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태 중부대학교 교수가 20대 여성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고은태 교수가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이사장을 지내고 강의와 기고를 통해 인권 운동을 펼친 경력도 부각되고 있다. 인권 운동으로 존중을 받아온 인사가 숨겨진 성폭력 가해자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고 그만큼 비난 여론도 쏟아지고 있다. 

고은태 교수의 성희롱 행각은 트위터 계정 '@toxic****'가 "고은태 씨는 명확하게 자신의 권력을 갖고 저를 희롱했다"면서 "일주일이 지나서야 저는 이런 관계는 좋지 않다고 말했고 고은태 씨는 유지하고 싶다고, 성희롱을 해서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고 주장하면서 드러났다. 특히 메신저 카카오톡을 통해 고은태 교수가 "얼굴 사진 드리면 대놓고 실망하면서 특정부위의 벗은 사진 요구하셨다"라고 밝혔다.

'@toxic****'에 따르면 고씨는 DS 관계를 요구했다. DS관계란 ‘돔(domination), 섭(submission) 관계’로 주인과 노예로 나눠 성적 역할을 하는 관계를 말한다.  '@toxic****'는 "저는 DS관계를 허락한 적도 없고 유부남인 남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 생각도 없다"면서 "그런데 인권을 말하는 자가, 여성의 인권을 무시하며 벗은 사진을 보내고 돔의 권력으로 카톡을 보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toxic****'는 또한 "제 아는 여동생도 갑작스런 깊은 스킨쉽에 놀랐다고 하더군요"라고 말해 실제 만남에서도 고씨의 성추행 행위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toxic****'는 "더 많은 피해자가 있어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학교와 아내분께 알리려고 합니다", "우스운 건 말이죠. 또 다른 피해자와 증거들은 속속 들어온다는 거에요"라고 밝혀 자신 이외에도 피해자가 있다는 것도 간접적으로 밝혔다.
 

   
고은태 교수는 21일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의 트윗을 통해 성희롱 행위을 시인하고 사과하다고 밝혔다.
 

고씨의 성추행 행각을 트윗에 밝힌 강모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도 "공론화 이후 '먼저 말해줘서 고맙다'라는 전한 피해자는 본인의 경우 자신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성추행을 당한 피해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강씨는 "인권에 관심이 있는 20살 아는 동생이 오프라인 상에서 고씨를 만나 스킨십을 당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고씨의 행각을 공론화하려고 마음을 먹은 것도 추가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강씨는 인권에 관심이 깊어 고씨를 팔로우하게 됐고 인권을 주제로 멘션을 보내면서 관계를 쌓았다. 그리고 며칠 뒤 특정 정당의 세미나에 인권을 주제로 한 발표의 발제자로 나선 고씨의 강의를 듣게 됐다. 강의가 끝난 뒤 강씨는 고씨가 찍은 세미나 단체 사진을 받기 위해 카카오톡 계정을 알려줬다. 그리고 다음날 고씨는 '실제로 자신을 만난 느낌'을 물었고, 강씨가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자 갑작스럽게 DS관계를 요구했다는 것이 강씨의 주장이다.

강씨는 "나이가 많고 존경했던 분이라 바로 그 자리에서 거절을 하지 못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속옷을 벗고 어디를 갔다오라'는 식으로 성적 행위를 명령하는 문자를 보내서 완곡히 싫다고 표현했는데 5일 동안 문자가 계속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문자를 계속 확인하지 않았지만 트위터에까지 멘션을 날려서 장문으로 더 이상 이런 관계가 부적절하고 연락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는데도 '저랑 대화하면서 살아있는 기분'이었다고 얘기해서 이분이 자신의 행위를 성희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구나 생각해서 카톡을 차단하고 트위터 계정까지 바꿨다"고 말했다.

강씨는 연락을 끊고 6개월 정도 시간이 지난 뒤였지만 고씨가 자신과 비슷하게 다른 여성과 성적인 멘션을 주고받고 실제 아는 동생까지 고씨에게 스킨십을 당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더 이상 추가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론화할 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강씨는 "고씨는 인권 분야와 트위터에서도 유명한 분이다. 먼저 나서려고 하지 않았는데 고씨를 잘 아는 분한테도 어린 여성을 상대로 계속해서 꼬시고 다닌다라는 얘기를 들었고, 아는 지인까지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른 피해자가 생길 것이 우려됐다"고 말했다. 강씨는 고씨에게 자신과 비슷한 피해를 입은 사례를 수집 중이다.

고은태 교수는 자신의 성폭력 내용이 담긴 트윗이 21일 새벽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결국 이날 아침 자신의 트윗을 통해 "앞으로 자숙의 시간을 가지며 부도덕한 처신에 대해 반성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toxic****'의 주장이 사실임을 시인했다.

고 교수는 "변명하자면, 저는 당시 상대방도 그런 대화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면서 "오늘 toxic****님의 트윗을 보면서 그것이 저의 착각이었음을 알게 됐다. 카톡 대화를 통해 상처를 입힌 점 죄송하게 생각하며 사과드린다. 또한 많은 분들이 주신 비판과 걱정에 동의하고 저의 잘못된 처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디어오늘은 직접 고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닿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고 교수가 SNS상 사회 현안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활발히 내왔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이 큰 모습이다. 일명 SNS에서 파급력이 큰 인사여서 친근한 느낌을 줬지만 막상 뒤에서는 성추행의 가해자였다는 사실에 누리꾼들도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엠네스티 한국지부 회원들도 이사장까지 역임한 인사가 성폭력의 당사자라는 사실에 당혹스런 반응이다. 각종 SNS상에서는 자신을 엠네스티 회원이라고 밝히면서 실망스런 입장을 내놓고 있다.

고 교수가 소속된 중부대학교도 불똥이 튈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고 교수는 현재 중부대학교 건축공학과에 재직 중이다. 확인결과 21일 오전 학교 수업이 있었지만 정확한 사유를 밝히지 않고 수업이 취소됐다.

학교 관계자는 "진상 파악을 위해 본인에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지만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면서 "학교의 공식 입장은 일단 사실관계 진위 파악이 우선이다. 만약 사실이라면 학교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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