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재철 사장이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과반수 찬성으로 임기 만 3년만에 해임됐다. 편파보도·해직 언론인 등 공영방송사 MBC의 근간을 흔든 장본인으로 꼽히는 김재철 사장의 해임은 MBC 정상화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오전 열린 이사회에서는 일부 반대 의견도 표출됐으나 해임안을 상정했던 최강욱 선동규 권미혁 등 야권 추천 이사 3인을 비롯 여권 추천 이사 2인을 포함해 총 5인의 찬성으로 해임안이 통과됐다. 이날 표결은 비밀투표로 이뤄졌다. MBC 사장 해임안은 방문진 이사회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된다.  
 
이날 출석한 김 사장은 "절차를 어긴 것을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11시경 소명 후 방문진을 빠져나가면서 기자들에게 "충분히 소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표결과로 볼 때 여권 추천 이사들 입장에서도 김사장의 해명은 충분한 소명이 되지 못했던 셈이다. 여권 추천의 김광동 이사는 이사회 전 "김재철 사장 하기 나름"이라며 "조치 내용을 보고 진전됐고 공영방송 상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의견을 제출하면 표결에 참작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26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에 들어서는 김재철 MBC 사장에게 취재진이 질문을 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방문진 이사회 전 일부 이사들의 표변이 감지되기도 해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물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차기환 이사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MBC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봐야하고, 김 사장이 이사회에서 어떤 식으로 소명하는지 들어봐야 한다"며 "어떤 경우에서라도 (해임안 찬성 기조가) 변하지 않는다고 말할 순 없다"고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김문환 이사장은 25일 "해임안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이날 이사회 전 기자들에게는 "내 입장을 말할 수 없다"며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해임안은 MBC 주주총회에서 통과돼야 최종 확정된다. 하지만 방문진이 MBC 지분 70%를 소유하고 있으므로 주주총회 통과는 기정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 박재훈 홍보국장은 "늦었지만 방문진의 결정을 환영하며, 방문진은 MBC 정상화를 최우선으로 하는 인사를 신임 사장으로선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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