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경제’라는 키워드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는 다른 수많은 화제 때문에 다소 가려졌지만 현 정권이 실제 정책의 예산을 짜고 틀을 내밀어야할 오늘날에 이르자 장안의 화제처럼 되어버렸다. 이유는 익히 알려져 있듯, 워낙 그 의미가 오리무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정의 핵심으로 포장되었고 말의 각인 효과까지 뛰어나서 손쉽게 뭉개고 넘어갈 수도 없다.

그 결과, 창조경제는 도대체 무슨 뜻인가에 대한 수많은 가설들을 창조해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 후보의 “기술 추격형 경제를 선도형 경제로 바꾸는 것”부터 인수위 교과분과의 “창의력과 과학기술, 정보통신을 융합해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창조경제의 핵심”이든, 어떤 것도 뜬구름 잡기이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 키워드가 서스펜스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 던져진 실체 없는 미끼, 즉 맥거핀인가 하면 그것도 아닌 듯하다. 여하튼 경제 성과라는 실체를 그것으로부터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대충 그런 중요한 것이 있다고 고위 당사자들끼리는 어렴풋이 공감대를 상정하고 넘어갔는데, 알고 보니까 아무도 제대로 모르고 있더라 정도가 맞지 않나 싶다.

   
 
 
이것은 마치 개그만화 [아색기가](양영순)에 등장하여 히트쳤던 용어 ‘꽁기꽁기하다’를 연상시킨다. 04년 즈음 게재되었던 에피소드에서, 일련의 국문과 사람들이 산행을 간다. 그런데 조교가 라면을 깜빡했다고 말하자 노교수가 “상황이 꽁기꽁기하게 되었군”이라고 답하고, 같이 간 다른 젊은 교수가 그런 말이 있는지 혼자 고심한다. 그런데 다른 이들은 모두 알아듣고 있는지, 이상하다는 반응이 없다. 그런데 노교수는 다른 상황에서도 계속 꽁기꽁기하다고 말하고, 혼자 그 말의 뜻을 추론하려고 하던 젊은 교수는 말미에 결국 성미가 폭발하고 만다.

   
 ⓒ양영순.
 
창조 경제의 경우, 결국 성미가 폭발한 것은 실무로 옮겨야 할 모든 공무원들과 국민들이다. 창조 경제가 무엇이냐고 결국 정권의 그 분들에게 직접 묻게 되었는데, 그러자 아주 ‘꽁기꽁기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기획을 구체화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척도를 세울 수 있는 정책기획이 온 것이 아니라, 아직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를 향한 추상적 바람을 압축한 대답만 돌아왔다. 아마 개그만화였더라면, 이쯤에서 한번 파안대소를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혼선을 종식시키고자, 결국 얼마 전에 박대통령이 직접 창조경제의 정의를 하달했다 - "창의성을 경제 핵심가치로 두고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 융합을 통해 산업과 산업이 융합하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해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 덕분에 한 가지가 이제는 명쾌해졌다. 바로, 오해와 혼선 때문이 아니라 애초부터 마음대로 아무렇게나 붙이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이런 개념화라면 오늘날 사실상 모든 경제는 '창조경제'이기 때문이다. 어떤 악성 헤지펀드들도 세금탈루 과정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과학기술과 ICT를 활용하고(실시간 전산) 산업과 (탐욕의)문화를 융합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던가. 즉 모든 경제 일반에 명찰만 새로 붙인 격이 된다.

‘창조 경제’가 나름대로 어감은 그럴듯하지만 실무적 내용과는 동떨어진 개념이라는 것이 이제 좀 명확해졌으니, 실제 정책에 적합한 다른 세부적 개념들은 새롭게 만들어내고, 수사의 층위에서 광고 카피를 뽑거나 유머 소재로 삼을 때나 쓰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것이 사회적 담론의 낭비를 조금 줄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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