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이탈리아 협주곡’ F장조 BWV 971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 F장조 BWV 971
[이채훈의 힐링 클래식] 37. 마음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이 곡 어떠세요?

http://youtu.be/Bmze21hanLM
 
유럽 사람들은 ‘이탈리아’ 하면 파란 하늘, 화창한 햇살, 쾌활하고 수다스런 사람들을 떠올리나 봅니다. 차이코프스키의 <이탈리아 기상곡>,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교향곡> 모두 가장 밝고 명랑한 곡이지요. 시성(詩聖) 괴테도 마음이 침체됐을 때 이탈리아 여행에서 활력을 되찾곤 했다지요. 요즘도 여름에 이탈리아에 가면 가슴을 다 내놓은 채 일광욕을 하는 북유럽의 남녀 관광객들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바흐의 <이탈리아 협주곡>도 예외가 아닙니다. 1년에 절반 흐린 날씨가 이어지는 독일의 무거운 하늘이 아니라, 남쪽 나라의 맑고 파란 하늘이 펼쳐집니다. 경쾌하고 생명력이 넘칩니다. 1735년 출판된 <클라비어 연습곡집> 2부에 프랑스풍 모음곡과 함께 실려 있습니다. 이 곡의 악보 표지에 바흐는 “이탈리아 풍의 협주곡과 프랑스 양식의 서곡, 2단 건반의 쳄발로를 위한 연습곡 제2부, 애호가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작곡했다”고 써 넣었습니다.

   
 
 
바흐는 이탈리아에 가 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프레스코발디, 코렐리, 알비노니, 마르첼로, 비발디 등 이탈리아 거장들의 음악에서 이탈리아의 화사한 햇살을 본 것이지요. 그는 오랜 세월 이들의 악보를 검토하고, 필사하고, 편곡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바흐는 독일 바깥으로 나가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르트루프 시절, 프랑스에서 추방된 위그노인들로부터 프랑스 궁정음악을 전수받았고, 특히 프랑수아 쿠프랭의 화사하고 우아한 선율에 매혹됐습니다. 바흐는 헨리 퍼셀, 찰스 디외파르,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등 영국에서 활약한 음악가들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모음곡>과 <영국 모음곡>도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흐는 프랑스식, 영국식, 이탈리아식 등 여러 방식으로 작품을 써 보는 가운데 자신의 고유한 본질을 풍부하게 해 나갔다.” (뤽 앙드레 마르셀 <요한 세바스찬 바흐>, p.12)

베토벤이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을 접하고 “바흐는 ‘시냇물’(Bach)가 아니라 큰 바다(Meer)라 불러야 한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지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모든 음악은 바흐에게 흘러 들어갔습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세계를 돌아다니지 않았지만, “세계가 그를 향해 흘러 들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흐의 협주곡은 특히 비발디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습니다. 비발디 식으로 ‘빠르게 - 느리게 - 빠르게’ 세 악장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탈리아 협주곡>은 독주 악기로 연주하지만, 협주곡처럼 튜티와 솔로가 교대하고, 강약과 음질의 대비가 이어집니다. 바흐 전문가로 각광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젊은 피아니스트 안드레아 바케티(1977생)의 연주, 생기있고 유려한 이 작품의 멋을 한껏 살려주고 있습니다. 3악장은 한때 KBS-FM의 시그널 음악으로 쓰여서 귀에 익은 멜로디지요.     

그의 클라비어곡들은 ‘연습곡’이란 제목으로 출판된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바흐는 이 ‘연습곡’을 아름답고 표현력 있는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키려고 늘 공을 들였습니다. 오늘날 이 <이탈리아 협주곡>을 단순히 ‘연습곡’으로 여기는 사람은 없지요. 가장 높은 차원의 예술성을 가진 작품이니까요. 바흐는 본인의 자녀들을 비롯, 제자들이 늘 많았습니다. 그는 학생들이 연습할 곡을 먼저 연주해 보여준 뒤 “이런 소리가 나도록 해야 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기계적인 연습을 강요한 게 아니라 모범을 보이고, 제자들이 스스로 느끼며 음악을 다듬어 가도록 유도한 거지요.

“애호가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작곡했다”는 이 곡, 어떠세요? 따스한 한줌 햇살이 마음 깊이 들어와 어루만져 주는 느낌, 드시나요? 바흐 음악이 위대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것은 ‘마음으로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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