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취재차량 운전노동자들이 중심인 전국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이하 KBS비정규직노조)가 8일 임금인상과 부당징계 철회 등을 내걸고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주) KBS취재차량서비스 소속 307명의 운전자 가운데 언론노조 조합원은 182명이며, 이중 90% 이상이 이번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서울지역 파업을 시작으로 지난 5일부터는 전국 자체파업이 시작됐고 8일에는 상경투쟁이 이뤄졌다. 22일째 파업이지만 KBS비즈니스 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해 방송차량 운영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이다.

KBS비정규직노조 소속 조합원 100여명은 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진행하며 (주) KBS취재차량서비스의 원청사업자라 할 수 있는 박갑진 KBS비즈니스 사장에게 △전 직원 월 230만원 임금 지급 △박은열 취재차량서비스 사장 교체 △중노위의 부당징계 판결 즉시 이행 △부당징계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 8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언론노조 방송사 비정규지부 KBS분회의 총파업 출정식이 열렸다. ⓒ이치열 기자
 
차량운전노동자들은 10년째 기본급이 동결됐다. 2008년 당시 76만원이었던 기본급은 2012년 75만 4천원으로 감소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식대를 12만 4천원에서 3만 7천원으로 대폭 삭감하기도 했다. 이에 KBS 비정규노조는 근속수당과 당일 출장비, 근속수당 등에 대한 인상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는 기본급이 최저임금(시간 당 4860원) 이하로 지급되기도 했다. 이에 지난 5일 KBS이사회는 최저임금수준에 맞춰 기본급여를 280원 인상했다. 이향복 노조위원장은 “방송차량서비스가 2004년 7월 1일 탄생한 이후로 우리는 늘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2009년에는 (기본급이) 최저임금 보다 아래였지만 고용안정을 위해 참았다”고 말했다.

이향복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없애겠다는 마당인데 수신료를 올리겠다는 KBS에서 이래도 되나”라고 반문한 뒤 “우리는 억울해서, 배고파서 나왔다. KBS 안에는 온갖 비정규직이 다 있는데, 정작 KBS 기자들은 (취재를 위해) 비정규직이 어디 있느냐고 묻더라”라며 토로했다.

강성남 언론노조위원장은 이날 연대사에서 “여러분은 KBS에서 항상 중요한 사람들이다. 그런 여러분을, KBS는 손자회사(자회사의 자회사)란 형식으로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범법행위를 저질렀다. KBS는 포악한 장사꾼과 다를 바 없다. 공영방송으로서 수신료를 요구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KBS비정규직노조는 박은열 사장의 퇴진 또한 요구하고 있다. 2012년 (주) 방송차량서비스는 박은열 사장 취임 직후인 8월부터 9월 사이 노조 관계자를 대상으로 4건의 징계를 했고, 서울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3월 25일 부당징계 판결을 내렸다.

   
▲ 8일 파업출정식에서 삭발에 눈물흘리는 조합원. ⓒ이치열 기자
 
이향복 위원장은 “전임 노조위원장, 전 대의원들이 순차적으로 징계를 받았다. 지각 30분에 감봉 6개월·5개월, 말다툼에 정직 3개월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은 이어 “박은열 사장은 불합리한 도급구조에 대해선 한마디 말도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KBS비즈니스와 방송차량서비스 경영진은 노조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경영진은 최근 입장을 내고 “상여금, 시간외수당, 후생비 등을 포함하면 월 평균 230만원을 지급하고 있어 동종업체 종사자보다 결코 낮은 임금이 아니다”라며 “전체 지급액은 최저 임금보다 상향 지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들은 이어 “방송차량서비스 직원은 KBS보다 정년이 2년 더 늘어난 60세까지 고용을 보장받는 정규직원”이라며 “현재 비정규직 신분을 주장하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이향복 노조위원장은 “도급 계약서를 보면 우리가 파업을 하면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조항이 있다. 우리가 매년 임금협상을 할 때마다 이 같은 계약해지 루머가 돌았다”며 사실상 비정규직과 다름없는 신분이라고 주장했다.

연대의 움직임은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5일 성명을 내고 “비정규 노동자들은 휴일도 없이 시간외 근무를 해야 겨우 생활이 유지될 정도로 열악한 임금과 극심한 노조탄압에 시달리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탄압을 뚫고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는 조합원들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4월 18일 오후 7시 프레스센터에서 KBS수신료 인상 관련 토론회가 있다. 공영방송사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인상과 생존권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토론회를 무산시킬 것”이라 경고했다. 주봉희 부위원장은 “정규직 언론노동자가 기득권을 양보하지 않는 한 사내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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