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과 관련해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와중에 국방부를 출입하는 기자단이 외국 방위산업체의 전부 또는 일부 지원을 받아 ‘미디어 투어’를 떠났다. 더군다나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를 둘러싼 수십 가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어, 언론이 인사 검증 의무조차 망각한 채 외국 출장을 가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13일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국방부의 차세대전투기(FX) 3차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과 보잉,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기자단에 견학 취재를 요청했다. 기자들은 이런 요청에 대부분 응해 출장 의사를 해당 업체에 전달했다.

당초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가입된 20여 개 언론사 소속 기자들은 업체 세 곳 중 1~2 곳을 신청해 18일부터 2주 동안 첫 주와 둘째 주로 나눠 각각 6~7일 정도의 견학 투어를 가진 후 돌아올 예정이다. 하지만 13일 미디어오늘 기사가 나간 후 세 업체 중 EADS의 일정은 잠정 연기됐다. 록히드마틴사 출장은 KBS와 동아일보, 세계일보, 코리아헤럴드, 아시아경제 등 일부 언론사만 예정대로 강행했고, 보잉사 일정도 취소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BS 등 몇몇 언론사는 항공료와 일비 등 취재경비의 일부를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그동안 한반도 긴장과 공포를 자아내는 기사를 쓰면서 현역 장성들이 제자리에 안 있고 골프를 쳤다고 호통치던 언론이 키 리졸브 훈련 기간에 무더기로 외국 출장을 떠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며 “필요에 따라 외유성이 아닌 출장을 갈 수 있지만, 안보위기 상황에서 자리를 비울 만큼 시급한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 기자단 간사를 맡고 있는 모 언론사 기자는 이처럼 중대한 시기에 현장을 비우고 해외취재를 가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시기가 안보 위기 상황이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긴 하지만 당장 북한 도발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업체와 두세 달 전에 일정을 조율한 당시에는 예측 못했던 부분이고 지금 상황이 한반도 전쟁이 임박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수조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을 직접 검증할 기회”라고 반박했다.

언론환경 어려운 때일수록 ‘이율배반’ 아닌 ‘중심’ 잡아야
[해설] 국방부 기자단 ‘미디어투어’ 무엇이 문제인가

언론사 기자들 중에는 자기 돈을 들이지 않은 나름 ‘합법적’ 방법으로 외국 여행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두고 흔히 출입처를 가진 기자들에게 주어지는 특혜인 외유(外遊)성 출장, PR 용어로는 ‘팸 투어(Familiarization Tour)’라고 한다. 주로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여행의 대상이 되기에 미디어 투어(Media Tour)라고도 부른다.

지난 13일 미디어오늘에서는 다음 주 국방부 기자단이 외국 방위산업체의 지원을 받아 무더기로 외국 출장을 떠나는 사실을 보도하며 시기와 성격의 부적절함을 지적했다. 북한이 오는 21일까지 실시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에 대해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와중에 ‘미디어 투어’를 가기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언론계 관계자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비난이 쏟아졌지만 결국 일부 언론사 기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외국 출장을 강행했다. 귀를 닫고 자기  비판에 관대한 기자가 무슨 염치로 권력의 ‘감시견’ 역할을 할지 의문이다.

국방부 기자단이 쓴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유는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특정무기업체의 후원을 받고 취재에 응했을 뿐 아니라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위중한 시기에 외국 출장을 떠나는 것은 시기상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 기자들이 소속된 언론은 현역 군인들과 장성들이 지금 ‘이 시국’에 골프를 쳤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자사 기자들의 ‘같은 시국’ 출장에는 눈감아 주고 있다. 이는 이율배반적 태도가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에 반해 이런 성격의 미디어 투어는 국방부 기자단만 가는 것이 아닌 지경부나 농식품부 등 타 출입처 기자단도 누리는 ‘취재 관행’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지금의 언론환경을 고려할 때 사정이 어려운 언론사가 자비를 들여 외국 출장 취재에 임하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고려할 있다.

문제는 출장이 외유성으로 흐르거나 출장을 다녀온 뒤 홍보성 기사가 나올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몇몇 외국 출장을 다녀온 기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기업체가 비용의 전액을 부담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관광이나 골프 일정이 잡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번에 미디어 투어에 나선 국방부 기자단은 각 업체별로 어떤 쟁점을 짚어야 하고 어떻게 비판적으로 접근해야 할지 전문가 세미나까지 하면서 준비해 왔다고 항변했다. ‘검증’까지는 못 하더라도 갖고 있는 의문과 궁금증을 질문하며 얼마든지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방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충분히 살펴 볼 수 있는 기술적·시간적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고 기사의 대상이 되는 업체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 자체가 기자로서 자기 검열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기에 진정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함이라면 보다 공익적 루트를 통해 취재 지원을 요청하는 방안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에는 ‘회원은 취재원으로부터 제공되는 일체의 금품, 특혜, 향응을 받아서는 안 되며 무료여행, 접대골프도 이에 해당 한다’고 명시돼 있다. 재정적 어려움 등 자본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환경일수록 자기비판에 더 엄정해야 언론으로서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문구다. 이는 기자들에게 지나친 잣대가 아니라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덕목이자 책무라는 것이 언론계의 인식이다.

강성원 기자 sejou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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