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폐지운동을 벌여 최근 7만여 명의 서명을 받은 납세자연맹이 민간 연금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를 후원기업으로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납세자연맹은 회원들에게 삼성화재 등 보험사의 보험 홍보메일을 보내주고 받은 광고비 등으로 연간 4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올해 초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이 논란을 빚자, 납세자연맹은 '국민연금 불편한 진실 10가지'라는 글을 발표하며 국민연금 폐지운동에 나섰다. 박 대통령의 공약 수정에 대한 논란을 넘어 논쟁이 국민연금 존폐까지 확산되면서 극심한 혼란을 야기했다. 납세자연맹은 국민연금 논쟁이 벌어졌던 2004년, 2008년에도 폐지운동에 앞장섰다.
 
연수입 40%는 민간 보험사 제휴 등을 통한 간접후원금
 
납세자연맹의 재정 구조는 회원들의 정기후원금을 통해서 운영되는 일반적인 시민단체와는 조금 다르다. 납세자연맹 재정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납세자연맹의 수입은 약 10억 원이다. 이중 회원들이 매월 최대 3만 원을 납부하는 정기후원금 수입은 3억 원이다. 
 
또 성공후원을 포함한 일시후원은 약 2억7000만 원이다. 성공후원은 납세자연맹의 지원을 받아 누락됐던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받는 경우 환급액의 20%를 납세자연맹에 지급하는 후원이다. 예를 들어 70만 원을 환급 받으면 14만 원을 성공후원한다. 이에 대해 납세자연맹은 자발적 후원이라고 밝혔다. 
 
   
▲ 납세자연맹 연간 수입의 40%를 수익사업 등 간접후원이 차지하고 있다.
 
회원들에게 삼성화재 보험 홍보메일 발송
 
전체 수입 중 가장 큰 비중(40%)을 차지하는 건 간접후원이다. 2011년 납세자연맹은 수익사업 등을 통해 약 4억 원의 간접후원금을 얻었다. 현재 납세자연맹의 후원기업은 더케이손해보험, 차&CAR, 롯데카드 등이다. 이중 민간 연금보험을 판매하는 삼성화재 애니카 다이렉트는 최근 후원기업 명단에서 사라졌다.
 
삼성화재 애니카 다이렉트가 후원기업 명단에서는 사라졌지만 관련성이 없어진 건 아니다. 납세자연맹은 지난 1일 회원들에게 '삼성화재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라는 홍보메일을 보냈다. 납세자연맹은 이 메일에서 "납세자연맹은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고 운영되는 순수 NGO"라며 "매우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과한 제휴(보험)상품을 회원님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납세자연맹이 지난 1일 회원들에게 발송한 삼성화재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홍보 메일
 
보험사에 회원의 개인정보 제공 가능
 
또한 납세자연맹은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등의 수익사업도 가능하다. 실제 납세자연맹의 회원가입 약관 등에는 회원의 개인정보를 보험사 등에 제공할 수 있다고 나와있다.
 
회원정보를 제공받는 기업은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 등 생명보험사와 제일화재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보험사의 보험 가입 업무를 대행하는 에이플러스에셋 등의 위탁대행사에도 회원정보가 제공된다. 제공되는 회원정보는 성명,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이메일 주소 등이다. 
 
납세자연맹은 정보제공의 목적에 대해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와 연계한 보험서비스를 위해 보험개발원 보험정보망을 통해 자동차 보험계약 및 사고관련 정보의 조회"라고 설명했다. 또한 회원정보는 "보험상품 등의 안내를 위한 이메일, 전화 및 단문전송 서비스 제공 등 마케팅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재무상담 명목으로 개인정보 수집
 
물론 납세자연맹은 회원의 동의에 따라 회원정보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회원가입시 '회원정보의 제3자 대한 제공'을 꼼꼼하게 읽어보지 않을 경우, 개인정보가 보험회사에 전달돼 홍보 문자, 전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재무설계를 하는 사회적 기업, 에듀머니의 박종호 본부장은 "일반적으로 에이플러스에셋 등 보험 가입 대행사에 개인정보 DB가 넘어가면, 재무상담을 명목으로 민간연금과 같은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가 연락을 한다"고 말했다.
 
현재 납세자연맹은 홈페이지를 통해 자동차보험료 비교견적, 세테크 상담을 안내하고 있다. 세테크 상담에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종합자신관리업체 금융전문가'가 15일 이내에 연락을 하고 방문한다. 이와 함께 납세자연맹은 국민연금 폐지 서명운동을 받을 때에도 주민등록번호 앞자리와 이름, 이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수집했다. 
 
   
▲ 납세자연맹은 지난 2월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화재의 연금저축보험을 홍보했다.
 
"민간연금 판매하는 보험사와 제휴는 적절치 않아"
 
전문가들은 정부 정책을 감시하는 시민단체가 기업과 함께 수익사업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국민연금 폐지 운동 자체가 민간 연금보험 시장을 넓혀 보험사에 이득이 된다고 주장했다.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시민단체가 민간 보험사와 후원 제휴를 맺고, 민간 보험을 홍보해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보험사의 간접후원을 받다가 자칫 잘못하면 민간 보험사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정창수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나라살림연구소 소장)는 "국민연금이 폐지가 되거나 규모가 감소하면 보험시장에서 민간보험 시장이 커진다"며 "민간 보험사 입장에서 국민연금 폐지운동은 아주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미국도 대기업 재단이 납세자단체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부에 대한 견제도 되고, 길게 보면 자본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축소되면 민간보험이 커지게 된다"며 "그러면 소득이 많은 소수만이 노후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되고, 저소득층은 더욱 어려운 노후를 맞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납세자연맹은 정부 지원을 받지 않고 있다"며 "시민단체도 돈이 있어야 운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00만 명의 회원들에게 보험 홍보 메일을 보내고 보험사에게 광고비를 받고 있다"며 "주로 자동차 보험과 관련해서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에 회원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입 약관에 대해선 "보험사에 회원정보를 넘겨 수수료를 받지는 않는다"며 "전체적인 재정을 위해서 그런 문구만 (명시되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납세자연맹은 지난 2월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화재의 연금저축보험을 홍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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