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국방부 조사결과에 의문을 제기한 다큐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중인 국방부와 제작진의 공방이 확대되고 있다.

군 관계자와 제작진은 라디오방송에 출연, 인터뷰를 통해 논쟁을 펼쳤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다큐멘터리라고 하는 것은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만드는 것인데,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진이 국방부나 와보거나 군의 의견을 받아주고 반영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고 비난했다.

김 대변인은 영화는 봤느냐는 김현정 PD의 질의에 “저는 보지는 못하고 본 사람 이야기를 들었다”며 “천안함 당시에 현장에서 기자를 했기 때문에 그 내용들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지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침몰된 이후 중앙일보에서 국방부를 출입하는 국방전문기자로 근무하면서 ‘북한 반잠수정의 특이동향이 없었다’, ‘천안함이 북한의 사출형 기뢰에 피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등의 기사를 썼었다. 김 대변인은 특히 사고 다음날짜 신문에서 “천안함이 선체 뒤쪽 스크루 부분에 구멍이 뚫려 침몰하기 시작했다”는 군 소식통의 의견과 “취역한지 21년이나 지나 자체결함에 의한 침몰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전했다. 그는 “선체 바닥에 균열이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작전하다 구멍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천안함 프로젝트'. ⓒ아우라픽쳐스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천안함 프로젝트'. ⓒ아우라픽쳐스
 
김 대변인은 2일 뉴스쇼에 출연해서는 “귀납적으로 보면 좌초, 충돌, 내부폭발, 기뢰, 어뢰 가운데, 좌초의 경우 흔적이 남는데, 함정 맨 아래의 소나(돔)이 부서져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며 “충돌에 대해 (영화에서) 미국 잠수함이라고 하고 싶은 것 같은데 크기가 천안함의 8배 정도 된다. 완전 찌그러질 텐데 그런 내용이 전혀 없다. 내부폭발 흔적도 전혀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결국 남는 거는 어뢰밖에 없다”며 “이런 것들을 다 문제로 제기하는 것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 영국, 호주, 스웨덴 전문가들이 와서 다 합동조사를 해 국제적으로 공인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누가 다른 한 사람을 총으로 사살해도 100% 증명은 못한다”며 “(제작진을) 윽박지르는 게 아니고 백령도가 북한과 아주 가깝고, 폭침되는 상황을 보면 어뢰가 아니면 그렇게 쪼개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 프로젝트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은 김 대변인에 이어 실시한 인터뷰에서 ‘군 반론이 없다’는 김 대변인의 비판에 대해 “그것이 군이 결정적으로 영화를 안 봤다는 반증”이라며 “국방부의 보고서를 기초로 해서 국방부의 얘기를 먼저 한 뒤 그 의심을 갖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지, 한쪽의 입장을 강요하는 영화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백 감독은 “영화를 보지도 않고 이렇게 나오는 것 자체가 저는 오히려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 전주국제영화제에 상영된 '천안함 프로젝트'. ⓒ아우라픽쳐스
 
‘희생자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에 대해 “영화 전체에 돌아가신 마흔여섯 분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장면이 한 컷도 없고, 그분들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좌초라는 의혹을 품는 것만으로도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에 대해 백 감독은 “동의할 수는 없다”며 “이걸(좌초 가능성) 건드리는 문제가 생긴다 하더라도 의혹제기가 필요한 사항이면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국방부와 해군의 상영금지 가처분 움직임에 대해 백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 작품을 하나 던졌는데 이를 판단하는 것은 관객의 몫인데 지금 관객의 몫을 뺏으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며 “영화를 나쁜 영화와 좋은 영화로 구분할 수는 있겠으나 존재해야 할 영화와 그래선 안되는 영화로 구분하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위험한 생각”이라고 우려했다.

‘종북 영화, 친북 영화’라는 비난에 대해 백 감독은 “이 영화는 우리 사회의 문제로써 접근했기 때문에 북한 문제와는 별개”라며 “북한 문제는 북한 문제대로 풀어야 하고, 천안함 사건을 통한 우리 사회의 경직된 모습은 경직된 모습대로 보여져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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