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밤 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15회가 방송됐다. SBS E! 연예뉴스 조성필 기자는 방송시간 내내 마감으로 바빴다.

조성필 기자는 15회 드라마 내용을 가지고 총 다섯 건의 기사를 썼다. 첫 기사는 드라마가 시작하고 40분이 지난 10시 35분에 나갔고 다섯 번째 기사는 드라마가 끝난 직후인 11시 22분에 나갔다. 드라마 시작(밤 9시 55분)부터 기사를 썼다고 가정하면 하나의 기사를 쓰는데 대략 16분(80분÷5개)이 걸린 셈이다. 

조성필 기자가 이날 쓴 기사는 다음과 같다. ▶ <송혜교, 수술 날짜 미루겠다> (22시 35분 04초) ▶ <조인성, 송혜교에 대한 미안함에 눈물 “사랑하게 하지 말걸”> (22시 35분 47초) ▶ <송혜교, 수술 앞두고 배종옥에게 ‘안부 전화’> (22시 52분 11초) ▶ <송혜교, 수술 앞두고 조인성 전화 “잘 지내나 궁금해서”> (23시 11분 32초) ▶ <송혜교, 수술 앞두고 ‘자살기도’> (23시 22분 27초). 시간대를 보면 숨가빴던 마감 상황을 느낄 수 있다.

조성필 기자는 14회 방송이 나간 27일에도 다섯 건의 기사를 생산했다. 기사가 노출된 시간 대나 분량 역시 15회와 유사했다. 27일 나간 기사는 다음과 같다. ▶ <조인성, 송혜교에게 “널 사랑한 건 진심이었다”> (22시 34분 33초) ▶ <조인성-송혜교, 마지막 장터 데이트> (22시 35분 36초) ▶ <배종옥, 송혜교 이별 통보에 “넌 내 딸이야”> (22시 47분 12초) ▶ <정은지, 돈 포기한 조인성 선택에 “니 일부러 안 받았지?> (23시 04분 08초) ▶ <조인성-송혜교, 이별 후 서로의 빈자리 느껴> (23시 18분 46초).

   
▲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리뷰 기사들.
 
조성필 기자는 13회가 방송된 21일에도, 12회가 방송된 20일에도 똑같이 다섯 건의 드라마 리뷰 기사를 썼다.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기사 다섯 편을 읽으면 줄거리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내용은 구체적이었다. 조성필 기자는 드라마를 보며 실시간으로 기사를 작성해 올렸다. 드라마 장면도 순간캡처 한 뒤 빠르게 올려야 했기 때문에 노동강도는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리뷰스타 배은설 기자도 사정은 비슷했다. 배은설 기자는 15회 방송리뷰를 29일 새벽부터 올렸다. 기사는 다음과 같다. ▶ <조인성, 말없이 송혜교 바라보기 ‘애틋’> (0시 30분) ▶ <조인성, 송혜교 자살 시도에 오열> (0시 50분) ▶ <수술 앞둔 송혜교, 결국 ‘자살 선택’> (1시 10분) ▶ <김태우, 정은지 향해 “나라도 날 이해해야지” ‘쓸쓸’> (7시) ▶ <김태우, 조인성과 작별 후 외로운 죽음> (7시 30분). 

연예매체 기자들의 대부분은 주말이나 밤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리뷰를 쓴다. 기자들 입장에선 더 이상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을 편하게 즐기며 볼 수 없다. 리뷰를 통해 페이지뷰(PV)를 올려 온라인광고수익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연예매체 기자들은 당직이란 이름으로 퇴근 후에도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관련기사 : <연예기자의 고백 “아이유 입을 상처, 우리도 알지만…”>)

이 같은 실시간 리뷰 기사는 언제부터 늘어났을까.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전 <텐아시아> 편집장)는 “오래전부터 리뷰기사의 경향은 있었지만 포털사이트에 실시간으로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들이 생기며 단시간에 클릭을 유도할 수 있는 리뷰의 수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리뷰기사는 (포털에서) 기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당일 밤과 다음날 아침 뉴스의 여백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실시간 리뷰의 탄생이 포털의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뜻으로, 리뷰기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를 원하는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와 PV(페이지뷰)를 올려야 하는 연예매체의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결과물로 봐야 한다.

이와 관련 강명석 평론가는 “실시간 리뷰 기사는 부족한 뉴스를 메우기 위해 올라올 뿐이다. 예능과 드라마 등 리뷰가 갖는 재미 자체도 요즘에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어 (리뷰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최근에는 배우들의 이름을 제목으로 쓰는 자극적인 리뷰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리뷰만으로는 페이지뷰가 올라가지 않아 나온 궁여지책”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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