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김모씨의 아이디로 오늘의유머 사이트에 올린 글과 똑같은 내용의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뽐뿌에서도 작성했다는 보도 이후 관련 글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일 미디어오늘은 뽐뿌 사이트에서 아이디 '응답없음1997'로 올린 글이 오늘의유머 사이트에서 경찰이 밝힌 김씨의 아이디로 올린 글과 일치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4일 아이디 '응답없음1997'로 올린 글 중 2건의 글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1일 당시 아이디 '응답없음1997'로 검색된 게시글은 총 16건이었는데 4일 오전 현재 검색된 게시글은 14건이다.

삭제된 2건의 글은 지난해 11월 21일 올린 <무기한 파업 이런 것 좀 제발>이라는 글과 지난해 10월 3일 올린 <아...제동님 ㅠㅠ>이라는 글이다. 오늘의유머 사이트에서 올린 글과 뽐뿌 사이트에 올린 글이 같거나 비슷한 내용의 글은 그대로 남아있다.

현재 삭제 조치돼 볼 수 없는 아이디 '응답없음 1997'의 <무기한 파업 이런 것 좀 제발>이라는 게시물은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한다는 택시법이 오늘 국회를 통과했다고 하네요. 버스 회사들은 내일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이미 엄포를 놓은 상태인데..."라며 "어차피 대중교통 이용하는건 서민들인데 그런 서민들을 볼모로 무기한 파업 이런것 좀 안했으면 좋겠네요"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정원 김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디의 글이 사실상 국내 사회 현안인 택시법 내용을 담고 있고 사실상 버스 파업을 비판하는 내용인 셈이다.

   
▲ 4일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제동씨 관련 글이 삭제됐다. 사진은 1일 당시 작성돼 있던 김제동씨 관련 글이다.
 

삭제된 글 중에는 제주도에서 토크콘서트를 하는 김제동씨에 대해 "개인적으로 김제동님 참 좋아하는데 해군기지 관련해서는 도무지 이해가 안되네요"라고 비판하는 내용도 있다.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국정원 김씨의 아이디로 작성된 글 중에는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아이디 '응답없음 1997'로 작성된 글 중 김제동씨를 소재로 해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내용이 삭제된 것이다. 다만, 아이디 '응답없음 1997'로 작성된 글 중 북한과 관련된 내용의 글은 삭제되지 않았다.

   
방송인 김제동
©CBS노컷뉴스
 

국정원은 김씨가 작성한 글에 대해 "대북심리전 일환으로 인터넷상의 종북 활동을 추적, 대응하고 있고 북한 찬양·미화 등 선전선동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삭제된 글은 북한과 전혀 관련이 없고, 국내 정치 현안 내용을 담은 글이다. 국정원이 종북 감시 활동의 일환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게시글은 놔둔채 국정원 업무의 일환으로 설명이 될 수 없는 글들을 삭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도 4일 뽐뿌 사이트에 올린 글은 국정원 직원 김모씨가 지인 A씨의 이름으로 아이디를 만들어 게시한 글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김씨는 쇼핑정보 공유 사이트인 뽐뿌 사이트에서 본인과 A씨 명의의 아이디 2개로 37∼38회 게시글을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측은 "직원인 김씨가 뽐뿌 사이트 올린 게시글에 관해 경찰에 진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삭제 조치된 부분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과정에 있기 때문에 말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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