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와 이른바 조중동의 관계가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미묘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를 비롯해 조중동이 박 대통령의 인선, 불통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본연의 역할 회복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으나 그 이면에는 양측의 물밑 신경전 또는 근본적인 상호 불신이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보수세력을 등에 업고 당선된 박 대통령과 이들의 목소리와 논리를 설파해온 조중동이 집권초부터 정권에 날을 세우는 지면의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에서도 “역대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된 대통령이 이렇게 조중동한테 비판을 받은 적이 있었느냐”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동아 연일 날선 비판…조선·중앙도 ‘불통’ ‘독선’ 질타=“있는 건 흠집 많은 인물들뿐이고 없는 건 감동과 박수”, “당선인 혼자 하는 인사”, “막혀  있는 천거의 문”, “구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기분”, “대통령의 불통은 나라의 재앙”. 박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이 같은 혹독한 평가는 야권이나 비판세력에서 나온 말이 아니다. 모두 조중동의 논설위원 또는 정치부장 등이 최근 한 달 새 내놓은 칼럼이나 사설의 한 대목이다.

이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검증과 비판에 나서고 있는 곳은 동아일보이다. 이 신문은 지난달 말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검증 때 여러 건의 단독보도를 내는 등 가장 두각을 띠었다. 조중동 외에 대부분의 언론이 취임전부터 박근혜 정부의 ‘불통’을 비판하고 있지만 최근 한 달간 동아일보의 지면에서 ‘불통’이라는 키워드 또는 이를 주제로 한 기사 칼럼이 넘쳐나고 있다.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심규선 동아 논설위원실장은 박 대통령 취임식인 지난 25일자 칼럼에서 인수위 활동에 대해 “(기자들이) 지금은 몽땅 무시당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의 보안 의식은 뭐든지 철통이다…있는 건 흠집 많은 인물들뿐이고 없는 건 감동과 박수”라고 비판했다. 심 실장은 “(박근혜 정부가 언론을) 평소엔 소 닭 보듯 하다가 필요할 때만 도와 달라고 한다면 그게 가능하겠는가”라며 박 대통령의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불만을 거침없이 토해냈다.

빈도수나 강도 면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조선이나 중앙의 지면도 다르지 않다.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는 지난 22일자 칼럼에서 박 대통령을 들어 “우리는 그의 스타일을 몰랐던 것도 아니었다. 그는 주변에 ‘정확하게’ 말하는 비판자를 두려 하지 않았다. 입속의 혀 같은 굴신의 달인들만 가까이에 모였다”며 “그는 원칙과 소신으로 내세우지만 다른 사람들은 독선과 불통이라고 염려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진작에 그가 안돼도 걱정, 돼도 걱정이라고 하면서 그를 찍었다”고 비판했다. 김진국 중앙일보 논설주간도 지난 8일자 시평에서 “박 당선인에 대해서도 권위주의 정부 시절 ‘퍼스트 레이디’의 경험이 불통의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중앙의 경우 자신이 소유한 종합편성채널 JTBC에 신설한 <표창원의 시사돌직구>에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의 국정원 및 경찰 비판 방송을 내보내기도 했다.

▷박근혜와는 밀월없나=새 정부, 대통령 권력에 대한 이 같은 태도는 언론으로서 당연한 책무에 해당하지만, 지난 이명박 정부 5년간 조중동 지면에서 나타난 정부에 대한 시각과는 사뭇 다르다. 이명박 정부 초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 괴담·선동이라고 몰아붙이는가 하면, 용산참사의 책임을 철거민 또는 외부단체로 돌렸으며, 정연주 전 KBS 사장 불법해임 때 외면하거나 되레 ‘좌파방송 만든 정 사장 사퇴하라’(동아)고 한 조중동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언론대파업 땐 외면하거나 작게 싣는 것이 고작이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당시 조중동과 MBN, 연합뉴스는 각각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을 선정받아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조중동 출신의 중량급 언론인들이 이명박 정부의 실세 역할을 했다. 당시 동아출신 최시중씨는 방통위원장, 이동관씨는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약’했으며, 조선 출신 김효재씨와 신재민씨는 각각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전사역할을 했다. 중앙일보 출신 김두우씨는 청와대 정무를 맡았다.

이 때문에 언론계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의 일면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도 이들 신문 지면의 변화를 두고 다른 요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청와대 홍보라인 인선 때 SBS(이남기 홍보수석), 조선일보(이종원 홍보기획비서관), 중앙일보(김행 대변인) 뿐 아니라 세계·문화일보(윤창중 대변인), 서울신문(전광삼 국정홍보선임행정관) 출신도 포함됐으나 동아일보 출신은 빠졌다. 청와대 대변인에 방통위원장까지 동아일보 출신이었던 지난 정부 때와는  대비가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조중동에 ‘싸늘’?=이 같은 조중동의 날선 비판에 대해 되레 박 대통령은 요지부동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불통’ 등 제왕적 이미지 비판에 본인의 소신을 더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인사에서 조용히 말않고 충성하는 인사만 기용하겠다는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박 대통령은 호들갑 떨고 마치 자신이 큰일 하는 듯 떠들고 허장성세하는 사람을 정말 싫어한다. 지금까지 본인은 적어도 지키지 못할 약속은 본인 입으로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조중동과의 관계가 안좋은 것이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이 지금까지 (언론과) 관계를 유지해온 것을 보면 역대 새누리당 대선 후보 가운데 조중동으로부터 가장 공격을 많이 받았던 분”이라며 “대선 과정에서 나온 기사들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이 조중동을 불신하는 것이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불신 같은 것은 없다”며 “관측은 언론의 몫”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조중동이 박근혜 당시 경선후보에 대해서도 많은 비판을 했다. 전두환에게서 받은 6억 원, 성북동 집,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등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나온 의혹사항을 아예 지상중계했다. 당시 신동아는 최태민 목사와 관계 등 베일에 쌓인 박후보의 사생활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기도 했다. 조선닷컴은 당시 ‘그(녀)가 대통령이 되면 안되는 이유’ 시리즈의 하나로 “가려진 박근혜의 사생활이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며 박 후보의 약점에 대한 호기심어린 의문점을 속속들이 나열하기도 했다.

▷조중동 지면변화 반짝 아닌 본질적으로 이뤄져야=이를 두고 정부와 언론이 밀월과 유착을 이뤘던 과거의 관행을 끊고 진정으로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로 돌아서야 한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한 전직 신문사 간부는 “언론은 정권에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동아일보의 현 편집국장이 신문을 살리고자 비판하는 것일 뿐 다른 목적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평가했다.
이에 반해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 당선자는 “아직 그렇게 판단하기 이르다”며 “워낙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아직 조중동을 비롯해 언론계와 접촉면이 적어서 그렇게 나타나는 것일 뿐  근본이 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네트워크가 복원될 수 있다고 본다. 그들의 네트워크는 필요하면 언제든 작동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느 정권이 정권의 소통로인 매체와 관계를 불편하게 하려 하겠느냐”며 “앞으로 조중동과 불신이 있다면 해소해나갈 것이며, 한겨레·경향 등과도 어떻게 형성해 나갈지 실무선에서 풀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