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MBC 총파업 참가 후 업무에서 배제되고 있는 아나운서들이 최근 신입 아나운서 선발과정에서조차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MBC에서는 ‘파업 참가’가 이유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MBC 간판 아나운서로 꼽히는 문지애 아나운서와 손정은 아나운서가 애초 심사위원으로 거론됐지만 결국 배제됐고, 대신 이들보다 연차가 낮은 아나운서들이 심사에 참가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아나운서국 관계자는 27일 “그동안 프로그램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최근 신입 아나운서 선발 과정에 막내급 아나운서들도 심사위원으로 들어갔는데 파업으로 회사에 밉보인 아나운서들은 배제됐다”고 말했다. 
 
다른 아나운서국 관계자도 “평년보다 신입 아나운서를 많이 뽑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걱정이 되는데 파업에 참가한 아나운서들이 배제돼 속상하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가한 MBC 아나운서들은 본업은 물론 아나운서국과 관련된 모든 일에서 배제되고 있다. 이들은 MBC 아나운서국에서 운영하는 공식 웹진 ‘언어운사’도 찾아볼 수 없다. 
 
‘언어운사’에 소개된 아나운서 명단에는 강재형·김경화·김범·김범도·김완태·김상호·김정근·박경추·변창립·신동진·최율미·최현정·허일후 아나운서의 이름이 빠져 있다. 지난해 170일 총파업에 참가한 아나운서들이다. 
 
   
문지애(왼쪽), 손정은 아나운서 ⓒMBC
 
MBC 아나운서 명단에서 제외된 이유는 이들이 파업복귀 이후 자신의 업무와 상관없는 부서로 인사조치된 탓이다. MBC노조 조직부장이었던 김정근 아나운서를 비롯한 김경화·김상호 아나운서는 일명 ‘신천교육대’로 불리는 교육명령을 받았다. 파업참가자들로 구성된 일명 ‘유배지’ 미래전략실에도 김완태·허일후 아나운서가 배치돼 있다. 
 
신동진 아나운서와 최현정 아나운서는 사회공헌실에, 김범도 아나운서와 최율미 아나운서는 용인드라미아개발단, 김범 아나운서는 인천총국에서 일한다. MBC는 노조가 파업에서 복귀하자 참가자들을 교육발령 내거나 업무와 동떨어진 부서로 배치했는데 아나운서들도 이 조치를 피해가지 못했다. 
 
다른 부서에 있지만 ‘아나운서’란 직함까지 없어진 건 아님에도 MBC는 이들을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외한 것이다.  
 
물론 파업에 참가했지만 아나운서국에 돌아간 문지애 아나운서나 손정은 아나운서 등은 웹진 명단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들 역시 별다른 프로그램을 맡지 못하고 있다. 통 얼굴을 볼 수 없었던 문 아나운서의 경우 최근 라디오 <두 시의 데이트>의 퀴즈 코너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MBC 구성원들이 계속된 부당 인사에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오상진 아나운서가 지난 22일 회사에 사표를 던졌다. 오 아나운서는 MBC는 떠나는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판단과 고민으로 결정한 것”이라고만 말했을 뿐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 MBC노조가 공개한 <사라진 MBC의 얼굴> 11명. ⓒMBC노동조합
 

하지만 오 아나운서는 파업복귀 이후에도 프로그램을 맡지 못하자 방송인으로서 전망 등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고민은 다른 아나운서들한테서도 엿보인다.  
 
한 아나운서국 관계자는 “자기가 잘 하는 일이 있는데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 (아나운서 일을)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회사를 떠난 오상진 아나운서에 대해서도 “아나운서로서의 자질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 따뜻한 느낌이 있었다”며 “방송도 잘하고 사람을 아낄 줄도 아는 좋은 친구였는데 MBC가 오상진을 잃었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아나운서국 관계자도 “회사에서 사람을 뽑아서 나름의 전문성을 갖기까지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한데 가장 일을 잘 할 수 있는 쪽으로 업무를 시키기 않고 회사의 경쟁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MBC의 가장 큰 장점은 ‘맨 파워’였는데 지금은 이를 굉장히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새로 부임한 아나운서 국장도 후배들을 빨리 본업으로 데리고 오고픈 마음이 없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임원들이 반대하니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MBC 아나운서들의 현황에 대한 아나운서국의 입장을 듣으려고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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