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출범한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가칭)가 종국에는 종합편성채널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김용민 국민TV 설립준비위원은 8일 국민TV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국민TV는 언론환경이 개선될 때 정상적 과정을 거쳐 종합편성채널로 진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국민TV가 시작부터 모든 국민에게 빠짐없이 전파가 닿는다는 가정을 한다 한들 '처음 미약함'은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중요 선거가 있는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즈음이면 국민TV가 다른 15개의 매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공정방송의 전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또 방송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정부가 과연 박근혜 대통령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인사들 중심의 국민TV를 보도매체로 허가하겠느냐는 비관론에 대해 “그렇다고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우리 우호적인 방송 하나 허가해 달라’며 야당이 달라붙어 요구하게끔 하는 것은 모양새가 우스울 뿐더러 실현 가능성 면에서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대중과의 접점 확대를 위해 비보도 분야 케이블, 위성, IPTV 채널 진출 등 점진적 매체 확장 계획을 접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TV는 셋톱박스(TV수신용 시청기기로, 방송 전송망과 TV수상기를 연결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역할 하는 도구)를 통한 TV송출방식으로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스마트TV를 비롯해 스마트폰, 태블릿PC, 일반PC 등 송출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방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출처=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가) 공식 블로그
 

국민TV는 이날 보도 및 제작 방침도 공개했다. 정운현 국민TV 보도편성담당 이사에 따르면 국민TV는 남북문제를 비롯해 정치개혁, 실업문제, 복지문제 등 국민이 알아야 하고 궁금해하는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또 재벌기업의 광고를 받지 않고 깊이 있는 탐사보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정 이사는 “한국 언론계는 탐사보도의 중요성, 필요성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면서도 정작 이를 실천하고 있는 매체는 눈 닦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며 “국민TV는 시청률이나 상업성, 인기에 영합하지 않는 보도를 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분야별 세부 계획으로는 먼저 보도 분야에서 △국회 등 한 두 곳 제외, 출입처 제도 폐지 △중요 사안의 이슈 파이팅과 ‘끝장 취재’ 추구 △조합원 등 국내외 시민기자 적극 참여 유도 등이 있으며, 제작 분야는 △뉴스의 잡지화, 소설화, 영화화 추구 △외부 방송사(지방사, 케이블)와 콘텐츠 공유 및 제휴 △해외 우수 다큐, 스페셜 팀과 적극 교류 등이 있다. 또 편성 분야에선 △시사토론, 토크쇼, 명사 강의 프로 △근현대사 주요사건 추적 및 현장탐사 프로 △조합원 탐방 및 초대석 코너 등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드라마, 코미디, 오락프로 등은 추후 검토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질의 고비용 콘텐츠를 TV라는 특정 플랫폼에 투자하기에는 효율성 면에서 국민TV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민TV는 콘텐츠도 다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동일한 콘텐츠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는 종편에 비해 취약한 구조”라며 “수익 면에서도 협동조합의 조합비만으로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대신 TV라는 플랫폼에 머무를 게 아니라 국민TV를 모태로 한 ‘국민 미디어’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안적 광고 전략과 콘텐츠 생산 모델로 기성 언론에서 다루지 못한 틈새를 찾아 공략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 교수는 또 “국내정치나 고발뉴스만 가지고는 장기적으로 국민의 지지와 관심을 받을 수 없다”며 “국제정치나 지역현안 등 국민TV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대학과 시민단체 등 다양한 아마추어 집단과 협업하는 특화와 연대 전략이 단기간에 국민TV가 정착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민TV는 지난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조합원 모집을 시작했다. 5만 원(1좌) 이상 출자하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모든 조합원은 출자금액과 상관없이 조합 의사결정에 동일한 1표의 권리를 행사하게 된다. 조합원은 조합 사업 및 이벤트에 우선으로 참여할 수 있는 혜택이 있으며 사업 이익에 대한 배당금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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