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논란이 됐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에 대한 개정안이 재추진된다.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26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범위에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가상으로 창작된 아동‧청소년 캐릭터가 등장하는 음란물은 제외하도록 하는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개정안에서는 아동·청소년음란물을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로 규정한 기존의 조항에서 ‘실제 아동‧청소년’이나 ‘실존하는 아동‧청소년을 명백히 연상시키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게임, 만화, 애니메이션 등 실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가상 창작물의 콘텐츠는 법적으로 처벌되는 음란물의 범주에서 제외한다는 취지다. 이는 현행 아청법이 실존하고 있는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자 했던 본 취지에서 벗어나, 표현의 자유를 침범하고 게임과 문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최 의원은 이와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했으나 아동·여성대상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서 의원들 간에 이견으로 법안 통과가 무산된 바 있다. 당시에는 ‘표현물’이라는 부분도 법안에서 제외하려 했으나 이번에는 포함시켰다. 실존아동 혹은 청소년을 토대로 제작된 캐릭터가 등장할 경우 실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간 아청법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제2조 제5항에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 무엇인지 규정하는 문구다. 해당 조항에는 아동청소년음란물의 개념에 대해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또한 아동음란물의 개념에는 ‘표현물, 영상, 화상 등의 형태’라고 정의된 관련법에 따라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 온라인게임물 등도 포함된다.
 

   
온라인 게임 캐릭터들
 

하지만 이 경우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가상의 창작물에 등장하는 캐릭터까지 포함시킴으로써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처벌’, ‘ 피해아동·청소년을 위한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해 마련된 아청법의 입법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아청법의 본 취지는 아동 음란물 촬영에 성노동을 착취당하는 아이들을 보호하고 더 이상 아동 음란물이 생산되지 못하고 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법안의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를 비롯한 범죄자를 대량 양산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실제 아동이 등장하는 음란물과 아동으로 간주될 수 있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표현물이 동등한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포괄적인 아청법의 해석 탓에 음란물이 아닌 일본 애니메이션을 컴퓨터로 내려 받은 여러 네티즌들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는 2011년 9월 아청법 개정 이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다운로드 또는 소지만 하고 있어도 8조 5항에 따라 처벌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아청법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가 없이도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 누군가가 따로 신고를 하지 않아도 경찰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정부 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라 아청법 위반 혐의자가 색출‧처벌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테라’나 ‘블레이드 앤 소울’ 등 다수 온라인게임에는 설정은 성인이나 외형은 아동으로 보이는 캐릭터가 등장하고 있다. 해당 게임물의 캐릭터는 단순 노출 경우에 해당하지만 현행법에 의하면 아청법 위반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아청법의 모호한 기준으로 창작물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우려, 지난해 11월 게임,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문화창작가들이 아청법 2조 5호의 개정을 촉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밖에 온라인에서는 관련 서명운동이 활발히 이뤄지는 등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최 의원은 “지난 해 아청법 논란 이후 토론회와 간담회, 네티즌들과의 직접 소통 등을 통해 아청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적극 수렴해왔다”며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범위에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이 포함되는 것과 관련하여 한편으로는 과도한 범죄자의 양산에 대한 우려와, 또 한편으로는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이는 문화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법을 개정하고, 최대한 창작의 자유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개정안 발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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