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흉기’로 전락… ‘장성급 기자’들이 넘쳐난다
사회적 ‘흉기’로 전락… ‘장성급 기자’들이 넘쳐난다
[지역신문을 말하다 ①] 지역의 무법자가 기자들?… 지역신문 위기의 ‘악순환’

#1. 지난해 5월, 전북의 지역신문 A사는 이 지역 금융기관으로부터 700만원의 광고비를 따냈다. 한 금융기관이 구멍을 뚫어 폐기하려던 수표 중 3억원 가량이 외부로 유출되자, A사가 이를 빌미로 광고비를 요구했던 것이다. 해당 금융기관은 이미지 추락을 막기 위해 수표 회수결정을 내렸고, 수천만원을 요구하던 A사에 700만원 상당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그러나 A사에서 내분이 발생하면서 이 사건이 외부로 알려졌고, 결국 A사 대표와 수표를 습득한 기자는 ‘공갈’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지역사회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금융기관을 상대로 사적이익을 취했다는 점에서 형사처벌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2. 경기지역 일간지 B사의 ㄱ기자는 2011년 7월 출입처의 시의회 의원 및 공무원들의 해외연수단에 동행했다. ㄱ기자는 일정 마지막 날, 술에 취한 채 여성 시의원 ㄴ씨의 숙소를 찾아 ‘술 한 잔 하자’고 요구하다가 이를 제지하던 시의원 ㄷ씨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네가 뭔데 기자한테 대드냐’는 것이었다. 이를 말리던 또 다른 시의원 ㄹ씨가 ㄱ기자가 휘두른 손에 맞아 입술이 찢어지기도 했다. ㄱ기자는 평소에도 시의원과 공무원들에게 폭언을 일삼았다. 홍보담당 공무원을 폭행해 공무원노조에서 사과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해당 지자체의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ㄱ기자의) 별명이 ‘밤의 시장’이었다”며 “사과도 안 하고 유야무야 지나갔다”고 말했다.

지역신문의 ‘위기’가 심상치 않다. 일간지와 주간지, 인터넷 등으로 매체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지역신문의 영향력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신문들의 ‘행패’는 도를 넘었다는 평가다.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을 압박해 광고비를 뜯어내고, 정치인이나 기업에서 돈 봉투를 받는 일은 예사다. 지역 공무원들의 인사에 개입하고, 관련 기관들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군기반장’ 노릇을 하는 기자들이 적지 않다는 증언이 쏟아진다.

▷공무원 수백 명에게 청첩장 보내는 ‘장성급’ 기자?= 지난해 12월, 경기도 안산시는 청사 내 브리핑룸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시흥시는 이보다 앞선 2011년 7월 브리핑룸을 폐쇄한 뒤, 올해 초 이를 ‘시민 브리핑룸’으로 개편했다. 인천광역시도 지난해 12월 브리핑룸을 폐쇄했고, 비슷한 시기 전북 익산시도 상시 운영하던 브리핑룸을 폐쇄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밖에도 브리핑룸을 폐쇄했거나 폐쇄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적지 않다. ‘언론탄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공무원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자치단체장이나 공무원들의 사소한 흠결을 찾아 악의적으로 기사를 써서 돈을 뜯어내고, 유관기관이나 산하기관 찾아가서 광고비 달라고 압박하고, 각종 문화행사 티켓도 뜯어낸다. 그런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 이해할 수 없는 비판적 기사가 나와서 ‘왜 이런 기사를 썼을까’ 따져보면 배경이 있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지역신문의 어떤 기자는 6급 이상 공무원 전원에게 자기 딸 결혼한다는 청첩장을 보내더라.” (경기지역 공무원노조 관계자 ㅁ씨)

전국공무원노조 진천군지부는 지난해 7월 낸 성명에서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고 하는데, 왜 유독 이 진리가 기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가?”라며 “공무원에 대한 폭행사건, 광고비 횡령사건, 해마다 반복되는 서적 강매 등 기자들의 횡포는 멈추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미 2002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폐쇄했던 브리핑룸이 다시 문을 열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힌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군) 장성급 기자’, ‘부군수급 기자’라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 ㅁ씨는 “기자들이 상주하면서 아무 때나 공무원들을 불러내고  행정에 개입하려고 한다”며 “브리핑룸이 그 단초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범철 만평작가
 

경기도 지역에 파견된 한 중앙일간지 기자 ㅂ씨는 “공무원들이 설설 기고 피해 다닌다”며 “언론이라는 권력을 이용해서 비정상적으로 돈을 거둬들이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심지어 인사 결과를 먼저 입수해 이를 무기로 공무원들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기자들도 있다는 게 공무원들의 설명이다.

▷지역신문 기자들이 ‘앵벌이’ 나서는 까닭= 일부 지역신문들이 취재기자들에게 월급을 전혀 지급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급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기자가 지자체나 공공기관, 기업 등으로부터 광고나 협찬을 받아오면, 회사가 그 금액의 일부를 리베이트로 지급하는 구조다.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민진영 사무처장은 “(경기지역) 33개의 일간지 중 몇 곳을 빼고 월급이 밀려있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게 하는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자들이 ‘앵벌이’로 나서는 이유다.

1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신문의 경영실태나 재무구조 등에 대해서는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나마 139개 매체를 대상으로 설문 등을 거쳐 심층적·체계적 연구를 수행한 사례로는 지난 2007년 한국언론재단(현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지역신문 경영실태 조사’가 꼽힌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역신문 기자들 중 취재나 편집 외 광고나 판매를 병행하는 경우가 38.8%에 달했다. 지역신문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경남도민일보의 김주완 편집국장은 “직원들에게 최저임금은 줘야 정상적인 회사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신문사가 오히려 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종이 값이나 인쇄비 말고는 (신문제작에) 들어가는 돈이 없으니까 광고만 따오면 망할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지역신문사들은 각 지역에 주재기자를 두면서 지사장(또는 지국장)을 겸임하도록 하고 있다. 기자들과 신문보급 계약을 맺고 부수를 할당하는 것이다. 부수를 다 채우지 못하면 월급을 털어 매월 본사에 신문구독료를 납부해야 하는 등 사실상 ‘노예계약’에 가깝지만, 주재기자 지원자는 넘쳐난다. 식당이나 광고회사 등 다른 직종을 겸업하면서 ‘기자’라는 직함을 이용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 지자체들의 홍보예산 중 상당수도 이들 언론사로 흘러들어간다. 각 지자체는 홍보예산을 언론사별로 ‘배분’하지만,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늘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이에 경기도는 지난해 ‘공익광고 집행기준’을 만들어 △한국ABC협회 가입 언론사 △창간 1년 이상 언론사 및 상시출입 취재 6개월 이상 언론사 등의 기준을 공표했다. 앞서 경기 성남시와 경남 양산시 등도 발행부수나 시정보도 건수 등으로 예산 집행 기준을 세웠다.

지자체들이 매년 집행하는 고시·공고 광고나 계도지 예산(신문구독 예산)도 적지 않다. 지자체가 이를 ‘당근’으로 활용해 언론을 길들인다는 비판도 적지 않지만, 일부 신문사들이 노골적으로 광고나 구독료 등을 요구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경기민언련 민진영 사무처장은 “작년에 지자체별로 신문구독현황 정보공개를 청구했더니 어떤 근거로 신문을 보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며 “원칙을 명확히 세워서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악순환의 고리…뿌리째 흔들리는 지역신문= 언론재단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고료 총액을 기준으로 지역신문사들은 정부·관공서(39.6%)를 가장 중요한 광고주로 꼽았다.

지역 내 중소기업(23.0%)이나 대기업(7.9%)보다 높은 수준이다. 지역신문의 전체 광고수입 중 정부·관공서 광고의 수입 비중도 평균 25.5% 수준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온라인 매체의 광고료나 각종 협찬비, 구독료 등을 포함하면 지역신문사들의 정부·공공기관 의존도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적지 않은 세금이 지원되는 지역신문이 대주주의 ‘대외협력 창구’로 기능하는 경우도 많다.

민진영 사무처장은 “경기지역 주요 신문사의 대부분은 대주주가 건설업체”라며 “(언론사를 가지고 있을 경우) 아무래도 사업을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지적했다.

언론재단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간신문의 13.9%, 주간신문의 5.8%가 ‘모회사가 있다’고 답했다. 모회사는 제조업(63.6%)이나 건설업(9.1%), 운수업(9.1%) 등의 비중이 높았다. 최대주주가 ‘개인’(72.7%)이라고 응답한 신문사들 중 상당수도 지역의 ‘토호세력’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재정적 독립이 요원한 것은 물론, 대주주의 입김에 따라 편집권이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주나 모기업의 경영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는 신문사도 적지 않다.

이처럼 지역신문의 생존기반은 갈수록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역신문의 열독률은 11.8%(2010년)로 전국종합지 59.1%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평균 발행부수는 2004년 9.96만부에서 2008년 8.42만부로 15.4% 감소한 뒤, 이후에도 꾸준히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2009년을 기준으로 지역신문 종사자의 임금이 전국신문 종사자의 55% 수준에 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광고의존도와 이직율도 높은 수준이다.

적지 않은 지역신문들은 수년째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실 기자’를 양산하는 조건들은 신문의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인력 유출과 콘텐츠질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지방 권력을 감시·견제해야 할 지역신문의 위기는 지역 민주주의의 위기와도 만난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은 “한 지역신문 기자는 ‘언론이 사회적 흉기’라고 자조하더라”며 “지역별로 제대로 된 언론이 있어야, 지역 권력기관들도 긴장하고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지역 공무원노조 관계자 ㅁ씨는 “지방자치가 잘 안 되는 책임을 지역신문에만 떠넘기는 건 과도하다”면서도 “지역신문 기자들한테 어느 정도의 인건비만 보장되면 (‘행패’부리는) 기자들이 줄어들고, 눈치 보는 공무원이나 이들을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구태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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