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김재철 MBC 사장 취임 이후 사내의 각종 제작 자율성 침해와 언론인 해고, MBC 사상 초유의 170일 파업에도 공정방송요구를 무시한 채 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을 포기했던 방송문화진흥회 김재우 이사장이 마침내 사퇴했다.

12일 사퇴 의사를 밝혔던 김재우 이사장은 13일 오전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약 5분간 사퇴의 변을 설명한 뒤 퇴장했다. 최강욱 방문진 이사에 따르면 김 이사장은 이사들에게 “지금이 사퇴하기에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전문성은 없었지만 MBC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싶었다. 앞으로 MBC가 잘 운영되도록 관리·감독 해 달라”고 밝혔다.

김재우 이사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 둘러싸여 갑자기 왜 사퇴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갑자기가 아니다, 생각해오던 거다”라고 말했다. 본인의 사퇴로 MBC 공정성이 확보될지를 묻는 질문에는 “아니죠, 아니죠”라고 말한 뒤 “공정성은 이념적으로 치우친 쪽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논문표절과 사퇴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이사장이 5분 만에 퇴장한 것을 두고 차기환 이사는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가는 상황인데 기분이 좋을 리 있겠나”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이날 오전 중 방통위에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사직서에는 ‘일신상의 이유로 사퇴한다’는 짧은 내용이 담겼다.

   
▲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오전 이사회는 김용철 이사를 제외한 이사 전원이 참석했다. 김용철 이사는 방문진 내규에 따라 이사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이날 이사회의 주요 안건은 ‘방문진 운영방안 논의’였다. 최강욱 이사는 “MBC에 대한 경영평가와 감사 선임문제가 주요 해결 과제다. 아직 MBC로부터 업무보고도 못 받았다. 사장은 방문진을 무시하며 불참하고 있다. 경위서를 요구했으나 내지도 않았다”며 김재철 사장 등 MBC경영진에 대한 관리감독이 우선과제라고 설명했다.

차기환 이사는 “산적한 안건이 많다. 김재철 사장이 3년 전 임명한 지역MBC 사장 중 임기가 끝나 새 사장도 선출해야 한다. 이 사안도 방문진과 협의 사항이다”라고 말한 뒤 “우선 8명이서 할 수 있는 업무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요 관심은 차기 보궐이사가 누가 되느냐다. 김재우 이사장의 경우도 보궐 이사로 들어와 방문진 이사장을 했기 때문에 보궐이사가 이사장이 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최강욱 이사는 “보궐이사가 이사장이 되어선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차기환 이사는 이 주장에 대해 “모두가 합의한 주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가 빠르면 14일 보궐이사를 선임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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