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랜드 공채시험 “노무현 죽음은 정부·검찰 책임인가?”
[단독] 이랜드 공채시험 “노무현 죽음은 정부·검찰 책임인가?”
인적성 시험서 정치성향 질문… 노무현 재단 “대단히 부적절하고 악의적 대목”

질문 :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정부와 검찰에 있다.
답 : 그렇다 or 그렇지 않다
 
2013년 이랜드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인적성(직무적성) 검사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 항목이다. 이랜드는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정치성향을 묻는 질문을 다수 포함시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원자들과 노무현재단은 "부적절한 행위"라며 반발했다.
 
이랜드는 지난 13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대졸 신입사원 인적성 검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1차, 오후 2차에 나눠 치뤄진 인적성 검사는 약 3만5000명의 지원자 중 서류전형을 합격한 3000여 명이 참가했다. 
 
약 4시간 30분동안 진행된 인적성 검사는 지원자의 인성과 직무적성 등을 평가한다. 기초인재유형검사, MBTI 등 지원자의 가치관과 성향을 묻는 검사와 언어·수리에 대한 시험도 있다. 
 
그런데 인적성 검사의 기초인재유형검사에는 지원자의 정치성향을 묻는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이랜드와 지원자들에 따르면 기초인재유형검사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질문과 더불어 "국가에서 우선시해야 할 것은 성장보다 분배다", "여성공무원 할당제는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다" 등에 대해 '찬반'을 대답해야 하는 질문들이 있다. 
 
   
▲ 이랜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이런 질문들은 기초인재유형검사에서 수년 전부터 사용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의 궁극적 책임주체를 묻는 질문은 2011년부터 매년 포함됐다. 또한 2008년 재정위기에 빠진 미국 자동차 빅3(GM, 클라이슬러, 포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국고 보조가 필요한지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질문도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3~4년 전에 만들어진 질문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사 지원자에게 정치성향을 묻는 건 부당"
 
지원자들은 채용 과정에서 기업이 정치성향을 묻는 행위는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한 지원자는 "이랜드가 보수적인 기업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지원자 입장에선 당연히 보수적으로 답변할 수 밖에 없다"면서 "취업을 위해선 소신껏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해 이명박 정부와 검찰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답변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원자는 "기업이 묻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정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라면서 "회사에 맞는 성향을 가진 인재를 고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성향을 묻는 질문이 합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굳이 질문 항목에 넣을 이유가 있었겠느냐"면서 "합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지난 13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이랜드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직무적성검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안영배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그런 식으로 묻는 건 대단히 부적절하고, 악의적으로 보일 대목도 있다"면서 "기업이 그런 걸 왜 질문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사무처장은 "신입사원 채용에서 돌아가신 분을 검찰과 연결시킨 질문을 한 의도를 모르겠다"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청년세대의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의 한지혜 위원장은 "정치성향이란 건 정말 개인적인 것이며 업무능력과는 상관이 없다"면서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정치성향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이런 질문을 묻는 이유에 대해 "애초에 정치 성향을 파악해서 진보적인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아예 채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보여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기초인재유형검사는 합격 당락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랜드 관계자는 "기초인재유형검사는 몇 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고, 당시 20대가 가장 알만한 내용들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언어·수리 시험과 적성검사는 합격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만, 기초인재유형검사는 지원자의 유형을 파악하는 데만 사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유형검사는 향후 면접에서 어떻게 자기 논리를 펼치는지에 대한 소스로만 이용된다"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 고쳐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기독교 이념 아래 세워진 이랜드는 기초인재유형검사에서 종교에 대해서도 물었다. 만약 지원자가 교회를 다닌다면 주요 교회 항목 중에서 선택할 수 있고, 비기독교인이라면 '기타'를 선택하면 된다. 이랜드는 지원자격에 '기독교인이거나, 기독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진 분'으로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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