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기관에 대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 의무화가 시작 후 KBS와 KNN 등이 처음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피진정 조치를 당했다. 진정 사유는 해당 방송사들이 장애인에 대한 웹 접근성이 취약했기 때문이다.
 
1급 시각장애인인 강아무개(31·대구)씨는 15일 "KBS, KNN, 롯데리아, 대한통운은 장애인을 차별하는 웹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 11일 민관기관에 대한 장차법 의무화가 시행된 이후로 첫 진정이다. 
 
장차법은 장애인의 전자·비전자정보 이용·접근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 장차법 21조(정보통신ㆍ의사소통 등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는 "방송사업자,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자는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제작물 또는 서비스를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폐쇄자막, 수화통역, 화면해설 등 장애인 시청 편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KBS 장애인 홈페이지
 
"KBS·KNN 장애인 웹 접근성 형편없다"

강씨는 KBS 홈페이지와 KNN 애플리케이션의 장애인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강씨에 따르면 KBS 장애인 홈페이지의 '드라마 다시보기'는 일부 기능이 없다. 강씨는 "드라마 다시보기는 정지 시점에서 '뒤로 되돌리기'와 '앞으로 건너가기' 등의 기능이 없다"면서 "한 번 재생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강씨는 "시각장애인들은 모든 조작을 키보드로 하는데 드라마 다시보기에서 '소리 키우기'를 누르면 시각장애인 화면낭독 프로그램인 '센스리더'가 오류가 난다"면서 "장애인들이 소리도 키울 수 없고, 뒤로 돌릴 수도 없는 장애인 홈페이지는 예산 낭비일뿐"이라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 "일반 KBS 홈페이지와 다르게 '장애인 홈페이지'는 드라마가 하루, 이틀씩 늦게 올라온다"고 지적했다. 
 
KBS는 그나마 다른 홈페이지에 비해선 나은 편이다. 강씨는 "아이폰용 KNN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데 웹 표준을 지키지 않아서 다시보기나 라디오를 찾기가 너무 힘들다"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 텍스트를 달아놓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웹 표준은 '어떤 브라우저와도 연동되도록 W3C 등 표준화 기국에서 승인한 표준 코딩 방식'으로 웹 표준을 지키면 시각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쉽다.
 
강씨에 따르면 롯데리아 홈페이지는 시각장애인들이 전혀 사용할 수가 없다. 무조건 마우스로만 조작이 가능해 키보드 접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강씨는 "대한통운 홈페이지도 웹 표준을 안 지켜서 비장애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장애인들은 택배를 보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2012년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가 조사한 지상파 방송사 웹 접근성 결과
 
"장차법 민간기관 확대적용으로 진정 늘어날 것"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차별을 받으면 장차법에 따라 인권위에 진정을 할 수 있다. 진정을 접수한 인권위는 직권조사를 한 후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또한 법무부장관은 인권위의 권고 후에도 장애인의 웹 접근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피진정인에게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인권위는 이번 진정에 대해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8년 시행된 장차법은 공공기관을 적용대상으로 하다가 지난 11일부터 민관기관까지 확대적용됐다. 이날을 앞두고 은행, 포털 등 기업들은 홈페이지를 리뉴얼해 '웹 접근성 인증 마크'를 획득하는 등 장차법 의무화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권위 진정 뿐만 아니라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장차법의 민간기관 확대 적용 이후로 첫 진정"이라면서 "앞으로 진정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KBS는 한국웹접근성평가센터가 진행한 '웹 접근성 실태조사에서 2011년 38.7점, 2012년 44.4점을 받아 '매우 미흡'에 해당됐다. 2012년 실태조사에서 17개 중앙행정부처 홈페이지는 평균 85.3점을 얻었으나, 4개 지상파 방송사(47점)과 주요 10개 신문사(48.2점)는 대부분 '매우 미흡'으로 평가됐다. 장애인 단체들은 미디어오늘을 포함한 인터넷 언론사의 웹 접근성도 상당히 낮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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