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카지노 슬롯머신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랜드가 발주한 ‘신규 머신기기 구매’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입찰에 참여한 것. KT는 IT기업이 할 수 있는 일반적인 사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KT가 카지노 사업에 발을 들이면서까지 비통신분야를 문어발식으로 확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3일 국내 카지노업계 및 KT에 따르면, KT는 이날 오후 마감한 강원랜드 ‘신규 머신기기 구매’ 사업에 제안서를 제출하고 입찰참가신청에 등록했다. 이 사업은 강원랜드가 지난해 증축한 신규 객장에서 사용할 머신 및 잭팟 시스템 400대(릴머신 55대, 비디오머신 345대)에 대한 구매 건이다. 강원랜드가 책정한 비용은 188억 2534만 5000원(부가세 포함)이다. 강원랜드는 입찰공고문에서 3개 이상 업체가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도록 강제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6개 벤더(소형도매업체)와 함께 공동수급체를 구성하면서 ‘전주(錢主)’ 역할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슬롯머신 구매는 ‘국내 사업자가 해외 제조업체에 선금 50% 지급→ 세관에서 특별소비세 28% 및 부가세 10% 납부→ 수입 완료 및 잔금 결제’ 등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중소 벤더들에게 이 선금과 세금은 재정적 부담이다. 국내 카지노업계 한 관계자는 “이쪽 벤더들이 영세하다보니 공동수급체를 만들고, 여기에 대기업이 자금을 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강원랜드는 최종 계약업체에 계약금액의 20%를 선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강원랜드에서 20%를 지급하기로 한 상황에서 몇 개 벤더들이 돈을 모아 나머지 대금을 치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KT가 카지노 사업에 진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 강원랜드 카지노 객장 내 있는 슬롯머신. 강원랜드 누리집 보도자료에서 내려받음.
 

KT가 이 사업에 발을 들인 것은 지난 2005년부터다.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따르면, KT는 조달청 입찰에 참여해 GKL 외국인전용 카지노에 슬롯머신을 납품한 바 있다. 사실상 통신공기업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KT의 사행성 사업 행보를 두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팀장(경제민주화국민본부 사무국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회적 책임이 크고, 사실상 공기업과 다름없는 통신기업 KT가 재벌·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만 답습하고 있다”면서 “사행산업의 폐해로 국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데 KT가 여기에 발을 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안진걸 팀장은 이어 “국민들이 KT가 ‘공공성’ 차원에서 통신사업을 잘 해 요금을 인하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바라고 있고 통신 공공성을 회복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인데 (KT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국민적 기대에 화답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업자인 KT가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전혀 없고, 시스템 개발사업도 네트워크 사업도 아닌 슬롯머신 수입완제품 납품 사업에 의욕을 보이는 것은 떨어진 매출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아무 사업에나 손을 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는 슬롯머신 사업이 일반적인 IT사업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언론홍보팀 박창규 과장은 “KT가 카지노를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이번 사업은 일반적인 IT기기 구매 납품 사업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창규 과장은 이어 “지난번 카지노 CCTV에는 LG CNS가 낙찰을 받았다”면서 “이런 것처럼 IT기업에서 하는 SI사업일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원랜드는 제안서를 제출하고 입찰참여에 등록한 업체들을 대상으로 14일 오전 11시까지 투찰을 마감한다. 강원랜드는 제안서 평가(80점)와 가격평가(20점)를 합산, 고득점자 순으로 협상절차를 통해 낙찰자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강원랜드 이경호 홍보팀장은 “제안서 제출부터 입찰 과정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입찰참여자·제안서 내용 등) 정보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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