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북한은 커플 국군 장병들의 발렌타인데이를 망치고 싶어 하는 듯한 절묘한 타이밍으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불놀이인 제3차 핵무기 폭발 실험을 했다. 보편적 평화를 바라는 입장으로나, 군국정권의 벼랑 끝 외교전술에 또다시 정상국가의 꿈이 멀어질 북한 주민들에 대한 연민으로나, 코 앞에 놓인 적대적 병기가 가져다주는 불안에 흔들리는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나, 무척 부정적인 사건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이 사안은, 바람직한 정답은 너무나 뻔한데도 그것에 도달하는 해법은 지뢰밭 미로다. 북한의 핵무기 폐기 또는 최소한 개발 중단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가 추구할 정답이지만, 어떻게 그렇게 만들 것인가. 진지한 정치적 사안을 5초 이상 생각하기 귀찮으신 분들은 거리낌 없이, 핵시설 폭격을 외치신다. 물론 양념으로, 90년대말부터 10년동안 굴려본 ‘햇볕정책’을 비난하고 그것을 추진한 대통령들을 빨갱이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하지만 당장 우리에게 큰 피해가 오는 극단적 무력충돌의 위협은 우선 피하면서 해법을 찾아보면 어떨까 하고 정신을 차리는 순간, 골치 아파진다. 주변을 둘러싼 여러 세력들은 이해관계가 다르고, 개입할 수 있는 폭이 다르고, 무엇보다 북한의 핵개발이 시작된 이후 20여년 동안 별별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북한이 워낙 정상적 거래가 가능한 동네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각 언론사들의 시사만평이 북핵 사태를 소재로 삼아 그 사건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인지 유머의 사설을 풀어냈다. 김정은 정권의 우매함을 조롱하는 접근, 북한 관련 사건사고가 늘 그렇듯 한국사회의 다른 이슈들을 초토화시켜버린다는 비유 등 늘 반복되어 거의 클리셰가 되어버린 내용들이 지배적인 가운데, 2월 12일자 경향신문의 김용민 만평은 살짝 다른 논점을 끄집어냈다. 핵의 심볼, 즉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가 공전하는 모습을 빗대어, 여러 나라들의 공회전을 그린다.

   
경향신문 2월 12일자 <김용민 만평>
 


2차대전 군복을 입은 일본은 이 건을 지렛대 삼아 핵무장을 꿈꾸고, 세계 경찰로서 국제적 지위를 자리 매김하려는 미국은 슈퍼맨 옷을 입고는 더욱 고립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리고 한국은 북한에 제시할 남은 카드가 무엇이 있는지, 개성공단을 걸지 어떨지 골치 아프다. 각자의 소망과 이해관계가 있고, 할 수 있는 행보가 제한되어 있다. 무력개입을 제외한 온갖 시도를 해봤는데도 해결이 보이지 않는 오래된 문제이기에, 상황은 지루하게 반복될 따름이다. 이 모든 소동에서 북한은 그저 요지부동이고 제대로 접근이 되지 않는다.

북한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기지 않은 이 만평에 대한 포털 사이트 댓글들은 약속이라도 했듯이 악플 일색이지만, 시사만평의 역할이 손쉬운 분노나 조롱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웃음 속에서 어떤 절묘한 상황을 꼬집어 성찰을 유도하는 것이라면, 아마 이 사태에 대한 여러 만평 가운데 이보다 적절한 내용을 찾기 힘들 것이다. 갑갑한 문제를 갑갑한 문제라고 직면시켜 주는 것은 입에 쓴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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