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뮤직비디오 ‘젠틀맨’ 논란이 KBS 심의실장 거취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자체 규정에 따라 ‘방송불가’ 결정을 내리긴 했지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KBS 안팎에선 심의실장 교체론까지 제기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심의실장 교체론’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가 제기하고 나섰다. KBS본부는 지난 19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싸이 뮤직비디오 방송불가 결정과 관련) 뼈아픈 것은 KBS의 이중 잣대에 대한 비난”이라면서 “KBS가 지난 5년여 간 온갖 불공정, 편파방송을 저질러놓고 일개 뮤직비디오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어 “주차금지 표지판을 훼손해서 방송이 불가하다면 그동안 전국토를 훼손하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왜 침묵하고 옹호했냐는 등의 지적에 사실 할 말이 없을 것 같다”면서 “지난해 말 공영노조 위원장 출신 황우섭 씨가 심의실장에 임명되면서 사내 심의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KBS본부 “황우섭 심의실장 임명 이후 사내 심의 불신 커졌다” 
 
KBS본부에 따르면 황우섭 심의실장은 지난해 총선 때 새누리당 공천자들에게 ‘필승’을 기원하는 화환을 보내 물의를 빚었으며, 공영노조 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정율성’ 편의 불방을 주장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파업과 부적격사장 저지 투쟁을 원색적으로 비난, 파업 참가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싸이 <젠틀맨> 뮤직비디오 화면캡처.
 

황우섭 실장은 특히 지난 1월20일 방송된 <다큐멘터리 3일>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찾기’에 대해 강도 높은 사전 심의를 실시, 제작진과 노조가 강하게 반발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다시 와락! 벼랑 끝에서 희망찾기’는 쌍용차 해고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 프로그램으로 당시 KBS는 이미 예고방송까지 나갔던 상황. KBS도 이미 사전심의에서 ‘방송 문제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황우섭 실장은 당시 징계를 위해 열리는 ‘심의지적평정위원회’까지 요구해 논란이 제기됐다.

KBS본부는 “누구보다도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심의실장을 이런 사람이 맡고 있으니 절대다수 심의위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내 심의에 대한 불신이 가실 수가 없다”며 ‘심의실장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KBS본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싸이 ‘젠틀맨’의 경우 자체 규정과 ‘뮤직비디오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쳤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왜곡된 시각과 역사관을 가진 사람이 심의실장으로 계속 있으면 이런 문제는 계속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황우섭 씨가 심의실장으로 임명된 이후 심의실에서 나오고 있는 심의 내용이 너무 ‘우편향적’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돼 왔다”면서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가져가야 할 방향과 너무 배치되는 듯해 이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성명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심의 기준에 대한 전면 재논의 필요… 제작자율성 침해 방지 대책마련 필요성도 대두

때문에 이번 싸이 ‘젠틀맨’ 파문을 계기로 KBS 심의기준에 대한 전면적인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KBS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각에선 김인규 전 사장 취임 이후 심의실 심의가 제작자율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사례가 많았던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실제 김인규 사장 취임 후 ‘심의지적평정위원회’의 처벌기준이 대폭 강화됐으며, 2011년 11월 <추적 60분> 용산참사 편이 경찰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제작진을 심의지적평정위원회에 회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KBS의 한 기자는 “지나치게 선정적인 뮤직비디오에 대한 제재 등은 필요하지만 ‘공공시설물 훼손’과 같은 기준이 과연 지금 시점에서 적절한 지는 재검토를 해야 한다”면서 “뮤직비디오나 일부 ‘진보적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현미경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 잣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이념적 편향성을 배제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데 현재 KBS심의 내용은 지나치게 ‘보수화’ 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황우섭 심의실장 “KBS본부 성명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반박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은 황우섭 심의실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22일 오전 통화를 시도했으나 황 실장은 “홍보실을 통해 물어보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황 실장은 22일 오후 홍보실을 통해 보내온 답변에서 “뮤직비디오심의위원회 의결은 대내외의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고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매우 투명한 절차에 따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이루어진다”면서 “따라서 뮤직비디오 심의과정에 심의실장이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황우섭 실장은 “심의실은 이번에 싸이의 ‘젠틀맨’ 뮤직비디오 방송부적격 판정과정에 ‘심의실장이 관여한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본부노조 성명서’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린다”면서 “KBS의 뮤직비디오 심의기준은 인터넷이나 인터넷방송, 케이블 방송 등과는 다르며, 공영방송으로서 뮤직비디오 심의 시 기본적인 공공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나 표현에 대해 엄격한 잣대로 심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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