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미에서 최근 가장 확실하게 공분을 끌어모을만했던 사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포스코 모 임원의 기내 난동 사건이다. 이 사건은 흔히 라면 행패 사건으로 인식되며 널리 퍼졌는데, 반복해서 라면의 품질에 불만을 표시하며 급기야는 물리적 폭력까지 행사했다고 알려진 사건이기에 확실한 자극적 소재가 되어주었다. 덕분에 포스코와 라면을 연결시킨 패러디 그림들이 인터넷상에 유행처럼 출몰하고, 이 소동으로 어부지리를 얻은 것은 바로 라면 만드는 농심이라는 우스개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동성 사안들이 그렇듯, 여기에는 좀 더 깊숙하게 들어갈 여지가 있다. 하나는 그런 식의 행패를 부리는 것이 생각보다 널리 퍼져있음을 직시하며 감정노동의 문제, 항공서비스에서의 승무원 대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그런 것을 지목하는 모 주요일간지의 기사에서조차 ‘항공사의 꽃’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을 보며 학을 뗐다). 그런데 또 다른 하나는, 기사화 과정에서는 거의 생략되거나 미미하게 넘어간 사건의 어떤 한 부분에 있다. 해당 임원이 일으킨 소동의 첫 발단은, 탑승하고는 옆자리를 공석으로 바꿔달라고 부당한 요구를 했고,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그 때부터 모든 서비스에 대해서 트집을 잡은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는 라면을 시키고 퇴짜 놓는 행위의 반복이 포함되어 있었다. 즉 라면에 대한 ‘행패’가 아니라, 사실은 자신에게 특혜를 봐주지 않은 기내서비스 전체에 대놓고 집요하게 ‘해코지’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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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구도가, 비행기 안에서의 손님-승무원 관계가 아니라 일반 업무 과정에서 이루어졌다면 어떨까. 갑의 위치에서, 을 입장의 기업이나 고용인에게 사적 특혜를 요구하고, 그것을 원하는대로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당장 주어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해코지를 나선다면 말이다. 한쪽으로는 섬뜩하면서도, 한쪽으로는 매우 익숙한 이야기가 된다. 바로 흔한 ‘갑질’의 패턴인 것이다. 군부대에서 사병을 ‘테니스병’으로 동원하는 모습부터, 무슨 골프회원권이라든지 각종 사적 특혜가 오가는 기업 접대질의 현장까지 각자의 머리 속에 사례들이 수십가지 쏟아질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사건은 갑질의 추잡스러움이 캐리커처에 가까울 정도로 노골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사례다. 이왕 주목을 받은 이 사건을 라면 패러디로서 즐기는 것을 넘어, 이 사회에 만연한 갑질에 대한 경각심으로 이어지도록 연결시켜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