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과거 침략의 만행을 저질렀던 군국주의를 부활하겠다는 것인가. 일본의 극우화 행보가 일제 침략을 부정하는 망언들이 서슴없이 쏟아져 나올 정도로 노골적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최근 일본 참의원에서 “침략에 대한 정의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일본의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할 수 없다고 밝혔다. 종군위안부나 영토 문제, 북한에 대한 강경한 대응과 태도로 정치적 성장을 한 아베 총리의 극우적 행보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다시 시작된 것인가.

아소 다로 부총리와 일부 각료들, 국회의원 168명도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 16명의 위패가 합사된 야스크니 신사를 참배해 일본의 극우화를 부채질했다. 일본 총리도 신사에 공물을 보냈다.

아베 총리는 신사에 참배한 각료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위협에 굴하지 말라”는 폭탄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주변국들의 항의에 개의치 않겠다는 태도롤 보였다. 참으로 오만한 태도다. 신사를 참배한 국회의원의 수가 작년보다 두배나 넘게 늘었다니 일본의 극우화 진행 속도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지난 2007년 참의원 선거의 참패로 총리의 자리에서 물러남은 물론 자민당 하야의 계기를 마련한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가 몇 달 앞둔 참의원 선거를 최대의 승부처로 삼고 보수층의 결집을 꾀할 게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과거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거나 미화하는 극우화의 정략을 펴서야 되겠는가.

   
욱일승천기(왼쪽)와 아베 일본총리.
 
아소 일본 부총리는 한국 정부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이번 주말 일본 방문을 앞두고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윤 장관의 일본 방문이 확정된 뒤 참배했다고 한다. 뒤통수를 친 격 아닌가.

그냥 넘길 수 없는 원칙과 신뢰의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정부가 윤 장관의 일본 방문과 한·일 외무장관 회담을 즉각 취소한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중국 외교부도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 행위는 국제사회의 경계대상”이라며 일본의 역사 인식과 야스쿠니 문제는 “일본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갈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비판했다. 한·일 외무장관 회담 취소와 중국의 비판에도 아소 부총리는 “외국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외교에 별 영향이 없다”며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대수롭지 않게 치부해 버렸다.

일본 아베 정부의 태도는 이웃 나라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안하무인이다. 아베 정부가 영토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도 앞으로도 계속 도발하고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지난 2007년 3월 제1차 아베 내각 때 종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국제적인 파장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한·일 간의 마찰과 갈등은 물론 미·일 관계까지 긴장이 조성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7일 한·미 정상회담 뒤 5월 말이나 6월 초 중국을 방문한 계획이라고 한다. ‘미국-일본-중국’의 정상회담 관례가 처음으로 ‘미국-중국’의 순서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일본은 동북아시아에서의 고립을 무릅쓰고 과거 침략을 인정치 않는 팽창주의적 극우화에 왜 그토록 집착하는가.

아베 내각의 극우화 행보가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겨냥한 정략적 의도도 있겠지만, ‘가치관 외교’로 집약되는 아베 총리의 기본 외교 전략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근본적인 문제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급부상하는 중국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잠재적 위협으로 받아들여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군사적 방위 능력을 키우면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강화하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전략 발상이기 때문이다.

제1차 아베 내각에서 외상을 지낸 아소 부총리가 제시한 ‘자유와 번영의 호’라는 개념에서 ‘중국 포위 전략’의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동에서 동남아시아를 거쳐 한반도에 이르기까지 중국을 에워싸는 전략을 통해 중국의 행동 반경에 제한을 가하자는 구상이다.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이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강화하며 중국 포위 전략을 펴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속화된 정체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부채규모는 지난 해 10월말 현재 약 16조2천억 달러로 법정 부채 상환액에 거의 도달한 상황이다.

예산통제법에 따라 향후 10년간 국방예산을 4870억 달러나 감축해야 하는 오바마 미 행정부로서는 동북아에서의 군사적 역할과 부담을 다른 우방국들에게 떠넘기고 싶은 처지다. 미·중 간 대립과 갈등 관계가 심해지고 미국의 경제적인 사정이 어려워질수록 이를 틈탄 일본의 극우화와 군사대국화 노력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은 교과서 기술에서 주변국들을 배려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한다. 일본과 주변국들과의 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일본이 교과서 기술 때 한국이나 중국 등 주변국들의 의견에 충분히 귀를 기울인다는 아야자와 기이치 관방장관의 ‘근린제국 조항’이 교과서 검정기준으로 시작된 1982년 11월은 미국과 중국, 일본이 소련을 공동의 적으로 겨냥한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고 있던 시기로 매우 우호적인 사이였다. 일본이 ‘근린제국 조항’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세 나라의 전략적인 협력관계가 미국, 일본과 중국의 대립 관계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현상 아니겠는가.

미국과 중국의 대립을 중심축으로 한 정전협정체제와 신냉전 기류가 지속되는 한, 미·중 간 갈등과 이에 편승한 일본의 극우화와 군사대국화 행보는 계속될 것이다. 동북아평화체제를 통한 근본적인 접근과 해결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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