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조사했던 다국적 조사단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에서 천안함 불빛을 보고 북한 잠수정이 어뢰를 쐈다거나 잠수정 옆으로 어뢰가 발사됐다는 등 근거가 부족한 분석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나 다국적 조사단의 조사가 너무 무성의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남북간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사건의 객관적이고 신뢰성있는 조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파견된 국제조사단의 조사가 오히려 천안함 조사의 신뢰성만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9일 미국 잠수함 전문가인 안수명 박사(안테크 대표-1994~2005년까지 미국에서 대잠수함전 기술개발 연구수주)가 미국 해군으로부터 확보한 천안함 다국적 조사단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단은 가장 가능성있는 사고원인으로 배밑에서의 어뢰 폭발을 지목했으나 가능성이 낮은 사고원인으로 계류감응기뢰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화약고 폭발(내부폭발)과 좌초 등은 아예 조사대상에서 배제했다.

 

   
천안함 다국적 조사단이 지난 2010년 7월 30일 작성한 브리핑용 보고서 표지. 안수명 박사가 미해군에게서 확보한 보고서 가운데 하나.
 

이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등 5개국 조사단이 조사활동을 마친 뒤 2010년 7월 30일 브리핑용으로 작성했다(ROKS CHEONAN SINKING OVERVIEW BRIEF).

이 보고서의 문제점으로 지목된 내용은 사고당시인 2010년 3월 26일 21시 22분이 되기 직전에 북한의 연어급잠수정(YONO)이 천안함에서 나온 불빛을 본 것으로 추정한 대목이다. 천안함에서 나온 야간불빛을 보고 북 잠수정이 조준해 격추시켰다는 주장은 그동안 국방부 합조단의 보고서 등 국내 조사결과에서는 언급된 적이 없었다.

조사단은 ‘북 잠수정이 그날밤 무엇을 봤나’라는 페이지에서 △천안함의 항해 불빛이 있었으며 △호위함 크기의 배(구축함 불빛)는 약 4km까지 볼 수 있고 △가시거리는 2.5NM(해리)로 이는 어뢰가 발사할 수 있는 가시권(Visually)에 있었다고 분석했다. 조사단은 이어 어뢰가 좌현(port beam)에서 터졌다고 분석했다. 조사단은 이와 관련해 “천안함은 분명히 야간에 시야에서 조준할 수 있는 가시권에 있었다-레이저 거리측정기(분석)”라고도 설명해뒀다.

또한 조사단은 ‘항적추적 어뢰 시뮬레이션’ 페이지에선 북 잠수정에서 발사된 어뢰가 천안함 선저에서 폭발하는 그래픽을 소개했는데, 문제는 어뢰가 잠수정의 옆으로 발사된 것으로 그렸다는 점이다. 통상 잠수함은 기동방향에서 길이방향으로 어뢰를 발사한다는 것이 잠수함 전문가의 분석이다.

 

   
천안함 함미
 

최근 방한한 미국 대잠수함전 전문가 안수명 박사는 19일 오전(한국시각) 미디어오늘과 국제전화에서 “밤 9시에 과연 잠수함이 3~4km 거리의 불빛을 보고 어떻게 정확히 쏜다는 것인지 답할 가치도 없다”며 “더구나 불빛을 봤다면 잠망경으로 봤다는 것인지, 직접 육안으로 봤다는 것인지, 최소한 봤다는 것을 뒷받침할 증거라도 내놓아야 하는데, 그것도 없이 이런 주장을 펴는 것은 너무나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 박사는 “잠수함에서 목표를 타격하기 위해선 위치를 확인한 뒤 보고 치밀하게 계산을 해야 한다”며 “더구나 발사된 어뢰가 천안함 선저에서 정확히 폭발하기 위해서는 해저에 있는 각종 노이즈와 해저 지형에서 나오는 메아리, 조류가 주는 영향 등과, 천안함의 음향을 구분해야하는데 이는 정확도가 제로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천안함 사고 당일 백령도 초소에서 바다 쪽을 바라본 시정 거리는 채 50m도 나오지 않았다고 당시 초병이 증언했다. 사고당시 백령도 서방에서 초소근무(해병대 상병)를 했던 박일석씨는 19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사고가 나기 전까지 초소에선 해무가 끼어서 천안함의 정확한 위치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시정이 안좋았다. 당시 시정은 10m도 잘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법정에서는) 시정거리가 50m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10m 정도밖에 볼 수 없었다”며 “바로 앞인 10m도 잘 안보이는데 어떻게 4km를 볼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북 잠수정의 옆으로 어뢰가 발사됐다는 다국적 조사단의 시뮬레이션 그래픽도 허황된 주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안수명 박사는 “잠수함은 길이 방향으로 발사해야 하는데, 북 잠수정이 옆으로 발사하는 어뢰를 개발했다면, 이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아무도 모르는 획기적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증거없이 주장하고, 설명없이 단정하는 것은 너무나 허황돼 있다”고 비판했다.

   
천안함 그래픽 ⓒ다국적조사단 보고서
 

 

   
천안함 그래픽 ⓒ다국적조사단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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