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6일 오후 네이버의 최대 인기 검색어는 “동대구역 자해 소동”이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면 무려 100여건의 기사가 나온다. 첫 보도는 이날 오전 5시24분 YTN 보도. 한 남자가 자해소동을 벌여 신고를 받고 병원에 옮겨졌다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사건·사고 소식 같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이 남자가 생식기 일부를 잘라냈다는 기사가 뜨고 인기 검색어에 오르면서 이날 아침부터 기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연합뉴스가 오전 8시21분에 “동대구역에서 30대 남성 생식기 절단 소동”이라는 제목으로 ‘생식기’라는 단어를 처음 내걸고 난 뒤 잇따라 자극적인 제목이 쏟아졌다. 아시아경제는 거의 같은 내용으로 “동대구역서 끔찍한 자해 소동 ‘칼로 고환 잘라’”라는 기사를 내걸었고 경향신문은 “커터칼 자해男, 자른 것이 하필…”이라는 ‘고로케’ 스타일의 기사를 내걸었다. 상당수 신문들이 피 범벅이 된 끔찍한 현장 사진을 모자이크를 해서 내보내기도 했다.

   
 
 
MBN은 이날 하루 동안 동대구역 자해 소동 관련 기사를 무려 9건이나 쏟아냈다. 기사 내용은 모두 같다. 제목만 “충격”, “누리꾼 이거 진짜에요?”, “셀프 거세, 살다보니 이런 일이…”, “피 묻은 무언가… 경악”, “현장사진 유포돼… 너무 끔찍해” 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동아일보도 7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이 신문은 “어릴 때 안 좋은 경험 있어”라는 기사를 전송하고 두 시간 뒤에는 제목만 바꿔 “생식기 절단, 사연 알고 보니”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지난달 1일 네이버 첫 화면 개편 이후 검색어 낚시가 부쩍 늘어났다.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첫 화면에서 네이버 뉴스가 사라지면서 대부분 언론사들이 적게는 반토막 많게는 10분의 1, 20분의 1 수준까지 페이지뷰가 급감했다. 일부 언론사들이 줄어든 페이지뷰를 만회하기 위해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중심으로 낚시 기사를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제재조치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3일에는 “마음 뭉클해지는 문신”이라는 글이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의 한 대학생이 자신의 어머니가 죽기 전에 남긴 편지 내용을 팔에 문신으로 새겼다는 내용이다. 네이버에는 이 내용의 기사가 60건이나 떠 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를 제목만 바꿔서 4건이나 전송했다. “마음이 뭉클해지는 문신… 엄마한테 전화해야지”라는 제목의 기사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문신, 사연 들어보니”라는 제목의 기사와 정확히 같다.

   
 
 
지난 2일 조선일보는 “연기력 뛰어난 배우 1위”라는 제목의 검색어로 트래픽 ‘낚시’를 했다. “연기력 뛰어난 배우 1위는… ‘역시 살아있네’”, “연기력 뛰어난 배우 1위… 남자 배우는 황정민, 여자 배우는?” 등의 기사를 5건이나 쏟아냈다. 역시 이날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떠서 여러 언론사들이 앞 다퉈 낚시 경쟁을 했던 기사다. 조선일보는 이날 저녁 “현아 코스프레돌 1위”라는 검색어를 담아 서너시간 간격으로 5건의 기사를 쏟아냈다.

   
 
 
“수지 휴식 중 포착”, “박지민 엽기 사진”, “이효리 미스코리아”, “로이킴 공식 입장”, “서유리 교복 셀카”, “김사랑 산악 바이크” 등도 지난 며칠 사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신나게 ‘낚시’ 경쟁을 했던 검색어들이다. 언론사들 사이에서는 “요즘은 조선·동아가 마이너 언론사들보다 더한다”는 푸념이 나돈다. “조선·동아가 물량 공세를 쏟아부으면서 오히려 뉴스스탠드 이전보다 페이지뷰가 더 늘었다”는 과장된 소문까지 나돌 정도다.

“가난한 언론사들은 수십명씩 낚시 알바를 쓰기도 어렵다”는 푸념과 함께 “이제라도 우리도 검색 어뷰징을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돈다. “검색 어뷰징 안 하는 언론사가 거의 없다”는 관측과 함께 “뉴스스탠드 이후 네이버가 검색 어뷰징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은 아직까지 뉴스스탠드 후속 대책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NHN은 지난 3월, 검색 어뷰징을 문제 삼아 15개 언론사의 검색 제휴를 중단한 바 있다. 종합일간지 A사와 타블로이드판 주간지 I사, 소비자 문제를 다루는 인터넷 신문 S사, 경제 주간지 C사, 연예·스포츠 전문 인터넷 신문 A사 등이 네이버 검색에서 퇴출됐다. NHN에 따르면 이 언론사들은 방문자 수를 늘리기 위해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반복 전송한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퇴출된 언론사들은 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맞춰 기사를 쏟아내면서 검색 결과에서 뒤로 밀리면 제목만 바꿔서 다시 노출하거나 내용을 조금씩 수정해서 다른 기사처럼 전송하고 검색 결과 상단에 다시 노출되도록 하는 수법으로 페이지뷰를 늘려왔다. NHN은 이 같은 동일 기사 반복 전송은 명백히 제휴 약관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지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하고 있는 검색어 낚시와 정확히 같은 수법이다.

   
 
 
이 때문에 언론사들 사이에서는 “마이너 언론사들만 퇴출시키고 조선·동아는 왜 봐주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퇴출된 언론사들에 비교해서 조선·동아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NHN은 가뜩이나 언론사들의 항의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검색 어뷰징까지 늘어나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선정성 경쟁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포털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동일 기사 반복 재전송으로 보는 게 맞다”면서 “코리안클릭 등의 자료를 보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의 검색 유입이 크게 늘어났는데 검색 어뷰징을 심하게 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에서도 계속해서 경고를 하고 데이터를 쌓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 퇴출까지 이어질 것인지 지켜봐야 안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언론사들이 검색어 기사를 작성한 뒤 오래된 기사를 지우고 제목만 바꿔 다시 전송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내역까지 모두 집계된다”면서 “지난해 퇴출된 한 언론사는 네이버가 수천 건의 검색 어뷰징 내역을 뽑아 근거 자료로 제출하자 꼼짝없이 수긍했다는 이야기도 돌았다”고 말했다. NHN이 최근 가뜩이나 비판의 날을 곤두세우고 있는 조선·동아에 어느 정도 수위의 제재 조치를 꺼내들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진순 한국경제 디지털전략부 차장은 “검색 어뷰징은 첫째, 매체 정체성 확립과는 동떨어진 것이고 둘째, 수준있는 온라인저널리즘 구현으로 매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접근법이고 셋째, 국내 온라인 미디어 생태계의 화두인 탈포털-뉴스 유료화 등 매체 전략의 전환적 사고와 실행을 지연시킬 것”이라면서 “뉴스스탠드가 뉴스캐스트의 저널리즘 파행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고려할 때 네이버의 의지가 시험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HN 관계자는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이 관계자는 “검색 어뷰징이 심한 언론사들에 계속 시정요구를 하고 있고 관련 이력을 쌓고 있는데 이게 (과거처럼) 앞으로 조치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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