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에 패배함으로써 민주진보진영의 정당들은 이제 당 안팎에서 정치혁신의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기성 정치에 대한 불만과 피로로 인해 이미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새 정치에 대한 기대가 부상했던 상황에 더해, 선거 패배 이후 정치혁신에 대한 요구의 증대는 민주진보진영의 정당들로 하여금 더 이상 새 정치와 정치혁신을 피해가기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새 정치이며 정치혁신인가? 새 정치와 정치혁신의 어려움은 바로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를테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에서 국회의원 의석수를 줄이고 중앙당과 국고보조금을 축소하는 것을 새 정치의 주요한 화두로 던졌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과 행정부 견제를 위해 국회 권능을 강화시키는 것이 더 우선적인 정치혁신 과제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한편, 새 정치와 정치혁신이 언급될 때마다 ‘환골탈태’와 ‘뼈를 깍는’ 변화도 늘상 요구된다. 물론 기존 정치에 대한 식상함이 너무 큰 상황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라는 표현이겠지만, ‘환골탈태’와 ‘뼈를 깍는’ 변화 역시 그 변화를 통해 등장한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런 점에서 그것은 변화 요구의 절박감과 간절함만을 드러낼 뿐, 새 정치와 정치혁신의 방향과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래 필자는 민주당의 정치혁신위원장을 맡아 그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리고 60여 일 동안 민주당을 변화시킬 혁신안을 만드는 한편, 국회와 정치 일반에 대해서는 긴급히 수행되어야 할 정치혁신의 내용을 제시했다. 그 과정에서 새삼 느낀 것은 정치혁신의 방향과 내용에 관련하여 서로 다른–여기에 각 세력들의 이해까지 덧붙여진–의견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모두가 정치혁신을 말하지만, 그 방향을 쉽게 정리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의 정치혁신안은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가장 중요한 혁신의 내용은 계파 이해와 갈등이 쉽게 작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이었다. 그리하여 당직 선출과 공직후보 추천에 계파 이해가 가능한 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관련 제도들을 만들었다.  다음으로 정당으로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그 동안 상당히 약화되었던 당의 조직기반을 강화시키는 한편, 당의 정상적인 작동을 어렵게 만들었던 당의 각종 낙후된 시스템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민주당의 정치혁신안은 내부 정비에 주안점을 둔 혁신안일 뿐이다. 따라서 그것이 어느 정도 실현이 된다면 그 혁신은 다시 국민의 신뢰를 획득한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에 대한 분명한 대안세력으로서 자리를 잡는 또 다른 혁신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정치혁신위원회가 만든 민주당의 혁신안은 이후 지속적으로 전개될 민주당 혁신의 출발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해구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이와 관련하여 향후 민주당의 혁신 실천에 중요하게 제기되는 문제는 그 혁신을 주도할  주체 형성의 문제이다. 물론 혁신 실천의 일차적인 책임은 5·4 전당대회를 통해 등장하는 차기 지도부에게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혁신은 단지 지도부만의 의지로 실천되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당 안팎에서 혁신 실천을 통해 민주당을 다시 탄생시킬 집단적인 주체들의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부터 1년 3개월 뒤인 2014년 내년 6월의 전국동시지방선거 후에, 그리고 3년 뒤인 2016년 20대 국회의원 총선 후에 민주당은 과연 생존해 있을까? 아니, 생존을 넘어 국민 신뢰 위에서 대안 정당으로 다시 탄생해 있을까? 아마도 그 결과는 지금으로부터 민주당이 얼마나 자기 혁신에 매진해나가는가에 달려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