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youtu.be/qTpCD2Xvh_s

지구를 대표하여 외계인에게 인간의 음악을 알려 줄 첫 곡은? 바로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F장조의 첫 악장입니다. 1977년 발사된 뒤, 초속 17Km로 태양계 끝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 호에 이 곡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64억Km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보이저 1호가 보내 온 사진의 ‘창백한 푸른 점’,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입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 곳에서 삶을 영위했다.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와 이데올로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찬 아이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기,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참으로 작디작은 우리입니다. 그러나 미지의 문명과 만날 것을 꿈꾸며 광활한 우주를 향해 보이저 호를 쏘아 보낸 위대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보이저 호에 내장된 골든 레코드에는 한국말 “안녕하세요”를 포함 세계 59개 언어로 된 인사말, 지구의 자연과 문화를 알려 줄 115장의 사진, 그리고 지구인의 소리를 들려 줄 27곡의 음악이 들어 있습니다. 이 중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의 1악장이 맨 앞에 수록되어 있으니, 인류를 대표하는 음악인 셈입니다.
 

   
 
 

바흐는 1717년부터 쾨텐 궁정 악장으로 일했는데, 그 때 쓴 협주곡들 중 6곡을 추려서 프로이센 왕가의 음악애호가 브란덴부르크에게 헌정했습니다. 그래서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코렐리에서 비발디를 거쳐 바흐로 이어진 바로크 협주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바흐 관현악곡 중 지금도 가장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경쾌하고 신나는 2번 F장조는 일반적인 바로크 협주곡처럼 3악장으로 돼 있습니다. 보이저 호에 실린 1악장은 바이올린, 레코더, 오보에, 트럼펫 등 4명의 독주자가 즉흥 연주처럼 자유분방한 선율을 노래합니다. 특히 높은 음역의 화려한 트럼펫이 맹활약합니다. 아쉽게도, 트럼펫 파트가 너무 어려워서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는군요.

http://youtu.be/2MtZxQ4m_jQ

이어서 2악장 안단테(느리게)는 D단조의 애수어린 분위기로, 트럼펫이 잠시 쉬는 가운데 레코더, 오보에, 바이올린이 부드러운 선율을 차례로 노래합니다.

http://youtu.be/vLsNzCx1ots

3악장 알레그로 아사이(충분히 빠르게)는 가장 신나는 대목입니다. 트럼펫, 오보에, 레코더, 바이올린이 높은 음역에서 멋진 푸가를 펼쳐 보입니다. 앵콜에서 레코더 연주자가 피콜로 레코더로 악기를 바꿔서 곡예하듯 연주하는 것도 재미있지요? 클라우디오 아바도 지휘, 볼로냐 모차르트 합주단의 연주인데, 역시나 목소리 큰 트럼펫 연주자가 단연 인기군요.   

보이저호는 지구에서 190억 Km쯤 날아갔다고 하네요. 참 멀리도 갔지요. 그런데, 이 거리는 빛이 18시간 날아간 거리와 비슷하다고 합니다. 외계 문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별 중 제일 가까운 게 4만 광년이라니, 우주의 ‘이웃’이 너무 멀군요. 끝을 알 수 없는 광활한 우주, 외계인이 보이저 호를 수거해서 이 곡을 듣게 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합니다. 태평양에 떨어진 바늘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래도 언젠가 외계인이 보이저 호를 찾아내서 바흐의 이 협주곡을 듣고, 지구라는 푸른 별에 꽤 멋진 이웃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근사할까요!
 

보이저 1호와 2호는 1977년 8월 같은 날 발사될 예정이었는데, 1호는 이상이 발견되어 9월로 발사가 연기됐습니다. 2호가 먼저, 1호가 나중이지요. 두 대의 보이저호에 내장된 ‘골든 레코드’에는 지구의 소리 - 화산, 지진, 천둥, 비, 바람, 파도는 물론 귀뚜라미, 개구리, 침팬지, 말, 개, 버스, 기차, 비행기 등등 - 뿐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음악도 들어 있습니다. 아프리카, 인도네시아, 호주의 원시 음악을 비롯, 각 나라의 민속 음악이 들어 있고 클래식 음악으로는 바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 F장조,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제2권 중 ‘전주곡과 푸가’,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파르티타 3번 E장조 중 ‘가보트와 론도’,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의 2막 아리아,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중 1악장, 현악사중주곡 13번 Bb장조 중 ‘카바티나’,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중 ‘제물의 춤’ 등 7곡이 포함됐습니다.

 

<필자 소개>
이 채훈은 문화방송에서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 현대사 다큐, <모차르트>, <정트리오> 등 음악 다큐를 다수 연출했고 지금은 ‘진실의 힘 음악여행’ 등 음악 강연으로 이 시대 마음 아픈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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