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4일째를 맞고 있는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용주)가 13일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의 ‘불법경영’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다. 사측은 “회사가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없다”며 ‘최후의 카드’를 쓸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OBS지부는 기자회견문에서 “OBS는 지난 5년간 단 한 차례도 근로자들에게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휴일근무 수당은 법정최소 수당에도 훨씬 미치지 못했다”며 “법을 지키지 못한 언론사가 공정방송을 외치는 건 그래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지부는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제작국 공채 PD 모두가 이직을 했고, OBS 개국 때부터 현재까지 남아 있는 평기자는 단 10명이 되지 못한다”며 “악화일로를 걷는 근로조건은 동료를 떠나보내는 상황을 만들었고, 그만큼 남은 자들의 업무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 되어 버렸다”고 강조했다.
 
지부는 사측의 ‘불법경영’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박철현 사무국장은 “창사 이후 지금까지 시간외 수당이 전혀 없는 사실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지금까지 사업주가 근로기준법을 계속 위반해 온 사실을 고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부는 철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하는 한편, 사법조치 및 과태료 부과 등 엄중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 전국언론노조 OBS희망조합지부가 13일 오전 고용노동부 부천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OBS희망조합지부
 
 
앞서 지부와 대주주인 영안모자 백성학 회장은 지난 8일과 10일 두 차례 만나 대화를 나눴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지부는 지난 11일 발행된 특보에서 “(백 회장은) 두 번째 만남에서는 현재 5만원인 휴일 수당을 최대 100% 인상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휴일 수당 10만원 인상안만을 들고 나온 셈”이라고 비판했다.
 
지부는 이날 특보에서 “파업 사태를 하루빨리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점에서 백 회장의 성의 있는 협상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백 회장은 ‘언제든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식의 무책임한 위협성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때로는 협박이라고 밖에 들리지 않는 언사를 멈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장기투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게 OBS지부의 판단이다. 지부는 12일 1박2일로 워크숍을 갖고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하기도 했다. 
 
지부는 협상을 위한 ‘최소 조건’으로 ‘시간외 수당 30만원’과 ‘국장 임면동의제’를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와 공동으로 시간외 수당에 대한 실태조사를 마쳤지만, 이후 협상은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말 취임한 윤승진 신임 사장이 지병으로 최근 병원에 입원한 것도 협상 진척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박철현 OBS희망조합지부 사무국장은 “조합원 평균 연차가 12년차 되는데 단순히 10호봉을 기준으로 했을때 전체 시간외 수당이 월평균 100만원에 육박하는 걸로 나왔다”며 “데이터가 나온 만큼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측도 데이터 작업을 다 끝낸 상태기 때문에 대화하는 것만 남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 OBS 사옥. ⓒ이치열 기자 truth710@
 
 
김학균 OBS 경영국장은 이에 대해 “회사의 현금 유동성을 봤을 때 (지급할) 여지는 없다”며 “(백 회장의 제안이) 사실상 마지노선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파업을 풀고 복귀를 하면 TFT를 구성해서 확실히 점검하겠다는 것”이라며 “작년에도 적자가 160억 원씩 나는 상황에서 곳간을 채우는 게 핵심 과제”라며 이 같이 말했다.
 
김 국장은 “주주들을 설득해 74억 증자를 결의해서 지난 28일에 돈이 들어오기로 했는데 파업이 예고되어 있다고 하니까 (주주들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해서 포기했고 내일 이사회에서 증자결의안 해지를 의결할 예정”이라며 “지금 상황이 이렇게 혼란스럽게 됐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전향된 입장은 하나도 없고, 회사가 더 이상 물러날 수도 없고, 계속 이렇게 되면 회사가 정책적인 새로운 판단을 조만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최후의 카드’를 쓸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김 국장은 “자칫 잘못하면 과거 iTV처럼 될 수 있다”며 “지금 상황은 월급을 반납하는 한이 있어도 회사를 존치시키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대주주의 경영 책임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국장은 미디어렙법이나 역외재송신 허가 지연 등을 사례로 들며 “경영을 잘못했던 게 아니라 정부 정책이 잘못됐던 것”이라고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 정부의 ‘외면’ 정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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