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두고 “무리가 아닌지 걱정 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실한 투자자에 대해서는 적극 밀어주고 뒷받침하고 격려하는 것이지,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 아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무위는 재벌 계열사 간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규정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과징금을 물리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연봉을 5억 원 이상 받는 재벌 총수와 대기업 최고 경영자의 개별 연봉을 공개하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상임위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가 진행 중인 경제민주화에 박 대통령이 제동을 걸었다며 경제민주화 의지가 의심된다고 비판했고, 청와대 김행 대변인은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침해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언론은 박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해 기사 제목을 뽑았다. 동아일보는 1면에 <박 대통령 경제민주화 과속 제동?>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세계일보는 1면에 <박 대통령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 아니다”>는 기사를, 조선일보는 2면에 <박 대통령 기업 누르는 게 경제민주화 취지 아니다>는 기사를 실었다. 서울신문은 5면에 <자꾸 누르는 것이 경제민주화 아니다>는 기사를 실었고 중앙일보 역시 1면에 <기업투자 누르는 게 경제민주화 아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투자를 누르지 말라고 말했다는 점, 경제민주화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세계일보 1면
 
 
반면 한겨레는 1면 기사를 <대기업 투자 늘려라 압박 나선 대통령>으로 뽑았다. 이 날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민주화를 견제하면서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만 52조원 수준인데, 이 가운데 10%만 투자해도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의 세출 확대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는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대기업에 특별한 주문을 공개적으로 내놓은 것은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기업의 투자 고용에 대한 정부 개입의 신호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고 전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타협을 목표로 노사정위원회의 가동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한 점도 강조했다. 
 
   
한겨레 1면
 
 
박근혜의 공약과 다르다!
 
몇몇 언론은 국회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공약을 대대적으로 비판하며 경제민주화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재계의 입장에 힘을 실었다. 언론이 강조한 첫 번째 지점은 국회가 추진 중인 경제민주화 공약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보다 ‘더 나아갔다’는 것이다.
 
동아일보는 국회에서 신규출자에 대해서도 규제를 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라며 “기존 순환 출자에 대해서 손대지 않겠다고 한 박 대통령 공약에서 한걸음 나아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역시 “정무위에서 논의하는 내용이 제목은 대선 공약과 같지만 내용이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제동 발언이 “공약 내용을 잘 알고 추진하라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재계의 목소리를 전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기준으로 경제민주화 움직임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재계의 목소리를 적극 전달한 언론도 있었다. 중앙일보는 8면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을 ‘대기업 압박 조치’로 규정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기업이 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발언에 대한 재계의 반박도 전했다. “현금성 자산은 미래 대비를 위한 비상금으로 투자 않고 노는 돈 생각하면 오해”라는 것이다.
 
   
중앙일보 8면
 
 
조선일보는 1면 기사 <기업 보유 현금 10%만 투자해도 경기 도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강조하면서도 재계의 비판을 같이 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재계는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첫 째, 투자할 곳이 없다. 둘 째, 글로벌 환경 좋지 않고 내수 전망은 시계 제로다, 셋째, 정치 불확실성이 심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조선일보는 3면에 <삼성 "추가 투자 고민 중" 현대차 "노조 때문에...>라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무작정 늘리긴 힘들어, 주요 그룹들 저마다 고민”이라며 대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에는 “강성노조에 발목이 잡혀 있다”며 “현대차는 노동환경이 바뀌면 투자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경제단체 규제 때문에 작년 투자 50여건 포기>라는 기사를 실었다. 대기업의 투자를 유발하려면 경제민주화보다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조선일보 3면
 
 
경제민주화를 반대하는 학계?
 
언론은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학계의 목소리도 전했다. 국민일보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대해서는 “학계에서도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국회가 일감 몰아주기, 횡령 및 배임죄로 처벌을 받으면 금융계열사를 매각하도록 하는 법안 추진하고 있는데, 이 법안의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동아일보는 3면 기사에서 경제민주화 법안이 ‘위헌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법안을 ‘무소불위의 칼’ ‘과잉규제’로 규정하고, “새누리당이 공약 입법 과정에서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지나치게 대기업을 얽매는 법안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도 전했다.  

   
동아일보 3면
 
 
서울신문은 학계의 견해를 소개하며 “국가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특정 계층의 편의를 도모하면 오히려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8면 기사 <엔저 때마다 한국 외환·금융위기… 내년 초 또 올 수도>에서 새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세미나에서 학계가 경제민주화와 한국기업의 경쟁력 약화에 우려를 표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중앙일보 8면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몇몇 언론은 또한 여권 내부에서 경제민주화를 두고 논란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여권이 경제민주화 핵심정책을 두고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역시 경제민주화가 새누리당 내의 갑론을박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각이 우려를 표할 정도로 경제민주화가 급진적이고 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선일보는 <“기업 경쟁력 경제 죽이는 법안이라면 막아야”>라는 기사에서 ‘운동권 출신 김용태 의원’이 경제민주화에 반대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용태 의원은 국회 정무위에서 유일하게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원으로, “경제민주화는 경제 살리기가 아니라 대선 때 표를 얻기 위한 수단 이었다”며 “경제 살리려 경제 민주화한다는 말은 거짓이었다고 고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태 의원이 운동권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해, 운동권 출신마저 비판할 정도로 경제민주화가 급진적이라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조선일보 2면
 
 
재계의 비판은 오버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제동 발언을 비판하는 언론도 있었다.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입법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지금 단계는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과 공정거래위원회 쪽의 의견을 수렴해 정무위 전문위원이 비공개 심사보고서만 작성해 놓은 상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제동을 가할 시점이 아니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역시 “국회 고유권한인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경향은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입법 전 사실상의 지침'이라며 “재계의 의사가 지나치게 반영된 시각이라는 비판과 함께 이제 막 국회에서 시작된 경제민주화 입법 조치에 대한 지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 된다”고 말했다. 
 
   
경향 4면
 
 
경제민주화에 반대하는 재계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한국일보는 3면 기사 <“대부분 박 공약에 포함된 내용인데 재계가 확대해석해 과장”>에서 재계의 우려가 과장됐다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전했다. 한국일보는 “큰 틀에서 보면 최근 논의되는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들이 대부분 박근혜정부의 공약에 포함된 내용인데도, 재계가 일부 법안을 확대 해석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3면
 
 
한겨레는 투자를 늘리기 힘들다는 재계의 발언도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동걸 교수의 말을 빌려 “일부 대기업들에 이렇게 주체 못할 정도로 돈이 쌓인 것은 이들이 협력업체를 쥐어짜고 이익을 임금으로 풀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과 종업원들에게 더 많은 몫이 돌아간다면 대기업의 투자 환경도 더 좋아지는 선순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말처럼 기업이 투자를 하게 만들려면 경제민주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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