbed buttocks without her permission)’는 혐의인 것으로 나와 있다. 또 이 보고서에는 사건발생 장소가 ‘호텔 방(Hotel Room)’으로 적혀 있다.

이 여성은 10시에 호텔방을 떠났으며 대통령 수행단이 머물고 있는 페어팩스호텔로 돌아왔다. 경찰 신고 시각은 8일 12시30분으로 보고서에 쓰여 있으나 이날 윤 전 대변인이 오후 1시30분 비행기로 출국한 사실을 고려할 때 0시 30분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페어팩스호텔은 본래 윤 전 대변인과 청와대 기자단이 묵었던 곳이다.

윤 전 대변인은 8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 참석하는 동안 다음 방문지인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하지 않고 혼자서 택시를 타고 인근 덜레스공항으로 갔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로스앤젤레스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LA 동포 간담회에는 윤 전 대변인은 물론 당초 참석하기로 했던 이남기 홍보수석도 불참해 수행단이 발칵 뒤집히기고 했다.

윤 전 대변인은 오후 1시30분에 워싱턴 덜레스공항에서 대한항공편으로 출발해 한국시간으로 9일 오후 4시55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가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지않고 묵었던 숙소에 소지품들이 그대로 남겨둔 채 급하게 떠났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부분이다.

   
박상균 고발뉴스 LA특파원이 입수한 수사 서류
©고발뉴스
 
귀국 후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고 나서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그는 청와대 조사에서 피해 여성이 주장하는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민현주 새누리당 대변인은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이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인정했다”며 “부적절한 처신이란 것은 여성 인턴과 술을 마신 것이지, 성추행은 안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9일 새벽 6시 미주 한인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미시 USA(www.missyusa.com)’ 에는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박근혜 대통령 워싱턴 방문 수행 중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이 대사관 인턴을 성폭행했다”며 “이 피해자는 행사 시간 중 인턴을 했던 교포 여학생”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9일 오전 11시 로스앤젤레스(LA) 밀레니엄 빌트모어 호텔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윤창중 대변인을 경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석은 “경질 사유는 윤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방미 수행 중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됨으로써 고위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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