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4월 개편에서 편성할 역사다큐 <그때 그 사람>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실제 기획안에도 ‘박정희 미화’ 가능성이 있는 아이템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가 해당 외주사가 KBS측에 제출한 기획안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논란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들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드러났다. KBS본부 측이 공개한 기획안에는 △10월 유신 △새마을운동 △윤이상 △신상옥과 최은희 △육영수 여사 피습 등의 아이템이 포함됐다.

특히 ‘10월 유신’과 관련해 정리한 해당 외주사의 기획안을 보면 ‘박정희 미화’ 논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외주사의 기획안에는 “1969년 13.8%에 달했던 경제성장률은 1972년 5.8%로 급락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강압적인 자원분배가 필요했고 철권이 요구되었다”와 같은 표현이 언급돼 있다.

‘역사다큐’ 외주사 기획안에 ‘10월 유신’ ‘새마을운동’ 등 포함

‘10월 유신’이 당시 경제적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KBS본부의 한 관계자는 “지금의 정치 환경에서, KBS가 이런 아이템을 과연 최소한의 중립을 지키면서 제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역사다큐 추진 방침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이번 현대사를 담당할 외주사가 과거 문제를 일으켜 퇴출당한 J씨와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다른 외주제작사 대표였던 J씨는 2005년 6월1일 KBS <수요기획>에서 방송된 ‘자동차 반란을 꿈꾸다’ 편을 제작, 한 중소기업이 전기자동차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고 방영했으나 제대로 검증 절차 없이 과장된 내용을 방송해 물의를 빚었다.

특히 당시 <수요기획>에서 소개된 중소기업 사장이 프로그램을 제작한 대표 J씨의 동생(<그때 그 사람> 외주사 대표)인 것으로 드러나 KBS는 그해 8월 해당 외주사의 <수요기획> 3년간 제작 금지 및 KBS 2TV <사랑의 가족> 제작 금지 조치를 내렸다. 또한 ‘자동차 반란을 꿈꾸다’ 편은 객관성 위반으로 당시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대한 사과’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KBS본부는 “현재 해당 외주사의 대표는 J씨의 동생으로 되어 있지만 불과 1년 전 기사만 보더라도 J씨가 대표, 동생은 본부장으로 소개되어 있다”면서 “방송계에서 별다른 경력이 없는 J씨 동생이 외주사의 실질적 대표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고 주장했다. 특히 J씨와 J씨 동생은 과거 무리한 방송 때문에 논란을 빚은 당사자라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KBS본부는 “J씨는 공채9기로 입사한 PD출신이고, 길환영 사장은 공채 8기”라면서 “자격 없는 외주사에게 논란의 가능성이 큰 현대사 프로를 맡긴 배경에 이런 ‘사적관계’가 영향을 미친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역사다큐’ 외주사 대표 … 과거 ‘과장방송’으로 KBS에서 퇴출된 J씨 동생 논란

하지만 KBS측은 <그때 그 사람들>과 관련, 19일 공식입장을 내어 “일부에서 우려하는 특정 이데올로기나 시각은 배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KBS는 “일부에서 현대사 프로그램이 ‘박정희 신화 만들기’나 ‘박정희 미화’라고 서둘러 의혹을 제기하고 있지만, 현대사는 기간으로 계산해 보면 1945년에서부터 2013년까지로 68년이나 되는 세월이고, 이렇게 긴 시간에 프로그램으로 다뤄야하는 소재는 무수히 많다”면서 “특정인을 미화하기 위해 정규프로그램을 편성한다는 의혹제기는 사실에 대한 명백한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KBS는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해소하기 위해, 제작을 주관하는 외주제작국에 사내에서 전문성을 갖춘 제작인력을 보강하고, 필요할 경우 학계에서 존경받는 학자로 구성된 자문단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심의실의 사전 심의를 통해 프로그램의 객관성, 공정성, 정확성에 대해 검증하는 절차를 밟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역사다큐 <그때 그 사람>을 담당한 외주사 전모 대표는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제기된 의혹과 관련, “과거 ‘수요기획’과 이번 ‘역사다큐’와 관련해선 할 말이 없다.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KBS측은 외주사 논란과 관련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KBS본부를 비롯해 전국언론노조, 민족문제연구소,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오늘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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