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초기 무리하게 공안 몰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년 전 결성돼 별 문제없이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단체가 공안당국의 타깃이 되고 있고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대목을 들어 종북 인사로 낙인을 찍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0일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들어 청년 통일단체인 '6. 15 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청년모임 소풍'(이하 소풍) 사무실과 단체 회원 10명의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이준일 통합진보당 중랑구 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해 체포했다.

경찰은 소풍이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이적단체로 판단하고 소풍의 회의자료와 강연록,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압수해 분석을 하고 있다.

특히 소풍의 회원인 신씨의 자택을 수색하면서 압수수색 사유로 들었던 대목 중에는 신씨가 미혼이라는 점을 들어 이적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에는 소풍단체 활동을 언급한 뒤 소풍 활동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명시돼 있다고 신씨는 전했다.

신씨(34)는 "3포세대로 일컬어지는 30대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하는 것은 돈과 시간 부족 때문인데 결혼을 못한 것을 가지고 국가보안법에 억지로 꿰어 맞춰서 종북활동을 하고 있다는 보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비판했다.

신씨는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말기처럼 공안탄압을 하고 있는 게 아니냐"면서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안탄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당일 구속을 당했던 이준일 통합진보당 중랑구위원장의 구속 사유에서도 미혼이고 소득이 없어 언제든지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었다. 결국 이 위원장은 구속되고 이틀만인 2일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영장이 기각됐다.

압수수색을 당했던 한 회원의 영장에는 또한 국내 포털 메일을 쓰지 않고 보안수준이 높은 지메일을 쓴다는 이유를 들어 '비밀스럽게 메시지를 주고 받은 목적이 있다'는 식의 표현도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소풍 단체의 변호를 맡은 설창일 변호사는 "사람이 결혼을 하지 않고 소득이 없는 것이 마치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하고 있다"면서 "압수수색과 구속을 하려고 무리하게 집행하다보니 이런 식의 악의적인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소풍에 대해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막바지에 이르자 이적단체 조직 사건을 만들어 사법처리해 성과를 내려고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풍은 지난 2004년 준비 모임을 시작해 단체를 결성해 회원을 두고 임시체제 조직 체계로 조직을 운영하고 지난 2006년 출범했다.

경찰은 이들의 결성시기를 지난 2006년으로 보고 있다. 이적단체 구성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에 경찰의 주장대로 하면 올해가 지나면 공소시효 때문에 사법처리를 할 수 없다. 소풍 측은 하지만 실질적인 단체 운영은 지난 2004년이기 때문에 경찰이 내세운 이적단체 구성 혐의는 공소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경찰이 굳이 2006년으로 소풍의 출범 시점을 잡고 올해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에 무리하게 기소를 하려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공소시효에 대한 쟁점이 부각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청년단체 소풍이 이적단체 구성 및 가입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TV조선
 

또한 경찰은 소풍 단체를 이적단체로 의심하고 있지만 소풍의 강령에는 북한의 입장을 동조하는 게 아니라 남북이 합의했던 6. 15 공동선언과 10. 4 선언을 이행하자는 내용이 나와있을 뿐이다.

소풍 단체 관계자는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소풍의 강령에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라는 6. 15 공동선언에 대해 활동을 견지하기로 나와있다"고 말했다.

또한 10. 4 선언 중 "남과 북은 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라는 조항을 들어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했는데 북한의 입장을 동조한 것이라며 공안당국이 종북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 소풍 측의 주장이다.

관계자는 "공안당국이 소풍 단체를 이적 단체로 급작스럽게 만들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남북간 합의서를 존중할 의사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27일 통일부와 외교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우선 신뢰구축과 관련해서 남북한이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이에 기초해서 실천 가능한 합의부터 이행하는 것이 신뢰구축의 출발범"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설창일 변호사는 "남북관계에서 교류협력사업과 대북 공동사업은 이전 정부시절에서 허용된 범위였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처벌된 문제는 아니다"면서 "소풍은 남북이 합의한 6. 15 공동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행동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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