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가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8일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를 폐지하고 오는 5월1일부터 저작권 사용료 징수 방식을 가입자당 방식에서 이용횟수당 방식으로 전환, 종량제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월 몇천원 정도만 내면 음악을 무제한 들을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한 곡을 들을 때마다 비용이 청구된다는 이야기다. 벌써부터 자칫 요금 폭탄을 맞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인 지난달 15일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무제한 정액제 등 현재의 음원정책은 음악인들에게 큰 손해를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음악창작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되 소비자 부담 증가나 불법 다운로드 등 부작용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문화부가 서둘러 대안을 마련했다.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는 꽤 오래 됐지만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건 가수 싸이의 음원 수입이 공개되면서다. 싸이는 미국에서 56억원, 영국에서 17억원을 벌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억원도 채 못 벌었다. 삼일회계법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온라인 음원 수입의 곡당 평균 저작권료는 다운로드가 10.7원, 스트리밍은 0.2원 밖에 안 된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싸이의 음원 수입은 3600만원에 그쳤다.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저작권료 징수 방식이다. 월 3000원을 내고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에 가입하면 1800~2400원 정도가 권리자에게 돌아가고 이를 다시 저작권자가 300~400원(또는 매출액의 10%), 실연자가 180~240원(또는 매출액의 6%), 제작자가 1320~1760원(또는 매출액의 44%)씩 나눠 갖는다. 그리고 600~1200원 정도를 벅스나 멜론, 소리바다 같은 플랫폼 사업자가 가져가게 된다.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가 없고 다운로드 방식 판매가 보편화된 미국에서는 한 곡을 내려받는 데 최저 791원을 내야 한다. 캐나다는 804원, 영국은 1064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63원 밖에 안 된다. 실제로는 묶음 판매 등으로 훨씬 낮아진다. 수익배분비율도 문제다. 미국은 유통회사가 30%를 가져가고 나머지를 제작자와 권리자 등이 나눠 갖는데 우리나라는 유통회사가 40~57.5%를 챙긴다.

문화부에 따르면 5월1일부터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들을 때도 이용횟수당 3.6원씩을 권리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이를 제작자가 2.64원, 저작권자가 0.6원, 실연자가 0.36원씩 나눠 갖게 된다. 한 번 재생할 때마다 과금을 하는 방식이지만 문제는 이 비율은 월 6000원에 1000곡을 듣는 조건을 기준으로 산정됐다는 사실이다. 1000곡 이상 듣지 않는다면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업계 반응은 일단 우호적이다. 무제한 스트리밍 정액제 폐지는 음원제작자협회의 오랜 숙원이었다. 음제협 관계자는 “지금 시스템에서는 무제한 스트리밍 정액제의 매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를 테면 사람들이 싸이를 상대적으로 많이 들으면 다른 가수들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게 돼 있다”면서 “가입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아무리 히트곡이 쏟아져도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증권의 전망은 조심스럽다. 만약 월 6000원에 1000곡을 들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하고 실제로 500곡만 들었다면 플랫폼 사업자는 권리자들에게 1800원만 주면 된다.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가 있었을 때는 3600원을 권리자들에게 줬는데 이제는 이용횟수만큼만 주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정해진 1000곡 이상을 듣고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면 권리자들과 플랫폼 사업자 모두에게 이익이겠지만 결국 그 비율이 관건이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스트리밍 이용자가 270만명이고 이용횟수가 1100회라면 권리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연간 1283억원으로 무제한 스트리밍 폐지 이전 875억원 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 부담을 느껴 가입자 수가 줄어들거나 이용횟수가 1100회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오히려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다.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에 익숙한 이용자들이 종량제 시스템에 적응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거라는 이야기다.

소속 관계로 익명을 요구한 음악생산자연대 관계자는 “애초에 수도나 전기 같은 공공 서비스도 아닌데 정부가 요금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래도 무제한 스트리밍 정액제 덕분에 불법 다운로드는 많이 줄어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공짜나 다름 없는 서비스를 하는데 불법 다운로드가 줄어드는 건 당연한 결과”라면서 “덕분에 시장 전체가 망가진 건 생각 못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권리자들 생각이나 해주는 것처럼 얼마씩 주라고 정해주는 건 실제로 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느냐 아니냐와 별개로 획일적인 가격 기준을 제시, 시장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는 진작 폐지됐어야 한다”면서도 “정부는 음제협 등 요율만 정해주고 권리자 배분 비율은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성규 뮤즈얼라이브 대표는 “정부가 음원 시장의 가격 수준을 결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당초 음제협 등이 횡포를 부리지 못하도록 만든 제도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애초에 수익배분 비율이 불합리하게 책정돼 있기 때문에 당장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제를 폐지하고 음원 가격을 올린다고 해서 시장이 확대되거나 권리자들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당장 구글과 애플이 국내 음원 시장에 진출할 경우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은 유튜브 기반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아이튠즈 모델에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디바이스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음원 시장도 뉴스 시장처럼 무료 콘텐츠에 광고를 붙여 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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