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장 출신의 민홍철 민주통합당 의원이 군내 동성애 성행위를 군형법으로 다스리자는 법안을 냈다가 성소수자 단체 등의 거센 반발을 받자 아예 군 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성행위를 처벌하는 쪽으로 확대하기로 해 원칙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 의원은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지난 19일 보낸 ‘군형법 일부 개정 법률안 공동발의요청서’에서 오는 6월 19일부터 시행되는 새 군형법의 제92조의 6의 제목을 ‘추행’에서 ‘동성간의 간음’으로, “사람(군인과 군인에 준하는 이)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밖의 성교를 한 사람”을 “사람이 동성간에 항문성교나 구강성교, 기타 유사성행위를 한 때에는”으로 수정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군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단체, 성소수사 차별반대 단체들로부터 “동성애 차별 의원”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 의원” “민홍철 의원을 민주당에서 제명하라” 등 격한 비난을 받자 민 의원은 부랴부랴 이 같은 개정안을 철회하기로 했다. 민 의원은 개정안의 ‘동성’이라는 단어를 모두 빼고, 모든 성행위를 처벌하는 쪽으로 개정안을 다시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민 의원실 박아무개 보좌관이 25일 밝혔다.

   
<군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 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는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통합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형법 제92조6의 개정을 추진중인 민홍철 의원을 향해 동성애를 차별, 탄압하는 의도라며 규탄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박 보좌관은 “법개정안 제안을 한 뒤 지지방문도 오고, 항의방문도 오는 등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민 의원이 며칠 전 낸 공동발의 요청서를 취소하고 다시 ‘군내의 모든 성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쪽으로 바꾸고, 개정안의 ‘동성간’, ‘동성간의 행위’라는 말을 모두 빼라고 지시해 개정안을 다시 다듬고 있다”고 전했다. 남-남의 관계, 여-여의 관계, 남-녀간 관계를 모두 포괄적으로 넣어 군영내이거나 훈련중인 외부 등지에서 하는 행위에 대해 모두 처벌하는 쪽으로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합의된 성관계’를 법으로 처벌하려다 계속 법적인 문제점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한가람 변호사는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불가능한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도대체 법으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과연 어떻게 규제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예를 들어 군 부부가 영내 어느 숙소에 있을 때 성관계를 하는 것은 처벌 대상인가, 군 아파트는 영내인가 영외인가, 독신사 숙소에서 외부인과 성관계는 처벌대상인가”라며 “모두 헌법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어떤 조문을 만들어도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억지로 형벌로 다스리려 하면 법적인 문제를 낳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소수자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염형국 변호사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이렇게 성적 억압을 하는 것이 더욱 군의 질서가 흔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군인이면 전투력 보존을 위해 결혼도 하지 말라는 논리나 같다”며 “어떤 사고방식에서 출발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 군기강과 성적 건강에 기여할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내무실 등 주로 남자들만 모여 있는 공간에서 성행위를 허용하면 문란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 반박도 제기됐다. 한가람 변호사는 “위력에 의해 강제로 하는 것은 처벌하도록 돼 있다”며 “문제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인데, 과연 동성애자가 다른 동성애자를 어떻게 알아볼 것인지, 자신이 동성애자인지를 드러내놓고 다른 동성애자를 찾는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문란해진다는 주장은 과도한 억측”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군내 내 동성애 행위 처벌에 관하여’라는 논문(이경환 변호사)을 보면, 합의에 의한 동성간의 성관계를 처벌한 것은 연 평균 1건 수준이며, 모두 기소유예나 선고유예 수준이었다고 한 변호사는 전했다. 그는 “성행위로 군기가 문제가 된다면 내부 징계로 규율할 수 있다”며 “형벌권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군대 내에서 벌어진 성관계가 합의에 의한 것인지 여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도 한 변호사는 “그렇게 때문에 동성간 성관계를 무조건 처벌하자는 식의 주장이 민홍철 의원의 법안”이라며 “이는 징계를 해도 충분하며 형벌권의 범위는 더 줄여야 마땅하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 당사 앞에서는 군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소속 단체 대표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민 의원에 대해 “스스로 호모포비아 국회의원으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으면 법안 발의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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