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의 19집 <Hello>의 인기가 엄청나다. 26일 19집 수록곡 ‘바운스(Bounce)’가 빌보드 K팝 차트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 뮤직과 다음 뮤직 등 음원 사이트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음반 판매도 불이 붙었다. 사전 제작된 2만장이 모두 출고되어 추가 제작에 들어갔으며 서울 시내 대형 서점 음반 매장에는 음반을 사려는 중장년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 교보문고 음반 매장에 입고된 1200장의 음반은 이틀만에 다 팔렸다. 성급한 언론에서는 ‘조용필 현상’이라고까지 부르며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조용필이 인기일까? 2003년에 내놓은 18집 <Over The Rainbow>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에 대한 반응은 이전 앨범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단지 조용필이 10년만에 새 앨범을 내놓기 때문은 아닌 것이다.

19집 <Hello>가 이전 앨범과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단지 음악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초 음반 출시 전에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음반 모니터가 진행되고, 수록곡 ‘바운스’가 온라인을 통해 선 공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은 ‘조용필이 이런 사운드를 구사하다니!’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사실 조용필은 1972년 가수 데뷔 이후 트랜디한 당대의 음악적 흐름을 발 빠르게 수용한 경우가 많았다.

   
조용필 공연 모습.
 
그가 ‘가왕’이라는 호칭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노력 때문이었다. 이번 앨범에서도 모던 록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전폭적으로 차용해서 변화를 꾀했지만 이러한 변화는 조용필의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볼 때에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19집 <Hello>에 수록된 10곡의 곡 가운데 자신이 직접 쓴 곡은 1곡밖에 되지 않지만 조용필의 음악 어법이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도 어렵다. 모던 록과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비중이 크게 늘어났지만 각각의 노래들이 구성되는 기본적 구조는 조용필이 지금껏 사용해왔던 가요의 기승전결 방식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용필이 변화를 준 것은 기본적인 구조가 아니라 구조를 형성하는 사운드의 미장센(mise en scene)이다. 조용필은 일렉트릭 기타와 신디사이저를 위주로 한 밴드가 주도하던 사운드의 미장센을 일렉트로닉한 프로그래밍 사운드로 대체하고, 비트를 부각시킨 곡들을 다수 배치함으로써 댄서블한 질감을 극대화했다. 그러면서도 밴드의 연주를 포기하지 않고 경쾌한 비트와 현란한 록 밴드의 연주가 겹쳐지게 함으로써 음악적으로 매우 충만한 느낌을 주었으며 다양한 세대가 교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보컬을 제외한 연주 파트의 사운드는 모던하고 세련되게 조율돼 있어 당대의 음악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충전이 필요해’, ‘서툰 바람’, ‘널 만나면’, ‘설렘’등의 수록곡들은 한 곡 안에 다양한 비트를 사용하거나 드라마틱한 구성을 감행해 일반적인 기승전결에 변화를 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매우 예술적이고 트랜디한 질감을 획득해내고 있는 것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조용필 19집 앨범 표지.
 
조용필 혼자서 해낸 작업이 아니지만 이러한 사운드를 뽑아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러니까 19집에서도 과거의 사운드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적이고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직조해낸 조용필의 음악적 저력과 공력, 집념에 대해서는 분명히 평가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10곡의 수록곡들이 모두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음악의 완성도는 단지 사운드의 완성도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운드의 높은 완성도와 각각의 수록곡들이 지닌 개별적 매력에도 좋은 멜로디와 가사까지 함께 겸비함으로써 ‘좋은 노래’로서의 가치를 획득한 곡은 그리 많지 않다.

무려 19집에 이르는 뮤지션의 곡, 그것도 자신이 만들지 않은 곡을 절정기의 명곡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조용필의 명곡을 잇는 새로운 명곡은 탄생하지 못했다고 봐야 마땅하다. 조용필이 구축한 뛰어난 사운드에도 조용필 특유의 ‘뽕’끼로 된소리를 내는 딕션(Diction)은 세련된 사운드의 음악을 7080세대의 음악으로 통속화시켜버리는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조용필의 새 음반에 대한 반응이 이렇게 뜨거운 것은 이전 앨범이 나왔을 때와 지금의 대중음악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아이돌 그룹들이 득세하고 청소년 계층이 대중음악 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등장했을 때 중년세대들은 자신을 대변해줄 현재의 음악을 찾지 못하고 옛 노래와 옛 가수를 다시 들을 수밖에 없었다.

   
조용필 공연 모습.
 
그러나 ‘슈퍼스타 K', ’불후의 명곡‘, ’나는 가수다‘를 비롯한 TV의 서바이벌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들이 좋아했던 옛 노래들이 새로운 편곡으로 등장해 리메이크 열풍을 불러일으켰을 때 7080세대들은 다시 대중음악 시장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그 사이 스마트폰과 인터넷, SNS에 적응해서 스마트폰으로 음원을 재생하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SNS로 정보를 공유했다.

2010년 리메이크 열풍의 주역이 된 중년세대들은 이제 미사리에 가는 대신 기꺼이 라이브 공연장을 찾으며 라이브 시장 성장의 한 축이 되었다. 충분한 구매력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자신들의 취향과 정서를 만족시켜줄 음악을 만나지 못해 대중음악 시장의 변방으로 내몰려야 했던 이들이 기술의 발전에 적응하고, 리메이크 열풍과 세시봉 열풍 등을 통해 호출되면서 시장으로 복귀한 것이다. 바로 이들이 조용필에 열광하는 한 축이다.

현재의 중년세대들은 노년세대들과는 달리 트로트 음악만으로 취향이 일원화된 세대가 아니다. 이들의 취향은 록, 팝, 포크 등을 아우르는 복합적 취향을 가지고 있는데 현재 시장에서 이들의 취향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당대의 음악인이 부재함으로써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조용필을 통해 조용필과 함께 귀환한 것이다.

이들이 듣기에는 새로운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부각된 음반이기는 하지만 조용필의 고전적인 창법이 유지되고 있고, 록에 익숙한 세대들에게 부담 없는 록 밴드의 사운드가 함께 하고 있으며, 빠른 비트의 곡 뒤에 미디엄 템포의 발라드 스타일 곡이 규칙적으로 실려 있는 음반의 구성은 7080 세대에게도 무리 없이 수용되고 있다. 

그리고 TV의 서바이벌 음악 프로그램과 ‘놀러와’등의 프로그램은 7080 세대들의 빅스타였던 뮤지션들의 존재와 음악을 현재의 10대와 20대에게도 학습시키는 효과를 발휘하며 세대간의 음악적 취향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뒤섞이게 만들었다.

10대나 20대들도 트윈 폴리오, 조용필, 들국화의 음악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시킨 것이다. 덕분에 조용필은 부모나 삼촌이모 세대만의 스타에서 그치지 않고 현재의 뮤지션으로 소구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조용필이 새 앨범에서 구사하는 사운드는 바로 현재의 사운드이다. 음원 사이트 엠넷에서 ‘바운스’와 ‘헬로우(Hello)'를 가장 많이 다운 받은 세대가 20대라는 것은 이렇게 해명될 수 있을 것이다.

   
조용필 공연 모습.
 
또한 음반 출시 이전에 먼저 전문가들에게 모니터를 받아 신뢰할 수 있는 이들의 긍정적 평가가 인터넷과 SNS에 노출되어 확산되게 하고, 뮤직 비디오 티저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며 관심을 불러일으키게 한 마케팅 방식도 효과적이었다.

현재 활동하는 다른 뮤지션들과 마찬가지로 싱글을 먼저 공개하며 관심을 집중시키고,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의 생중계로 쇼케이스를 열어 인터넷을 최대한 활용하며 앨범을 공개한 방식은 인터넷과 모바일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와 호흡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이었다. 싸이(Psy)의 ‘젠틀멘(Gentleman)’이 큰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연초에는 빅히트곡이 나오지 않는 경향을 볼 때 앨범이 출시된 시점도 적절했다. 조용필 19집의 인기는 조용필의 음악과 세대를 아우르는 미디어와 시장의 변화가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그렇다면 누가 조용필의 뒤를 이을 수 있을까? 이제는 준비가 되어 있지만 여전히 무주공산인 세대를 누가 대변하고, 교감할 수 있을까? 그만한 실력과 안목과 스토리를 갖춘 이는 과연 누구일까? 조용필 현상이 조용필 한 번으로 끝날지, 아니면 계속 이어질지는 결국 음악과 음악인에게 달려있다. 문제는 다시 창작이고, 캐릭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