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20일 발생한 방송사·금융기관 전산망의 동시다발적 마비는 북한 정찰총국의 소행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조사결과의 신빙성을 놓고 신문마다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로 재계가 패닉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강도높은 세무조사를 주문해 대조를 이뤘다. 정부는 진주의료원 폐업과 관련, 공개적으로 폐업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다음은 전국종합일간지 1면 머리기사다.

경향신문 <가난한 나라 수산자원 훔쳐 온 한국>
국민일보 <北도발 초읽기…발사VS요격>
동아일보 <中런민일보 “北,상황 오판말라” 강력 경고>
서울신문 <불신의 덫…한·미·북 3각 외교가 없다>
세계일보 <北, 3·20 해킹 8개월 전부터 공작>
조선일보 <北, 투자 끊기는 逆風…한국은 無風>
중앙일보 <기업 1170곳 고강도 세무조사 재계는 불안감 넘어 패닉상태>
한겨레 <청와대·복지부,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표명>
한국일보 <朴대통령 “北 협박·공갈해도 대가 없다”>

북한 정찰총국 소행이라지만…곳곳에 남는 의문점

   
▲ 중앙일보 8면 기사.
 
민관군 사이버공격 합동대응팀은 10일 과천 미래창조과학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3월20일 발생한 방송사·금융기관 해킹은 최소 8개월 이전부터 준비된 사이버 공격으로, 수차례 대남 해킹을 시도한 북한 정찰총국의 해킹 수법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합동대응팀은 “지난해 6월부터 북한 PC 6대가 금융사에 접속해 악성코드를 유포했고, 국내외 공격 경유지 49개 가운데 22개가 2009년 이후 북한이 해킹에 사용한 인터넷주소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한겨레는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빠진 채 국가정보원이 발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청 쪽은 ‘경찰 수사는 합동대응팀 조사와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해킹 진원지가 어디라고 확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경찰 내부에선 북한의 소행으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전한 뒤 서상기 새누리당 의원이 9일 발의한 사이버테러방지법 통과를 위해 국정원이 이번 발표를 주도했다는 시각을 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국정원 숙원사업인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을 이번에 밀어붙이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면 커다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정치 댓글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른 국정원에 사이버 안보 업무를 총괄하도록 맡기면 사이버 테러 대책을 빌미로 또 무슨 꿍꿍이를 꾸밀지 어떻게 알겠는가”라고 우려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신문에서 “지난해 12월 16일 국가정보원 직원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 때도 중간 수사결과를 빨리 발표했다가 정반대 수사결과가 나와 비판여론이 커졌던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도 미래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이번 발표는 국정원이 주도한 것”이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대응팀에 참여한 민간 보안업체들은 “악성코드나 해킹수법만으로 (북한 소행을) 판단한 것은 아니고,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정보를 종합해 결론 내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장기간에 걸쳐 보안시스템의 빈틈을 연구하는 ‘지능형 지속공격(APT)’의 전형이란 게 대응팀의 설명이지만 방송·금융사 서버가 처음 감염된 경로는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대응팀은 국내 25곳, 해외 24곳 등 총 49개 공격 경유지를 파악해냈다면서도 해커가 국내에 마련한 거점 서버 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조선일보는 정부 발표에 의문점을 제기하기 보다는 “이번 해킹에 사용한 기술은 이미 알려진 것으로 기술적 난이도는 낮다”고 평가한 뒤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김휘강 교수의 말을 인용해 “8개월 이상 끊임없이 노력한 끈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우리의 사이버 보안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며 “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직원들에게 수시로 비밀번호를 바꾸고 백신 프로그램을 깔도록 하는 사이버 민방위 훈련을 꾸준히 벌여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아일보 역시 “최근 북한의 공격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뤄진다는 게 특징”이라며 “2009년 디도스 공격, 2011년 디도스 공격, 2011년 농협 전산망 공격, 2012년 중앙일보 공격 등이 이번 공격과 비슷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경향신문은 “이번 사이버 테러 또한 최근 북한 정찰총국이 사용해온 대남 해킹 수법과 유사하다는 대응팀 설명을 뒤집어보면, 북한의 뻔한 공격 유형을 ‘알고도 못 막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와 달리 북한의 해킹 기술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북한은 미국, 러시아와 함께 세계 3대 사이버전 강국으로 평가받는다”며 “2008년부터 해킹 기술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이 신문에서 “북한이 파급력 큰 국가기간시설망을 언제든 테러할 수 있는 능력을 충분히 갖춘 것으로 파악 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만 ‘세무조사에 재계 패닉’을 1면에 올린 까닭은

   
▲ 중앙일보 1면 기사.
 
중앙일보는 1면 머리기사에서 “국세청이 매출액 500억원 넘는 1170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올해 한다. 지난해 930개에서 무려 240개 증가한 수치다. 또 세무조사 기간도 늘어난다. 통상 3~4개월 걸리던 조사가 6~8개월로 두 배 길어진다”며 “고강도 세무조사로 재계는 패닉”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대대적인 세무조사는 135조원에 달하는 새 정부의 복지 예산 등 부족한 세수 확보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밝힌 뒤 “말만 정기 세무조사지 실제로는 특별 세무조사나 다름없다”는 대기업의 불만을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국세청은 현재 한국GM, NHN, LG디스플레이, GS칼텍스, E1, 동아제약, 동서그룹, SK케미칼, 코오롱글로벌, CJ E&M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을 세무조사하고 있다. 또 KB국민은행, SC은행,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증권 등 금융회사, 인천공항공사 같은 공기업도 세무조사 중이다.

이 신문은 “논란이 될 만한 부분에 대해서는 세무조사요원이 세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세무공무원이 세수 확보에 쫓기고 있으니 기업은 더욱 불안하다”는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전했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이 신문에서 “털어서 먼지가 나지 않는 회사가 있겠느냐”며 “(세무조사엔) 구멍가게를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신문은 “보통 경기가 어려울 땐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유예해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엔 거꾸로다”라고 보도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이 신문에서 “경제가 가뜩이나 위축된 가운데 (세무조사로) 기업가 정신이나 기업인 심리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도는 재계의 주장을 일방 전달 한 것으로 보도 배경에 궁금증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이번처럼 재계를 대변하는 중앙일보의 보도는 왕왕 논란이 됐다. 이때마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삼성그룹 이건희 일가와 친인척 관계라는 점은 늘 거론됐다.

조선일보 “국세청, 적극적으로 대기업 세무조사 해야”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같은 날 사설에서 “세무 당국은 부의 대물림이 우리 사회의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되새기며 상속·증여세에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해 중앙일보 보도와 대조를 이뤘다.

조선일보는 “감사원은 10일 재벌 총수가(家)의 가족끼리 일감을 몰아주는 식의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하고서도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현대자동차·SK·CJ·GS·롯데쇼핑·신세계·STX·대선주조 등 9개 그룹으로부터 증여세를 징수하라고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전한 뒤 “감사원이 증여세 징수를 통보한 9개 그룹은 엄청난 부(富)를 상속 또는 증여했으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아 국민의 비판을 받아온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국세청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독점권 제공 같은 방식으로 얻는 부수적 자산 가치 상승에 대해서는 이익이 현금으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금 부과에 소극적이었다”며 “감사원의 주장대로 증여·상속에 따른 간접적 이득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만들어졌는데도 국세청이 이를 9년 동안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면 이는 심각한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올해부터는 재벌 그룹이 특정 계열사에 정상 비율(30%)을 넘어서는 일감을 몰아주면 그 계열사에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과세 기준이 분명해졌다”며 “국세청의 징수 의지가 약하면 그마저도 유야무야 넘어가버릴 공산이 크다”며 국세청의 적극적 세무조사를 주문했다.

청와대, 진주의료원 두고 “폐지보다 정상화”

   
▲ 한겨레 3면 기사.
 
정부가 폐업 조치를 앞둔 진주의료원 사태를 두고 폐업 반대 의사를 밝혔다. 10일 오전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휴업 중인 진주의료원을 전격 방문하고, 진주의료원 폐업을 추진해온 홍준표 경남지사를 만났다. 진 장관은 폐업에 반대하며 병원 앞에서 농성 중이던 진주의료원 직원들에게 “어떻게든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을 찾아보고자 왔다”고 말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진 장관은 “경남도가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주길 바란다. 노조 측과 대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에선 이정현 정무수석이 국회 보건복지위의 민주통합당 의원 6명과 만나 “(진주의료원이) 최악의 상황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새누리당과 청와대, 정부 관계자들의 이 같은 입장 정리가 “홍 지사의 의료원 폐업 추진은 정권 초기에 공공의료를 축소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기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며 이 문제를 방치하면 야권의 집회가 이어졌던 제2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되거나 촛불 집회의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새누리당은 특히 진주의료원 문제로 10월 재보선에서 타격을 받을까 우려한다”며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강경 방침에도 진주의료원 사태는 폐업으로 치닫지 않고 병원 구조조정을 거쳐 정상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전보다 커졌다”고 내다봤다. 조선일보는 진주의료원이 강성노조로 인해 부실경영을 하게 되어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보도를 여러차례 한 바 있다.

한겨레는 정부의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 의사를 1면 머리기사로 전하며 “홍준표 지사는 정부가 500억원을 지원하면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고 보도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500억원은 의료원 구조조정 대상자에 대한 위로금, 최신장비 구입비 등을 합한 액수”라고 전했다.

한겨레 또한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청와대와 정부가 태도를 바꾼 배경에는 공공의료 강화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의 직무유기에 대한 시민사회의 비판과 지방선거를 앞둔 새누리당의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 평가했다.

한편 경남도의회는 오는 18일 진주의료원 해산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8일까지 복지부 앞에서 단식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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