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미디어오늘에 게재된 김성구 한신대 교수(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장)의 <이정희, 이석기 퇴출 여하가 진보정치 미래의 시금석>이라는 글에 대해 김갑수 작가(정치평론가)가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진보정치를 되살리기 위한 생산적인 논쟁으로 발전될 수 있기를 바라며 반론문의 전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김성구 교수 관련 글 <이정희·이석기 퇴출 여하가 진보정치 미래의 시금석>


가관, 준동, 막무가내, 퇴출 대상, 불신과 혐오, 부정과 비리, 막장정치의 진수, 독선과 패권의 상징, 막장정치의 공식적 중심, 정치적 사망선고, 독선과 권력으로 묵살, 대중에게 반감과 역효과, 곡해와 편견에 의해 지배되는 석화된 당….

위는 김성구 한신대 교수 겸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장의 글 <이정희, 이석기 퇴출 여하가 진보정치 미래의 시금석>에서 추려낸 어휘들이다. 원고지로 불과 10장 남짓 되는 글에 이 정도의 어휘를 사용했으니 글의 타당성 여부에 앞서 김 교수의 심리·정신 상태가 먼저 궁금해지는 수준이다. 대관절 그는 무엇 때문에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전 후보에게 이토록 저주에 가까운 집념을 품고 있는 것인지? 하지만 필자는 김 교수의 말투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그의 주장과 논거들에 대해 논의하기에도 지면이 모자랄 것 같기 때문이다.

김 교수의 글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이라는 전제로 시작된다.

-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대선에 대해 “핵심 지지층 결속과 잠재적 지지층 신뢰 회복이라는 선거 목표를 달성했다”며 “대선 투쟁을 통해 당과 이정희 전 후보가 정치적으로 부활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15일 대선평가 토론회에서도 동일한 맥락의 평가가 기조를 이루었다고 한다. 대선패배는 노무현 유산이 드리워진 민주통합당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마도 통합진보당 외에 어느 누구도 이런 평가에 동감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민주통합당과의 연대와 단일후보에 목매왔던 당이 대선 패배 후에 이런 평가를 한다는 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민주통합당과의 연대가 잘못된 대선 전략이었고, 그 책임은 민주통합당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이 져야하는 것이다. 사실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에 거리를 두고 후보단일화를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통합진보당 후보가 자진해서 단일후보를 위해 사퇴하지 않았던가?(김성구)

위 글은 사실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1월 10일의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는 대선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긍정적 평가를 함께 내놓았는데, 김 교수는 이 중에서 긍정적 평가만을 뽑아서 문제 삼았다. 다음으로 1월 15일의 대선평가토론회에서는 모두 7명의 발언이 있었다. 그 중 다수가 대선 패배의 1차 원인으로 민주통합당의 실책, 2차 원인으로 통합진보당의 잘못도 명백히 지적해 놓았다.

특히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의 경우 “민주당 탓만 해서는 안 된다. 대선 패배에 대한 우리의 몫이 있다. 성찰이 필요하다. 대선에서 운신의 폭이 적었던 부분, 특히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진정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로 보아 김 교수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통합진보당 대선평가 발언록을 제대로 읽어 보지도 않고 비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이런 일은 대체로 미숙하거나 불성실한 학자들에게서 나타난다. 물론 그는 글을 시작하면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이라고 전제하긴 했다. 그런데 ‘언론 보도’라니? 학자가 제시하는 근거의 명칭으로서 모호하고 추상적이다. 이런 것은 학자로서 구체성과 정확성을 중시하지 않는 태도에 기인한다고 본다.

   
▲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통합진보당 의원 및 관계자들이 검찰의 당 부정경선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반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김 교수는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에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이정희 후보가 자진 사퇴한 것이라고 했다. 이것 역시 사실의 왜곡이자 다소 몰염치한 발언으로 들린다. 대선 직전 텔레비전 토론으로 이정희 후보의 인기가 오르자 민주통합당 박영선 공동선대본부장 등은 아예 공개적으로 이정희 후보의 사퇴를 종용한 기록이 엄연히 남아 있다. 물론 비공개적인 사퇴 종용, 특히 “3차 토론은 양자 대결이 되게 해 달라”는 민주통합당 측 요구가 얼마나 거셌을지는 미루어 짐작만 할 따름이다. 경위야 어떻든 국고보조금 ‘먹튀’ 소리까지 들으며 토론과 후보직을 모두 양보한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우선 예의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 교수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통합진보당을 매도하고 있다.

“부정경선의 의혹을 받았던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의 사퇴요구도 막무가내로 끝까지 거부하였다. 주지하다시피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부정 사건은 이미 대선 전에 검찰 수사가 일단락되었다. 검찰은 이 건으로 467명을 기소하였고, 그중 비례대표 후보자 3명도 포함하여 20명을 구속 기소하였다. 그럼에도 이 당은 아무 일도 없던 양 어떤 정치적 책임도 끌어내지 않았고, 결국 이 사안을 그냥 뭉개버렸다. 이 당이 집단적인 곡해와 편견에 의해 지배되고 있는 석화된 당임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던 것이다. 명색이 진보정당이라면서도 부르주아 정당만도 못한 이런 행태에 대해 대중들의 혐오와 분노는 당연한 것이었고, 지난 대선은 대중들의 이와 같은 정서 위에서 치러진 것이었다.... 이정희, 이석기, 김재연의 퇴출은 진보정치의 미래의 시금석이고, 대중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불가결한 조건이다. 이들의 퇴출 없이 진보정치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김성구)

이렇게 김 교수는 너무나 야박하게도 지난여름 통합진보당이 겪었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하지만 그는 피상적인 것만을 조금 알고 있거나 아예 사실 자체를 틀리게 알고 있다. 먼저 김재연 의원의 경우 비례대표 선거 부정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이 맨 먼저 밝혀졌다. 그래서 탈당파들조차 김재연 의원을 문제 삼지 않은 지 오래 되었다.

다음으로 이석기 의원도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았음에도 선거 부정으로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 그리고 김 교수가 언급한 구속된 ‘비례대표 후보자 3명’은 모두 통합진보당을 탈당한 인사들이다. 나머지 구속자는 비당권파가 주도한 진상조사위 위원이었거나 민주노총 관련자로서 모두 당을 떠난 지 오래되었다. 이정희의 당권파와는 무관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처음 7명을 구속했는데 그 중 6명이 비당권파였다. 구속자가 20명으로 늘어난 것은 검찰이 조사 불응자를 포함시켜 당권파에게도 책임이 있는 양 구색을 맞춘 것이다. 검찰은 이들의 유죄 입증에 난항을 겪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입건자들은 주로 법률상 정당한 권리인 묵비권을 행사한 사람들이다.

통합진보당 사태는 컴퓨터 법의학자 김인성 교수의 보고서대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뺑소니 사건’이라는 규정이 가장 실체에 근접한 표현이다. 무엇보다 이정희 전 후보의 경우 관악을 경선 부정 수사에서 ‘혐의 없음’으로 판명되었다. 게다가 그는 보좌관의 실수에 책임을 지고 의원 후보직을 사퇴했지 않은가? 더 이상 이정희에게 무얼 더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무리 양보해서 생각하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김 교수의 주장과 논거에 점철되어 있는 것은 ‘오류’뿐이다. 오류를 범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말하는 사람이 오류인 줄 모르고 범한다. 이 경우는 흔한 말로 ‘무지의 소치’가 된다. 다음으로 오류인 줄 알면서도 오류를 사용할 때 그것은 ‘기만’이 된다. 이제 김 교수는 필자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논박하거나 아니면 위 두 가지 중에서 자기가 무엇에  해당하는지를 고백해 주기 바란다.

필자는 한국에서 진보 연하는 대학교수들의 언론 기고문의 성격을 조사한 적이 있다. 놀랍게도 그들의 글 중에는 수구 보수를 비판하는 글보다 진보를 비판하는 글이 더 많았다. 또한 수구 보수를 비판할 때는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진보를 비판할 때는 함부로 한다. 아니면 편견이나 곡해로 인해 비판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 김갑수 작가
©김갑수 작가 페이스북
 

김 교수 글의 의도가 무엇인지, 왜 그는 통합진보당과 이정희 전 후보에게 근거 없는 악감정을 품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한국에서 진보 연하는 대학교수들은 의외로 많은 사람이 주로 조·중·동에서 정보를 얻는다. 필자는 김 교수의 전공이 국제경제학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게는 정보가 제한된 상태에서 ‘언론 보도’를 자료 삼아 정치 비판을 하는 것이 무모한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이런 글로 언론을 오염시키고 사회 분위기를 황폐하게 만드는 일을 멈춰주었으면 한다.

가뜩이나 통합진보당은 창당 이래 유례가 없는 박해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일부는 통합진보당을 종북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탈당파들이 덧씌워 놓고 간 ‘패권’과 ‘부정’ 이미지는 진보정당으로서의 존립마저 위태롭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유시민의 국민참여계는 8억 원이나 되는 펀드 부채를 떠넘기고 달아났다.

필자는 통합진보당과 무관한 사람이다. 우연한 기회에 그들의 사정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제3자가 보기에도 통합진보당 10만 평당원의 당 재건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의원 6명 가운데 4명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재판에 계류 중이다. 990만 원 재산 신고를 누락한 성남 중원 지역구 김미희 의원은 선거법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았고, 국회 날치기에 항의해 최루탄을 터뜨린 순천 지역구 김선동 의원은 징역 4년 형을 구형받았다. 지난여름 일로 4만 명이나 되는 무고한 당원이 검경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이런 마당에 왜 진보인사들까지 거들어 근거도 없이 통합진보당을 모해하는가? 퇴로가 막힌 쥐가 최후로 선택할 수 있는 일은 고양이를 무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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