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줄기차게 계속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그 길 밖에 없는 것 같다. 근데 우군이 없다.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우정욱 시흥시 공보담당관) 

지역신문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의 뿌리가 깊은 만큼, 해결책도 간단하지 않다. 특히 ‘사회적 흉기’로 전락한 일부 지역신문의 ‘행패’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많지만,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수년 째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는 정론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나머지 지역신문 전체의 신뢰도를 하락시키고, 인력 유출과 콘텐츠질의 하락, 독자이탈과 경영악화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요인이다. 어떤 대책이나 대안이 가능할까.
 
 
지자체 홍보예산이 ‘사이비 신문’의 밥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매년 일정 규모 이상의 홍보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그 중 지역신문과 연관된 내역이 적지 않다. 지자체들은 지역신문사들과 매년 고시광고를 계약하고 때때로 지자체 홍보 광고를 신문에 게재한다. 구독료 등으로 지출되는 돈도 상당하다. 청사 내에 마련된 기자실을 유지·관리하고, 출입기자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비용도 홍보예산의 몫이다. 지자체의 크기나 예산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지자체마다 매년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의 세금이 지역신문사들과 기자들에 직·간접적으로 지원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객관적·합리적인 홍보예산 집행 기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수년 째 지역신문들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경기도 시흥시 우정욱 공보정책담당관은 “조사를 해보니까, 지역언론사들에 지불하는 구독료가 연간 1억8천만원이나 됐다. 심지어 직원이 15명 있는 부서에서 하루에 신문을 43부나 보더라”며 “각 언론사와 자회사 등에서 발행하는 잡지와 연감 등을 구독하는 예산만 매년 거의 1억5천만원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전국 250여개 지자체와 그에 속한 의회 및 산하 공공기관 등의 홍보예산이 대부분 이런 식으로 집행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자체의 홍보예산이 부실 신문사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민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실장은 “난립한 (부실) 언론사들이 유지되도록 생명줄 역할을 하는 게 지자체의 홍보예산”이라며 “그 중에는 마땅히 지출해야 할 예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예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구조를 깨뜨리지 않으면, ‘사이비 신문사’들이 난립하는 상황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안재 옥천신문 대표이사도 “지자체 홍보예산이 소위 ‘사이비 언론’을 연명하게 해주는 구조들은 과감히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권범철 만평작가
 
 
한편으론 홍보예산이 자치단체장들의 ‘쌈짓돈’으로 쓰이면서 생기는 문제도 적지 않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시장이나 군수, 도지사들이 언론통제 수단으로 홍보예산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비판적인 신문에는 예산을 깎거나 집행을 안 해도 되고, 우호적인 신문에는 예산을 많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세금이 엉뚱하게 ‘채찍과 당근’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박민 정책실장은 “이 문제들을 중심 고리로 지자체의 홍보예산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며 “결국은 국민의 세금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감시할 권리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일부 지자체들은 나름의 개관적 기준을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홍보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신문들이 지자체의 홍보예산을 ‘나눠먹기’ 해왔던 악습을 방지하고, 자치단체장들이 임의적으로 지출을 결정해왔던 폐단을 없애자는 차원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와 경남, 제주 등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ABC협회 발행부수 인증 여부나 상시출입 기간 등을 고려해 자체 예산 집행기준을 세워 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공통의 기준이 없고 일부 기준에 대해서는 ‘언론 통제’ 논란도 이어지는 등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 홍보예산 집행, 기준이 없다
 
일례로 경기도 성남시의 경우, 2011년 ‘행정광고 집행기준’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한국ABC협회 공개발행부수를 기준으로 △3만부 이상 △1만5000부 이상 △5000부 이상으로 언론사들을 3등급으로 나눠 홍보예산을 차등 집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성남시는 인터넷 언론의 경우 방문자수와 시정홍보, 자체생산기사 등의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겼다. 창간 1년 미만 언론사, ABC협회 미가입 언론사, 5000부 미만 발행 언론사 등은 홍보예산 집행 대상에서 제외했다. 언론중재위 회부 여부도 감점 요인이다. 경남 양산시도 이와 비슷한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은 “발행부수의 많고 적음이나 언론중재위 회부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발행부수가 적은 신생언론사가 부당하게 차별을 받을 소지가 있고, 언론중재위 회부 여부로 ‘사이비 언론’을 구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이트 방문자수나 시정홍보 실적 등을 기준에 끼워 넣은 대목도 논란의 소지가 크다. 김 국장은 “최저임금을 지급하는지, 임금체불이 있는지, 4대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그런 최소한의 기준만 제대로 짚으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특별법)에 의한 우선지원대상 지역신문 선정 기준을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별법(제16조)은 △1년 이상 정상적으로 신문을 발행 △광고 비중이 전체 지면의 2분의 1 이하 △한국ABC협회 가입 △지배주주 및 발행인·편집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은 경우 등을 지원 자격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 시행령에는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 신문법 위반 여부 등 보다 자세한 평가 기준이 마련돼 있고, 배점기준에는 경영건전성이나 자율강령 준수 정도, 인사관리의 투명성 정도 등을 반영하도록 되어있다.
 
김주완 국장은 “최소한 언론이 갖춰야 할 기준 정도는 정해놓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언론사 외에는 홍보예산을 집행하지 않는다는 지침을 만들어 모든 지자체와 공공기관에 적용하면 ‘대부분의 사이비 언론은 없어질 것”이라며 “문화부 장관이나 도지사(등 광역자치단체장)이 지침을 내려보내면 된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일부 기자들이 광고를 매개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일도 사라질 것이고, 공무원들이 마지못해 기자들의 요구를 들어주는 관행도 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우 공보담당관도 “공무원 개인이 총대를 메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그렇게 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미디어정책과 전성수 서기관은 “지역에 따라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기준을 만들기는 힘들다”며 “자치단체장들이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 서기관은 “자치단체에서 특별법이나 심사기준을 원용해서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며 “자치단체장 재량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을 정부에서 (일괄적으로) 하다보면 비판받을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미온적인 건 광역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 우 공보담당관은 “경기도도 만지작만지작 거리면서 정작 나서질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주민 외면 받는 지역신문…“지원 강화해야”
 
물론 독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지역신문의 노력도 필요하다. 이승선 충남대 교수는 “홍보예산 집행 기준을 세워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지역일간지(6.3%)와 지역주간지(0.6%)의 전체이용자 열독률(복수응답)은 전국종합지(38.7%)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기사를 베껴 쓰거나, 서울의 정치뉴스를 크게 다루는 등 전국종합지에 비해 차별화된 지역뉴스가 없거나 부족한 경우도 많다. 논조도 비슷한 경우가 많아 ‘색깔’을 가진 지역신문을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문제는 지역신문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안재 옥천신문 대표는 “기사를 매개로 하는 광고 (압박) 행태는 없어져야 한다”면서도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역신문의 현실이 너무 열악하다보니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민 정책실장은 “지역신문들이 이중고, 삼중고를 겪으면서 경영이 굉장히 어렵다”며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그런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대목이지만, 현실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 지난해 8월31일, 언론노조와 신문통신노조협의회 등은 서울 종로구 문화체육관광부 앞에서 지역신문발전기금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표세호 경남도민일보지부장(사진)은 “지금 상황이 비참하다. 지역신문이 사라지면 지역민주주의도 몰락하고 삶의 질이 후퇴한다는 공감대에서 생긴 입법취지를 망각하지 말라”고 말했다.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지난 2004년 지역신문발전지원 특별법이 6년 한시법으로 제정됐다. “지역신문의 건전한 발전기반을 조성하여 여론의 다원화, 민주주의의 실현 및 지역사회의 균형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는 취지였지만, 지난 정부에서 지역신문은 관심 밖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특별법에 의해 조성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꺼내 쓸 뿐 확충하지 않았고, 지원사업 규모도 덩달아 줄었다. 2010년 특별법의 효력이 연장(2016년)되긴 했지만, 법 자체의 한계를 언급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도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 배재정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들은 ‘자기 인터뷰를 실어주는 매체’로만 지역신문을 생각한다”며 “지역신문의 역할이나 기능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박민 정책실장은 “한쪽에선 홍보예산의 고리를 끊고, 다른 쪽에서는 법이나 조례로 양질의 신문사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정책실장은 “특정 신문이나 보수·진보에 따라 유불리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양질의 신문사는 지원해주고, 그렇지 않은 매체는 과감하게 퇴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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