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이용자의 99%가 스마트 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방송 시청취로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이 기본 기능 외에 인터넷 검색, 게임, 문서·그래픽 작업 등 다양한 기능에 사용되는 것과 비교하면 스마트하지 못한 결과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가 지난 5일 발간한 ‘스마트 기기별 콘텐츠 이용패턴 비교와 그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스마트TV 이용시간의 99.6%가 거의 전적으로 ‘TV,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조사는 2012년 4400가구, 1만여 명의 스마트기기 이용 행태를 분석한 미디어 다이어리 조사 결과를 근거로 했다.

김민철 KISDI 연구원은 스마트TV가 일반TV와 전혀 다르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그 이유로 △스마트 생태계의 미비, △스마트 UI(User interface·사용자 환경)의 부재, △가정용 매체로서의 특성을 꼽았다.

스마트 생태계의 미비… “콘텐츠가 없다”

스마트 생태계의 미비는 킬러(핵심) 콘텐츠 부족으로 귀결된다. 스마트기기 생태계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이하 앱)으로 대표되는 콘텐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폰 시대는 애플의 운영체계인 iOS가 열었지만, 구글 안드로이드가 콘텐츠 증가에 힘입어 생태계를 장악한 것도 이를 증명한다. 또한 삼성전자와 노키아의 OS인 바다와 심비안의 실패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LG전자
 

스마트TV는 일단 OS 차원의 문제를 떠나 확실히 콘텐츠가 부족하다. 지난 6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등록된 앱은 70만 개를 넘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앱은 2천500여 개를 넘는 수준(LG전자는 비공개)이다. 스마트TV 제조사들은 앱 개발자들을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등 생태계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 스마트폰과 같이 다양한 생태계 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수익성도 문제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은 앱이 생산되고, 재화를 창출하는 분야는 게임산업이다. 만약 스마트TV 시장 선점을 통한 수익이 기대된다면 게임사들이 시장이 성숙하기 전에 뛰어들겠지만 이들은 주저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스마트TV 보급대수가 PC나 스마트폰에 비해 적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스마트폰 게임은 통신사를 통해 결제가 가능한데, 스마트TV는 아직 결제방식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사들이 별도 개발 비용을 들여 스마트TV용 게임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에서 스마트TV는 일반TV의 역할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TV 생태계는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면서 “제조사들도 스마트TV용 콘텐츠를 늘리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사업자들이 경쟁하는 구조도 생태계 형성을 지연시키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기존 스마트폰 생태계를 스마트TV에도 확산하려는 구글, 애플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와 지상파와 유선방송 채널사업자(PP)를 중심으로 하는 콘텐츠 사업자, 유선방송 사업자(SO)나 IPTV와 같은 네트워크 사업자들 간에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어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 생태계의 형성이 원만하지 않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스마트 UI 부재… “리모컨 한계 극복해야”

불편한 스마트TV의 UI도 편의성을 떨어뜨리는 주요 이유 중의 하나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하며 쉽고 직관적인 UI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에게 스마트TV의 리모컨 조작은 구시대적이다.

특히 기존의 버튼식 리모컨은 큰 장애요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지난달 터치패드를 탑재한 ‘스마트 터치 리모컨’을 출시했다. LG전자도 PC의 마우스에 익숙한 이용자들을 위해 휠(wheel)을 장착한 매직리모컨을 선보였다. 두 리모컨 모두 음성 인식이 가능하며, 매직리모컨의 경우 리모컨을 들고 허공에 숫자를 쓰면 해당 채널로 이동하는 동작 인식도 탑재됐다.

버튼식 리모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리모컨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스마트폰에서 리모컨 앱을 다운 받아 스마트TV와 인터넷으로 연결하면 스마트폰 액정에서 스마트TV를 조작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미세한 조작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LG전자 관계자는 “쉽고 편리한 조작을 위해 마우스 사용법과 유사한 리모컨을 개발했다”면서 “기술적 한계를 없애고,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시청자와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되는 TV는 리모컨 기반의 UI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며 “특히 TV는 고연령층이 많이 이용하는 매체로 손쉬운 UI가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

가정용 매체의 특성… “개인 용도로 쓸 수 없어”

스마트TV가 스마트폰과 다른 점은 무엇보다 가전이라는 특성이다. 스마트폰은 개인용인 반면 스마트TV는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사용한다. 스마트폰의 핵심 용도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굳이 공용 기기인 스마트TV에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 일일이 로그인을 해야하는 불편함이 뒤따르며, 페이스북과 같은 유명 SNS도 스마트TV 앱에서는 아직 조악한 UI를 제공한다.

또한 모바일 기기인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TV는 주로 공개적인 장소인 거실에 위치해 있다. 개인적 콘텐츠 보단 공개적이고, 가족과 함께 이용할만한 콘텐츠가 적합하다는 얘기다. 게임을 제외하면 뉴스, 드라마 시청 등 일반TV의 기능과 다르지 않다.

김 연구원은 “전통적으로 뒤로 누워서 편하게 즐기는(Lean-back) 매체로서의 TV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적어도 황금시간대와 그 주변시간대에는 매우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시간대에 TV를 통해서 다른 유형의 콘텐츠의 소비가 이루어질 여지는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시간의 79%가 통화, 문자, 이메일 등 커뮤니케이션에 이용됐으나, 온라인 검색, 동영상·음원 이용, 게임 등 다른 콘텐츠의 이용에도 활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블릿PC의 경우 TV, 라디오 시청취가 40%를 차지했고, 신문·책·잡지 16%, 문서·그래픽 작업이 12%의 이용시간 점유율을 보여 여러 용도에 활용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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