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고발된 윤정훈 목사와 깊숙이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정원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들의 활동을 분석한 결과 윤정훈 목사와의 트윗과 깊이 연관된 정황이 발견됐다. 

윤 목사는 지난 대선 기간 미등록된 사무실에서 새누리당 후보 캠프 SNS 미디어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불법선거운동을 한 현장이 적발돼 선관위로부터 고발을 당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대선 당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는 윤 목사를 '십자군 알바단'(십알단)이라고 지칭하면서 "국정원과 관련있는 사람이 얻어줬다며 자신은 돈이 없어서 사무실 임대비용에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주장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도 국정원이 고용한 일반인 보조요원(PA·Primary Agent)의 정체와 게시활동을 수사 중에 있어 이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국정원과 연관돼 있는지가 이번 의혹의 핵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늘의유머 사이트 회원 K(40)씨는 지난 3일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 / 국정원 추정 트위터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국정원 추정 아이디의 활동 내역과 십알단의 윤정훈 목사의 트윗을 분석해 국정원의 선거개입과 십알단이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달 19일 <뉴스타파>는 국정원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600여개를 분석해 최소 10개 그룹이 트위터 상에서 여론조작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핵심 계정 중에는 국정원장 지시사항을 그대로 트위터에 올렸던 아이디 'taesan4'도 포함돼 있어 국정원과의 연관이 있다는 의혹에 설득력을 더했다.
 
'오늘의유머' 회원 K씨는 <뉴스타파>에서 공개했던 10개의 아이디를 구글링 검색한 결과 'twtr2src'라는 일본 사이트에서 아이디 'nudlenudle'로 올린 트윗글이 남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디 'nudlenudle'의 트위터 공식 계정의 글을 이미 삭제된 상태지만 일본의 트위터 관련 사이트에서는 트위터에 올린 글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일본 사이트에 남아있는 아이디 'nudlenudle'의 글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민주당이 국정원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한 시점인 11일까지 일주일 동안 무려 170여개에 이르렀다.

'nudlenudle'는 주로 북한과 종북 세력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뿐만 아니라 특정 정당을 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nudlenudle'는 지난해 12월 11일 아침 8시 10분경에 "종북좌파들은 현대판 6.25 동란이라고 까지 불리는 연평도 무력공격을 감행하였지만 그 책임을 우리정부에 돌리는 작태를 드러냈습니다.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지"라고 썼고 "모 정당이 나로호와 북 미사일이 다를게 없다는 논평을 내놓았다고 하네요. 이런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주었으니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흔드는 종잣돈으로 쓰지 않을까 걱정스럽네요"라고 비난했다.

야당이 주장했던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세금급식은 ‘대국민 사기극’인 게 분명합니다. 강제급식은 모든 어린이에게 똑같은 급식을 강요하니 기본권 침해이며, 급식이 공짜가 아닌 국민세금으로 부자 어린이까지 혜택을 주니‘부자급식’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구요. 이러다 곧 대한민국 망하는거 아냐?!"(12월 10일 5시 37분)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nudlenudle’의 활동 내역에서는 십알단 윤정훈 목사와 연관돼 있는 정황까지 발견됐다.

트위터 계정에 올린 이미지들을 검색해주는 'twicsy'라는 사이트에서 아이디 'nudlenudle'가 올린 이미지를 검색한 결과 십알단의 윤정훈 목사가 올린 사진 파일을 리트윗한 것이 발견됐다. 이를 단서로 국정원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핵심계정 10개와 윤정훈 목사의 트위터 계정을 나란히 검색어로 넣고 구글링한 결과 서로 같은 글을 놓고 리트위한 정황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앞서 뉴스타파는 한개의 핵심 계정이 수많은 주변 계정을 거느리고 있고 핵심 계정이 트윗을 올리면 주변 계정이 그 트윗을 퍼나르는 식의 역할을 분담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씨는 "아무리 봐도 십알단과 국정원은 정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 같다"면서 "제가 올린 내용은 정말이지 빙산의 일각도 안 되는 작은 내용일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 오늘의유머 사이트 회원 김모씨(40)는 국정원 추정 아이디의 활동 내역을 검색한 결과 트위터에 올린 사진을 검색해 주는 사이트에서 국정원 추정 아이디가 윤정훈 목사가 올린 사진이 리트윗한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추정 아이디 10개와 윤정훈 목사의 계정을 함께 구글링한 결과 같은 트윗글을 두고 리트윗한 정황도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또한 아이디 ‘nudlenudle’이 올린 사진 파일 중에는 ‘애국****’ 최모 대표가 단체의 활동상을 올린 사진을 리트윗 형식으로 자신의 계정에 이미지 파일로 저장돼 있는 것이 확인됐다. 마찬가지로 최모 대표의 트윗 계정과 아이디 'nudlenudle'를 포함한 핵심계정 10개의 아이디를 나란히 검색창에 넣고 구글링 검색 결과 같은 트윗글을 놓고 리트윗한 흔적이 발견됐다.

최모 대표가 있는 단체는 주로 종북 세력을 비판하는 단체로 회원수가 2900여명에 이르고 실명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 김씨가 일반인 보조요원(PA·Primary Agent) 이씨를 고용해 게시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다른 포털 사이트 및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일반인 보조요원의 활동 내역을 조사하고 있는데 특정 단체의 회원들이 국정원의 일반인 보조요원으로 활동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K씨의 주장이다.

다시 정리하면 국정원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들이 종북 세력을 비판하는 게시활동을 벌인 우파 단체와 공통적으로 연관돼 있을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과 커넥션으로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고발을 당했던 윤정훈 목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애국****' 대표 최모씨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011년도부터 트위터 활동을 하면서 우파적인 행사 중심으로 글을 많이 올렸다"면서 "그 사람들(국정원 추정 아이디)이 저를 팔로워해서 리트윗을 했다고 해서 연관이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그럴 것 같으면 시민사회단체가 정부 지원금을 받을 게 아니냐"면서 "국정원쪽 사람과 영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술 한잔 먹자고 해도 나가지 않고 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은 검찰에서 공정하게 수사를 하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의 사실을 밝혀줄 핵심은 아이디 'nudlenudle'의 정체다. 현재까지 추정되는 단계지만 해당 아이디가 국정원 직원 혹은 국정원이 고용한 일반인 계정의 아이디라는 것이 밝혀지고 활동 내역이 드러난다면 일반인 보조요원을 포함한 십알단 윤정훈 목사와 어떻게 연계돼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디 'nudlenudle'이 포털에서 활동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nudlenudle'이란 아이디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 네이트에 가입을 시도했을 때 모두 “탈퇴한 아이디이거나 이미 사용 중인 아이디”라고 나왔고, 네이버에서는 블로그까지 개설한 것으로 나타났다.

K씨는 “해당 아이디의 가입정보를 (포털에서 넘겨 받아)추적해보면 그들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누구와 메일을 주고 받았는지 어떤 내용으로 메일을 보냈는지 어떤 단체와 카페에 가입이 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며 검찰의 조사를 촉구했다.

K씨는 6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국정원과 연관될 것이라고 강하게 의심이 드는 아이디 모두 우파단체와 윤정훈 목사와의 관계가 있는 흔적이 발견됐고, 이들이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라며 “저도 전문가가 아니지만 흔적을 찾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밑도 끝도 없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K씨는 “상식이라는 것은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바뀌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라도 지켜야할 부분인데 그 부분이 무너진 것”이라며 “국정원 선거 개입 의혹이 확실하다면 국가기강을 무너뜨린 내란 범죄 행위로 엄중히 다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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