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선임에) 청와대에서 관여할 일이 없도록 장담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이경재 위원장이 25일 오전 첫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MBC 낙하산 사장’에 대한 야당 추천 위원들의 우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당초 ‘낙하산’이라고 하는 의혹을 살 만한 일이 없도록 인사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겠다 말해왔다”면서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좋은 분을 (사장으로) 선출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MBC가 정상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양문석 상임위원은 ‘김재철 아바타’로는 MBC가 정상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장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은 안 된다는 입장을 이경재 위원장에게 전달했다. 그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문제인 만큼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인사가 MBC 신임 사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MBC 사장 선임은 현 정부의 방송에 대한 관점에 있어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김재철 사장이 4년 동안 MBC를 망가뜨렸다. 해임되자마자 MBC 시청률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적어도 김재철 아바타가 사장으로 와서 현재 갈등을 증폭시킨다면 정상화될 수 없다.”

이경재 위원장은 전체회의 첫 안건으로 ‘방송통신위원회 회의운영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을 제안했다. 현행 방통위 회의운영 규칙에 따르면 속기록은 비공개이며 국회 등의 요청에 위원회 의결을 거쳐 기록을 공개하도록 돼 있다(20조 3항). 또한 회의 안건의 성격과 위원들 간 합의에 따라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을 수 있다(17조 2항).

이 위원장은 “업무보고 과정에서 회의 운영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속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건과 위원들 합의에 따라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제 17조 2항을 삭제하고, 20조 3항을 개정할 것을 제안했다.

기존 방통위는 속기록 비공개와 티타임으로 고질병을 앓아왔다. 종합편성채널 당시 위원들 간 속기록 또한 비공개돼 종편 심사 및 허가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위원들은 이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다만 이 개정안은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내용은 건드리지 않았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속기록 공개는 만시지탄”이라면서 “절대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이경재 위원장이 오자마자 개혁조치를 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싶다”면서 “방통위에서 불합리한 부분들이 이 고리를 출발로 실타래처럼 풀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성규 상임위원 또한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속기록 공개가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의 FCC는 회의를 라이브 중계한다. 속기록 공개가 정착되면 라이브 중계를 해봐도 좋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티타임을 다시 진행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의견은 갈렸다. 홍성규 위원은 위원들 간 의견 조율 필요성, 민감한 사안일수록 합의제 정신이 필요하다는 점 등을 들어 티타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로 간 의결조율을 통해서 만장일치를 이루기 위해 티타임 필요성이 있다”면서 이경재 위원장에게 검토를 요청했다.

2008년 탄생할 때 생긴 방통위 티타임을 두고 국회와 시민사회단체들은 회의를 빈껍데기로 만들었다고 비판해왔다. 결국 방통위는 티타임을 폐지했다. 민감한 사안일수록 티타임에서 결정이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양문석 위원은 “그동안 티타임은 대변인까지 들어오는 사실상 회의체 개념이었다”면서 “국회에서 지적받은 방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담당 국장을 불러 의견을 나누고 조율하는 방식이라면 수없이 많이 해도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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