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도지사 홍준표)가 매년 60~70억 원 적자, 부채 279억 원을 이유로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기로 한 데 대해 경영위기설은 부풀려졌으며 재무구조 역시 매우 안정적이라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상남도는 기자회견을 열어 의료원 폐업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일에는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경상남도는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4건의 보도자료를 내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도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279억 원의 부채가 있지만 직원은 계속 늘리고 있다. 의료수익 대비 인건비 비율이 82.8%로 지나치게 높다. 의료원은 경영정상화를 뒷전에 미루고 있다. 수익성도 생산성도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창원 지역의 병상수와 비교할 때 진주는 의료공급 과잉지역이다. 공공성을 명목으로 수익 대비 지출 폭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식이다. 도의 재정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폐업은 불가피하다.”

관련자료 링크
3월 4일자 보도자료 <진주의료원, 경영정상화 뒷전으로 폐업 빌미 제공>
3월 5일자 보도자료 <진주의료원, 공공의료기관으로서의 한계 봉착>
3월 6일자 보도자료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예산투입은 도민 혈세낭비>
3월 11일자 보도자료 <진주의료원 노인요양병원 진료비, 인근보다 비싸!!>

경상남도의 이 같은 폐업 결정에 대해 일방적인 졸속 행정이며, 제 2청사 건립 공약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도의회 이종엽 의원에 따르면, 도는 도민 의사를 수렴하지 않고, 도의회 논의도 거치지 않았다. 의료원 노동자들과 협의를 한 적도 없다. 경상남도 복지노인정책과에 따르면, 도는 홍준표 지사의 폐업 추진 발표 뒤에 의회와 협의를 시작했다. 폐업 추진 결정은 경남도와 홍준표 지사가 의회와 협의 없이 결정했다는 것이다.

   
▲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진주의료원 자산 부채 부채비율 자료. 김동근 연구원 보고서에서 갈무리.
 

사회진보연대 부설 노동자운동연구소 김동근 연구원은 지난 11일 공개한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의 숨겨진 진실> 제하 제목 보고서에서 경상남도의 ‘경영위기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료원의 부채와 부채율은 지난 2005년 83억 8900만 원, 31.0%에서 2011년 252억 9000만 원, 63.9%로 상승했지만 여기서 2008년 신축이전에 따른 감가상각비와 퇴직급여를 제외하면 2011년 의료원의 현금손실은 16억 원밖에 안 된다는 것.

김동근 연구원은 지난 2005년부터 2011년 사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9억 9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3~5년 안에 진주의료원이 파산할 것이라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과장”이라고 주장했다.

   
▲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진주의료원 매출 당기순이익 당기순이익률 자료. 김동근 연구원 보고서에서 갈무리.
 

그는 ‘부채율 64%’를 폐업 근거로 든 경상남도의 주장에 대해 “기업의 안정성을 부채의 절대액수로 판단하는 것은 경영분석의 기본적인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진주의료원은 모든 부채를 상환하고 청산한다고 가정했을 때 369억 원이 남는다. ‘폐업할 수밖에 없는 경영위기’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의료원 부채로 도 재정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경상남도의 주장도 근거가 없다는 것이 김동근 연구원의 주장이다. 도는 의료원에 연간 11~13억 원을 지원한다. 문제가 되는 지역개발기금 차입금 117억의 경우, 2018년까지 연 10~20억 정도씩 상환하면 되는 정도라고 김동근 연구원은 지적했다.

여기에 경상남도가 의료원 건물을 제 2청사로 활용한다는 보도가 등장하기도 했다. 국제신문은 지난 5일자 기사 <홍지사 행보에 서부경남 민심 양분(부제목: 도청 2청사 혁신도시 아닌 폐업 진주의료원에 예정)>에서 “진주시 등에 따르면 도는 홍지사가 약속한 서부청사를 의료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국제신문은 이어 지난달 19일 진주시에서 열린 도민과의 대화에서 홍준표 지사가 자신이 공약한 서부청사가 들어설 곳은 애초 밝힌 진주혁신도시가 아니라 제 3의 장소로 결정될 수 있다고 언급한 사실을 보도했다.

도민 대상 설문조사 결과, ‘폐업 찬성 및 강행’은 20% 수준이다. 지난 9일 통합진보당 김미희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이 사회동향연구소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경남도민 1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5.4%가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은 잘못’이라고 답했다. 65.7%가 ‘독단적 결정’이라고 했다. 폐업은 안 된다는 의견은 69.7%였고, 폐업해야 한다는 답변은 17.9%였다. [관련기사 링크: 부산일보 3월 11일자 8면 <도민 65.4% “진주의료원 폐업 잘못”>]

   
▲ 부산일보 3월 11일자 8면.
 

이에 대해 김동근 연구원은 “제 2도청 이전 문제와 별개로 폐업 사태는 공공의료를 담보로 한 경상남도의 먹튀 행각”이라고 비판했다. 경상남도는 총 534억 원이 든 의료원 신축 이전에 113억 7650만 원을 지원했다. 이중 22억 1050만 원은 토지 출자다. 나머지는 중앙정부의 지원금 및 지역개발기금이다. 김동근 연구원은 “이전 5년 만에 이루어진 일방적 폐업 결정은 의료공공성을 명목으로 지원받은 국비를 도의 재산으로 전용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진주의료원은 325개 병상을 갖추고 연인원 약 20만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지역거점공공병원 중 하나다. 전국 39개뿐이다. 경상남도의 폐업 결정이 지역 의료공공성을 약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적자병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면 서울대학병원부터 문을 닫아야 한다”면서 “적자를 이유로 공공병원 문을 닫게 한다면 남을 곳은 한두 곳뿐”이라고 말했다.

우석균 실장은 “애초 노른자위 땅에서 지금 부지로 이전한 것도 경상남도의 결정”이었다면서 “이제 혁신도시 들어서고 다시 노른자위 땅이 되니까 경상남도가 땅을 회수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비가 200억 원 들어갔으니 정부가 관여해야 하고, 오히려 제 2청사 관련해서 도의 부동산 이권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경남도의회는 여야로 갈려 대립 중이다. 새누리당은 폐업을 위한 조례 개정에 찬성하고, 야4당은 반대하고 있다. 이종엽 의원은 14일 통화에서 “야4당이 모여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상임위에서 안건을 보류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어 “적자를 이유로 공공의료기관을 폐지한다면, 경남도 등 지자체도 폐지해야 하는 것이냐”며 “출혈을 감수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 있는데 진주의료원은 지역 의료공공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야4당은 오는 21일 시민사회단체, 의료원노조와 함께 공청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링크: 경남매일 2013년 3월 13일자 기사 <진주의료원 폐업 조례 상정 놓고 충돌 우려>]

경상남도 관계자는 통화에서 “공공성과 수익성을 모두 따져 폐업을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공공의료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민간병원에서 공공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진주는 의료서비스 과잉공급 지역”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00억 원 가까운 부채가 있는데 해결될 기미가 없고,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면서 “빠르면 3년, 늦어도 5년 안에 자본잠식이 우려되지만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 2청사와 관련해 그는 “대안 중 하나로 검토되고 있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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