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참가 이후 타 부서로 전보조치됐던 MBC 기자·PD·아나운서 등 65명이 다시 현업으로 복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20일, 이들에 대해 전보발령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의 손을 들어줬다. 
 
MBC는 파업 이후 복귀한 조합원들을 서울 경인지사, 미래전략실, 사회공헌실, 용인드라미아 개발단 등으로 전보조치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방법원(제51민사부)은 "전보발령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피신청인의 권리남용에 해당해 무효라고 할 것"이라며 "피신청인을 상대로 이 사건 대상 전보발령의 효력 정지를 구할 피보전권리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결론내렸다. 

이로써 김완태, 최현정 등 아나운서와 왕종명 앵커를 비롯한 기자, PD 등이 모두 복직할 수 있게 됐다.
 
법원은 '업무상 필요'에 의해 전보조치했다는 회사의 해명에 대해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피신청인(MBC 사측)은 위와 같은 전보발령이 업무적 필요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구체적인 근거(예컨대 이전부터 논의돼 오던 추친계획이나 위 전보발령 전에 그 발령지들에 배치될 희망자를 물색하는 등의 사전조치가 있었는지 여부)를 소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완태 아나운서(왼쪽) 최현정 아나운서(오른쪽)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피신청인이 근거로 드는 자들은 대부분 국장/부국장/부장 급으로 승진하면서 현업을 떠나 피신청인 회사 경영에 관여하는 고위직을 맡게 돼 그와 같은 보직에 발령된 자들이거나 징계를 원인으로 해 그 보직에 발령된 자들"이라고 봤다. 
 
법원은 '기존 보직으로 복귀시 파업 비참가자들과의 불화가 우려된다'는 사측의 주장에도 "다소간의 불화가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데, 이를 이유로 쟁의행위에 참여한 자들만 업무상 관련성이 없거나 낮은 부서로 전보발령을 하는 것이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따른 전보발령이라고 볼 수 없"다 고 판단했다. 
 
기존 보직 대신 타 부서로 쫓겨났던 조합원들이 이로 인해 '업무상, 생활상 불이익을 당했다'고 판단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법원은 "신청인들이 전보발령된 발령지들은 신청인들이 입사한 이래 해오던 업무와 그 업무내용이 현저히 달라 신청인들이 피신청인 회사에 입사했을 당시 장차 근로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직종의 변경이 초래되는 수준이고, 그와 같은 직종 변경까지 이르지 않는 보도국 중부취재센터나 미래전략실의 경우 이 사건 대상 전보발령일에 생긴 부서로 사무실 집기조차 마련되지 않아 그 업무내용도 명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MBC가 단체협약을 어긴 사실도 확인했다. MBC 단체협약 26조(인사원칙) 제5항은 '각 사는 조합원의 직종변경, 파견근무 등 주요 인사이동시 적재적소의 원칙, 기회균등의 원칙, 욕구충족의 원칙에 따라 인사를 행하되 사전에 해당 조합원의 의견을 참작하며 해당지부에 사전 통보한다'고 규정돼 있다. 판결문은 "피신청인은 이 사건 대상 전보발령 전에 신청인들과 의 아무런 사전 협의나 노동조합에 대한 사전 통보 없이 곧바로 이사건 전보발령을 내린 사실이 각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MBC 본부는 "이는 그동안 제동장치 없이 반복됐던 김재철 사장의 명백한 보복인사에 대해 내려진 첫 법률적 판단이며, 이로 인해 회사 측의 행위가 법적으로도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는 점이 분명해졌다”고 지적했다.

MBC 본부 박재훈 홍보국장도 21일 "늦었지만 당연한 판단이라고 생각하고 회사의 인사조치가 얼마나 황당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으니 조속히 받아들여 정신적 물리적 피해가 이어지지 않도록 복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21일 사측에 공문을 보내 "부당한 전보 발령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나옴에 따라 본 노동조합은 회사가 해당 조합원에 대한 원직복귀 인사조치를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신천교육대'로 불리는 MBC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등 41명의 조합원들은 이번 판결에 포함되지 않았다. 또한 사측이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어 사태가 쉽게 풀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음은 이번 복직 결정 된 조합원들이다. 

최상일 박승규 손미경 김봉근 백성흠 오동운 장준성 김상균 이세옥 김범도 이호찬 김민욱 박태경 김상호 성지영 이남호 성장경 안희남 남궁성우 박준우 김완태 문소현 이은성 임명현 이우호 홍우석 임대근 이정식 김연국 김철영 김수진 김동희 임경식 박경추 서정문 왕종명 최형종 나준영 최현정 정영선 임화민 홍혁기 이선태 허태정 최율미 박정일 송일준 양찬승 정희찬 조승원 김만진 허일후 김현경 김상민 이용주 곽동국 한임경 박관수 정찬형 조능희 신동진 조효정 김재용 전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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