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지난해 대선 투표일 직전인 12월 16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경찰의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의혹 중간수사결과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이 새누리당에 실시간으로 수사결과 내용을 유출시키고 수사 정보를 공유했다는 것인데 사실상 경찰과 새누리당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공조해 국정원 사건을 적극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경찰, 국정원 수사 실시간 새누리당 유출 의혹'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의 발언을 근거로 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16일 낮 12시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에서 "국정원 여직원 PC 1차 조사에서 아무런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정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본부장은 "경찰은 눈치 보지 말고 오늘 중으로 수사결과를 공식 발표해 달라"고 요구했다.

진선미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본부장의 이 같은 발언을 한 시점에 서울경찰청과 사건을 맡았던 수서경찰서 사이 키워드 검색 단어의 범위에 대해 합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키워드 검색 조사를 100여개로 하느냐 아니면 4개 단어로 줄여 진행하느냐를 놓고 논의를 하고 있었고 권은희 수사 과장이 증언한대로 수서경찰서는 100여개로 검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경찰 수사 진행 상황도 결정되지 않는 시점에 김 본부장이 "1차 조사 결과 아무런 댓글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언할 것은 "서울청에서 키워드 4개 만으로 분석한 결과를 이미 공유하고 있었거나 댓글이 없다고 단정한 뒤 이를 꿰맞추기 위한 축소수사로 진행했다고 의심해볼만 대목"이라고 진 의원실은 지적했다. 서울청의 조사 분석 결과나 진행 상황을 알고 있는 경찰 관계자와 박근혜 후보 선대위 사이에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서는 김 본부장의 '댓글 없다'는 발언은 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국정원 여직원 김모씨 경찰 출두 모습.
©연합뉴스
 

김 본부장 발언 뿐 아니라 대선 당시 박선규 새누리당 대변인의 발언에서도 미리 경찰 수사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발견된다.

박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16일 YTN '대선 3차 TV 토론 어떻게 보셨습니까'라는 프로그램에 생방송으로 출연해 밤 10시 40분경에 "아마 제 생각에는 국가적인 국민적인 관심이 있기 때문에 조사결과가 오늘 나올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난 뒤 20분 뒤인 밤 11시경 경찰은 '국정원 직원 김씨의 혐의가 없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박 대변인은 방송 출연을 위해 밤 9시 40분 이전에 YTN 생방송 스튜디오에 들어가 있었다는 점에서 최소 9시 40분 이전에 경찰의 수사결과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박 대변인이 "조사 결과가 오늘 나올 것"이라고 말한 불과 10분 전인 밤 10시 30분에 컴퓨터 하드 분석결과가 수서경찰서로 전달됐고 수서경찰서 수사팀 실무진은 11시에 보도자료가 배포될 것이라는 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진선미 의원실은 박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서울청 수사 관련 고위 관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새누리당에 알려주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국정원도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11분만에 경찰 수사 결과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진 의원실은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발언과 수사개시 이후 수서경찰서와 서울경찰청, 본청간 입무상 주고 받은 수발신 공문 문서 대장, 경찰청 제출 자료 등을 종합해볼 때 대선 후보자 마지막 TV 토론 이후 진행된 16일 일요일 밤 11시 경찰 중간 수사 발표는 경찰, 새누리당, 국정원의 공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은 김무성 의원에 대해 발언 경위를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박선규 전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리 경찰 수사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이미 경찰이 예고해서 속보로 떴던 얘기를 10시 40분에 얘기한 것"이라며 "경찰 수사 결과 내용을 알리가 없고 그런 방법도 모른다"고 말했다.

진선미 의원실은 박 전 대변인의 해명을 반박했다.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는 "연합뉴스 1보가 밤 11시 4분에 기사 내용 없이 제목으로만 '댓글 없다'라고 뜬 것이 언론 보도의 최초"라면서 "밤 10시 30분에 경찰이 수사 결과를 공문 자료로 수서경찰서로 넘겼는데 어떻게 10시 40분에 언론에 속보가 뜨고 그걸 보고 알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관계자는 "김무성 본부장의 발언과 일련의 흐름을 볼 때 새누리당이 12월 16일 미리 짜놓은 경찰 수사 결과 내용을 전달받은 정황이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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