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지역신문, 10개 시민단체 안 부럽다”
“잘 키운 지역신문, 10개 시민단체 안 부럽다”
[지역신문을 말하다 ③] ‘지역밀착형’ 콘텐츠 실험…“그렇게 해야 산다”

“신문 속에 시민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야 한다.”

‘개혁적 정론지’를 표방하며 지난 1999년 창간된 경남도민일보는 지역신문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올해로 9년째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지원 대상사로 선정됐고, ‘지역 밀착형 콘텐츠’로 지역신문의 성공모델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난달 23일 경남 창원에 위치한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에서 만난 김주완 편집국장은 ‘성공 비결’에 대한 질문에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고민”이라고 답했다.
 
*지역신문을 말하다(관련기사) 
 
김 국장은 “우리는 자력갱생하지 않으면 죽는 구조”라고 말했다. 경남도민일보에는 ‘오너’가 없다. 6000여명의 주주가 곧 주인이고, 사원 주주는 10% 정도다. 오너의 입김에 휘둘리는 일은 없지만, ‘뒤’를 봐주는 대주주가 없기 때문에 수익과 손실 모두 구성원들의 몫으로 남는다. 김 국장은 “생존하려고 발버둥 치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 ⓒ허완 기자
 
 
‘생존’을 위한 분투는 기존의 신문들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김 국장은 “그동안 지역신문들은 독자들이 어떤 걸 재미있어 할지 고민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발(發) 뉴스를 적당히 가져다 쓰고, 지역 정가의 소식이나 ‘심각한’ 뉴스들로 지면을 채워도 적당히 먹고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여기서 독자는 관심 밖이었다.
 
4년째 편집국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여전히 ‘실험 중’이다. 경남도민일보는 올해부터 1면에 ‘함께 ~ 해주세요’ 코너를 만들었다. 독자들이 보내온 축하나 격려, 응원 사연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코너다. 쌍둥이 출생을 축하해 달라거나, 친구의 첫 출근을 응원해 달라, 출장이 잦은 남편을 격려해 달라는 등 사연의 종류도 다양하다.    
 
김 국장은 “1면에 싣는 건 1월 한 달 동안만 하려고 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계속 (1면에) 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었다. 한 대학교수는 ‘사회적 의미도 없는 내용을 굳이 신문 1면에 그렇게 낼 필요가 있느냐’고 따지기도 했단다. 그러나 “이웃들의 생활이 녹아있는 신문이 되어야 지역민들에게 친근해지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게 김 국장의 설명이다. 
 
   
▲ 경남도민일보 3월4일자 1면. 이날 지면에는 친구의 첫 출근을 축하하는 사연이 '함께 기뻐해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소개됐다.
 
 
경남도민일보에는 이와 비슷한 ‘시민 참여형 코너’가 적지 않다. 매주 월요일 6면에 실리는 ‘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코너에는 결혼을 앞둔 남녀의 알콩달콩 연애기가 큼지막하게 소개된다. 지면의 ‘자유로운 광고’ 코너에는 개인이나 비영리 민간단체가 낸 의견, 주장, 축하, 결혼, 부음 등의 짧은 광고가 실린다. 광고료는 “1만원에서 30만원까지 형편대로 알아서”다.  
 
김 국장은 “예를 들어 경남 남해군에서는 승진하면 그 지역신문에 축하광고 5~6개가 실리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고 소개했다. 한 사람이 승진하면 친구들이나 주민들, 동문회에서 광고를 내는 식이다. ‘저 사람도 실렸는데 나도 실리고 싶은’ 경쟁심이 발동하다보니, 광고 요청도 꾸준히 증가해 이제는 이 같은 축하광고가 ‘대세’가됐다. 
 
제주도에서는 “신문에 광고 안 하고 결혼하면 뭔가 흠이 있는 결혼이라는 의심을 받을 정도”로 ‘결혼광고’가 활성화됐다. 김 국장은 “소액이지만 이런 생활광고가 앞으로 지역일간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대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이 추구하는 ‘지역밀착형 신문’은 광고 하나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 경남도민일보 3월4일자 6면에 실린 '우리 결혼했어요' 코너. 이날 지면에는 10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한 커플의 사연이 소개됐다.
 
 
이 같은 구상과 실험은 끊임없는 고민의 산물이다. 김 국장은 2011년 한국언론재단 연수를 다녀오던 길에 영국 가판대에서 팔리는 지역신문을 모조리 들고 와서 ‘지면분석’에 들어갔다. 기사 하나, 광고 하나 꼼꼼히 살펴봤다. 그가 내린 결론은 ‘지역으로 한 걸음 더’였다. 반신반의하던 구성원들도 김 국장의 설득과 설명을 듣고 함께 뜻을 모으기 시작했다. 
 
중앙일간지들이 좀처럼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온라인 유료화를 경남도민일보는 2011년 9월 시작했다. 모든 기사를 제한 없이 읽으려면 하루 500원의 소액결제를 마쳐야 한다. 종이신문 1부의 값과 같다. 현재 온라인 유료구독자는 1200여명 수준이다. 김 국장은 “지역신문들은 유료화를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무조건 유료화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무슨 말일까.
 
“온라인에서 의미 있는 광고수익이 나려면 방문자가 하루에 50만명 이상은 돼야 하는데, 방문자가 1만명 넘는 지역신문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무리 기를 쓰고 노력해도 10만명을 넘기기 힘든데, 그 정도로는 광고 매출을 기대하기 힘들다. 중앙지는 기존의 (온라인) 광고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지역지는 그런 부담이 전혀 없다.” 
 
   
▲ 김주완 국장이 신문 1면을 펼쳐보이며 시민들의 사연으로 꾸며진 '함께 기뻐해주세요' 코너를 설명하고 있다. ⓒ허완 기자
 
 
물론 경남도민일보의 ‘모델’을 일반화해 다른 지역신문들에게 적용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처한 조건과 환경이 다른 탓이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결국 모든 것이 기자윤리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단돈 5만원이라도 촌지를 받으면 제대로 된 비판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의 사람을 만나고, 거기에서 기사를 발굴하는 일은 굉장히 어렵다”면서도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그동안 지역언론이 스스로 무덤을 파왔던 역사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지역언론에 대한 불신이 지역민들 사이에 뿌리 깊다”고 말했다. 그는 “독자들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지역사회를 지킬 수 있는 지역신문의 역할과 가치를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대로 된 지역신문 하나 키우면 웬만한 시민단체 10개가 안 부럽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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