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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의 정부조사결과에 대한 의혹을 영화로 제작해 최근 영화제에 출품된 ‘천안함프로젝트’에 대해 해군이 “또다른 오해를 낳아 정부발표를 못믿는 이들이 늘어날까 우려된다”며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신청을 내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홍영소 해군본부 공보실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에 국방부에서 법적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가 내려와 현재 해군본부 법무실에서 ‘천안함프로젝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문제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홍 실장은 “어차피 영화에 대해 가처분신청해봐야 승소할 가능성이 낮고,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인 전례가 많지 않은 점도 고려하고 있으나 일단 상영을 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법적인 문제를 조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실장은 천안함 프로젝트를 상영금지 가처분까지 검토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이미 객관적으르로 조사해 나온 자료를 부정하는 한 두 사람이 고소당했다가 (재판에서 자신들이 옳다고)  주장하고 있는 내용으로 영화를 만든 것은 또다른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이미 콘센서스가 이뤄진 조사결과를 놔두고 몇사람의 의견만을 대변한 영화는 합당하지 않다. 우리 내부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믿지 못하는 또다른 사람들이 생길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천안함 프로젝트 내용이 조사결과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조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홍 실장은 “조사를 또다시 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그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주장을 하고 있다. 선체가 어떻게 좌초로 침몰한다느냐,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제3의 부표, 제3국 잠수함은 소설이다. 자꾸 이런 얘기를 해서 우리도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러진화살이나 도가니 등 이슈가 된 사례도 있으나 천안함 영화는 상식적으로 아닌 것 같다”며 “과학적 증거의 문제가 아니라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사고가 치우쳐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신상철 대표에 이어 군이 또다시 발표에 의문을 갖는 이들에 법적으로 재갈을 물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홍 실장은 “법적으로 판단해달라는 것일뿐 억누르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모두에게 공정한 법을 통해 약자인 우리가 호소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군은 이미 지난 27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천안함프로젝트’에 군 관계자를 보내 내용파악을 다 한 상태라고 홍 실장은 전했다.

이에 대해 영화의 기획·제작자인 정지영 감독은 30일 오후 “황당하고 놀랐다”며 “국방부가 이렇게까지 대응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천안함 프로젝트' 기획·제작자 정지영  감독.
이치열 기자 truth710@
 

정 감독은 “군은 정부나 마찬가지인데, 정부가 국민의 발언에 대해 이런 식의 대응을 과연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과연 어느 나라가 이렇게 하는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천안함 장병도 아니고, 이 자체가 상당히 웃기는 상황이며, 말도 안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군이 이렇게까지 대응할지는 몰랐다”며 “소통하자고 영화를 만들었더니 군이 앞장서서 소통을 막기만 하는 형국”이라고 털어놨다.

정 감독은 “정부가 간섭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국민이 정부 발표에 대해 ‘궁금한데 다시 질문하겠소’라고 하니 ‘질문하지마’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이 세워놓은 정부가 국민에게 입다물라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법적 다툼의 문제로 비화될 상황을 두고 “군의 이런 대응으로 천안함 프로젝트의 내용이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국민 여론을 제대로 알아가는 계기로 이어지면 다행이나, 자칫 ‘이제 국민들은 정부 발표가 있으면 까불지 말고 침묵을 지키라’는 메시지로 국민들에 전달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암흑시대이자, 큰일나는 시대”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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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  국방부, ‘천안함프로젝트’ 상영중지 요구… 제작진 “수용불가”
국방부 “이미 공인된 내용, 혼란초래”… 정지영 감독 “소통 필요성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2013년 4월 30일 오후 2시32분 보도

천안함 사건의 풀리지 않는 의혹을 재조명해 좌초와 충돌 가능성 및 소통의 부재 현상을 영화로 제작한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해 영화가 공개된지 사흘도 안돼 국방부가 상영 중지를 요구하고 나서 제작진이 반발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30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1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첫 출품돼 한차례 상영됐던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해 “결론은 이미 공인된 내용으로, 객관적으로 조사 공인된 내용이고, 과학적 객관적으로 조사검증한 결과이자, 국제적으로 사실상 공인된 내용”이라며 “이를 도외시하고 다큐영화라는 대중매체를 통해 원인을 또다시 좌초 충돌로 주장하는 것은 혼란만 초래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천안함 프로젝트의 극장) 상영하는 것에 대해 고심해달라”고 사실상 상영금지 요청을 했다.

국방부는 자신들이 어떤 제재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영하는 것을 고심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일 뿐이라며 법적인 문제와 같은 추가대응의 문제는 아직 논의한 적이 없다고 이효성 국방부 대변인실 장교가 이날 전했다.

이를 두고 제작진은 납득할 수도 없고 승복할 수도 없다며 상영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군의 태도가 영화에서 말하고자한 소통의 필요성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드러냈다고 혹평하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아우라픽쳐스 제공.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아우라픽쳐스 제공.
 

천안함 프로젝트의 기획제작을 맡은 정지영 감독은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 논리에 대해 승복할 수 없다”며 “상영을 말라는 이유가 ‘이미 확인된 내용’이라고 한 것은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천안함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국제조사단이 공인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며, 그걸 알고 영화를 만든 것인데, 이런 사람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사람들 마음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의문점이 남아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은 “아무리 국방부가 주장해도 국민들의 절반 가량은 여전히 천안함 사건에 의심을 품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비단 정부 발표를 믿는다 못믿는다를 떠나 ‘이상하다’, ‘왜이리 허점이 많은가’라는 의문을 우리가 대변해서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영화 제작 배경에 대해 “어느날 TV를 봤더니 누군가가 나와 ‘아직도 천안함 정부발표를 믿지 않고 의심하고 있는 종북주의자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고 ‘큰일났다’고 생각했다”며 “나도 의심하고 있는데 그러면 나도 종북주의자란 말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더구나 TV에서 상대방은 반론도 하지 않더라. 의문만 품으면 종북주의자인가라는 문제제기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밝혔다.

국방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정 감독은 “‘믿어라, 조사결과는 확실하다, 그러니 상영 고심하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며 “그러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라고 강조했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아우라픽쳐스 제공.
 

정 감독은 “적어도 군에서 ‘영화상영을 보류하는 대신, 국민들이 의심스럽다고 하니 다시한 번 철저히 조사하자’고 한다면 몰라도 ‘이왕 발표한 것은 틀림없다’는 식”이라며 “뭣이 틀림없느냐. 한 번 여론조사라도 해보라”고 촉구했다. 그는 군을 포함해 동아, 국민일보에서도 분열 조장 영화라는 식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을 두고 “이렇게 난리날 줄은 몰랐다”며 “정부 당국이 머리가 좋았다면 더 키워봐야 손해이니 조용히 슬쩍 지나갔을 것”이라며 “그런데 각 언론들이 즉각즉각 반응하고 비난하면서 국방부나 정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같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연출을 맡은 백승우 감독은 “천안함에 대한 얘기는 이미 진부해져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는 상태에서 제작한 것으로, 우리가 ‘얘기좀 해보자’는 취지의 영화”라며 “그런데도 딱잘라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자체가 우리 사회 소통의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백 감독은 “우리 사회는 사지선다의 시험에 익숙해있다”며 “답은 하나일수도 둘일수도 있는 데, 답을 따라오지 않으면 이상한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이 몹시 불편하다. 군의 얘기처럼 ‘바보같은 얘기를 지껄인다’고 해도 그렇게 얘기할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차피 군에서 그런 얘기하면 내릴려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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