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족 스프린터’로 유명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선수 ‘오스카 피스토리우스(Oscar Leonard Carl Pistorius)’가 자신의 애인을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법원의 재판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은 세계 육상계에 충격을 안겨 주고 있다.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그가 장애인으로서 다른 선수들과 겨룬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전 세계 스포츠팬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본인은 오인 사격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지금 범행의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알려지고 있는 그의 사생활 모습들이 그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얼마 전에도 암을 이겨낸 세계적 사이클 스타 미국의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이 자신이 수년간 금지약물을 복용한 혐의에 대하여 극구 부인하다가 시인하였는데 이 일도 세계 스포츠계에는 쇼크였다. 더군다나 위 선수들은 자신의 신체적 장애와 불치의 병을 이겨낸 점에서 ‘스타’를 넘어 ‘영웅’으로까지 칭송받고 있었다는 점에서 그를 좋아한 사람들에게 큰 배신감을 안겨 주었다.   

영웅으로까지 불렸던 위 스타들의 추락을 보면서 필자는 ‘스타’와 ‘영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이와 관련하여 우리 스포츠나 연예계의 ‘스타’에 대한 일부 팬들의 태도에 대해 그 동안 가졌던 생각을 한번 피력해 보고 싶었다.

‘스타(Star)’의 사전적 의미는 “대중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이다(출처 : 고려대 한국어대사전, 이하 같음). ‘영웅(Hero, 英雄)’이란 사전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이루어 대중으로부터 열광적으로 사랑받는 사람“ 또는 “사회의 이상적 가치를 실현하거나 그 가치를 대표할 만한 사람,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 대중을 이끌고 세상을 경륜할 만한 인물”을 의미한다.

위 사전적 의미에서 보면 연예 또는 스포츠분야에서 단지 대중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연예인이나 스포츠선수는 ‘스타’이지 ‘영웅’으로 규정짓기는 어렵다. 특히 올림픽 등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여 자신은 물론 국가의 명예를 드높인 스포츠선수라 할지라도 그러한 점만으로 그를 ‘영웅’으로 평가하기에는 어색하다. 그러한 성과만으로 ‘영웅’으로까지 평가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없지 않고 오히려 선수은퇴 이후의 활동과 그 성과의 내용에 따라 영웅으로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많은 팬들과 언론이 올림픽의 영웅으로 불렀던 어느 스포츠스타가 ‘논문 표절자’로 추락하고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 준 사례는 ‘영웅화’의 자제 내지 절제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의족 스프린터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리토리아의 자택에서 여자친구에게 총을 쏴 숨지게 했다. 피스토리우스는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사건 경위는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으나 현지의 한 언론은 피스토리우스가 여자친구를 강도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가 금메달을 차지한 지난해 런던 장애인올림픽 육상 400m에서 출발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물론 개인적으로 어느 ‘스타’를 ‘영웅’으로 여긴다고 해서 이를 잘못이라고 탓할 수 없고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 다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스타’에 대하여 비난하거나 이에 대하여 비판하는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거나 헐뜯는 행태는 온당하지 못하다고 본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재 스포츠분야에서 ‘스타’로 인정받고 있는 스포츠선수 중 피겨의 ‘김연아’와 리듬체조의 ‘손연재’의 일부 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터넷상의 ‘설전‘을 들 수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손연재 선수 관련 뉴스에 대하여 댓글로 손 선수를 비난하는 글을 올리는 누리꾼들의 상당수가 김연아 선수를 좋아하는 팬들로 보여지고 반면에 김연아 선수 관련 뉴스에 대하여 댓글로 김 선수에 대하여 부정적인 글을 올리는 누리꾼 상당수는 이에 맞대응하는 의도에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댓글 중에는 근거없는 악담을 늘어놓거나 지나친 감정적인 내용들이 있어 선수나 그 가족이 본다면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는 것들이 적지 않다.

다른 사례도 들어볼까. 김연아 선수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선수 관련 뉴스에 대한 댓글을 보면 대부분의 내용은 마오 선수를 비난하거나 헐뜯는 것 아니면 그의 성적 내지 기록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것이다. 심지어 그들이 보기에 마오 선수에게 우호적인 뉴스라면 그 뉴스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까지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그러한 댓글의 작성자는 대개 김연아 선수를 열렬히 사랑하는 팬들로 보여 진다.

물론 누구나 ‘스타’를 좋아할 자유도 있고 좋아하지 않을 자유, 아니 싫어할 자유도 있다. ‘스타’라고 해서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이유도 없고 모든 사람들에게 좋아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스타’에 대해서 지나치게 비난하거나 비방하는 것은  ‘자유의 과용(過用)’이고 특히 여러 사람에게 공개되는 인터넷 댓글에 그러한 내용을 올리는 것은 ‘자유의 남용(濫用)’이다.

이러한 자유의 남용 내지 자유의 과용의 원인으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를 비뚤어지게 ‘영웅’시 하는 시각과 태도를 들 수 있다. 자신의 영웅의 명성에 조금이라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뉴스나 다른 사람의 의견은 용납이 안 되고 이른바 ‘라이벌’을 평가절하하는 것을 넘어 비방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도 한 인간으로서 인격적으로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자신의 스타를 영웅시하되 비뚤어진 시각과 태도를 갖고 있는지는 않은지 되돌아 보자. 비뚤어진 영웅주의는 스타에게도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에게도 큰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스타는 ‘성인’도 ‘천사’도 아니다(스타들이 이른바 사회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두고 그를 좋아하는 팬들과 일부 언론은 ‘천사’라고 칭송하지만 사실은 자신을 후원하는 기업체와의 후원 또는 광고계약에 기업체 사회봉사활동에 참여하여야 하는 의무조항을 두고 있어 그에 따라 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가 모 선수의 에이전트로 어느 기업체의 후원을 유치할 때 그러한 조건을 먼저 제시하기도 하였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봉사활동을 폄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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