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개입 의혹 국정원 직원 11개 아이디 게시물 분석… MB 찬양하고 야당 때리기

국가정보원 불법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수사를 받아온 국정원 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인터넷상 종북 감시 활동이라고 밝혔지만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특정 정당 국회의원을 반대하는 등 자신이 직접 쓴 정치성향의 글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북한 대선 개입을 언급, '북풍'여론을 조장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게시글이 발견돼 국정원 직원 대선개입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직원은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서 '토탈리쿨'이란 ID로 지난 11월 21일 '제 2의 6.25 같은 소리하고 있네'란 제목으로 작성한 게시글에서 "북한이 아주 대놓고 우리나라 대선에 개입하려고 하는 듯하다"며 "우리나라 선거에 개입해서 대체 뭘 얻겠다는 것지..."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20일 김황식 총리가 국무회의 석상에서 "북한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내부갈등을 조장하려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처해야 한다"고 말한 다음날 작성된 것으로 북풍 여론을 일으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될 만 대목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정원 직원이 작성한 오유의 게시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이 발견돼, 해당 국정원 직원이 적극적으로 국내정치 여론에 개입하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일례로 지난 11월 6일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내일부터 5일간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순방한다고 한다. 이번이 자그만치 48번째 해외 순방이라는 데 압도적인 역대 최고...정말 대단한거 같다"는 의견을 남겼다.  지난해 9월 7일에는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이 일본을 제치고 상향 조정됐다는 소식을 전한데 이어 10일에도 "내 신용등급 상승도 아닌데 기분이 좋다"며 "물론 신용등급 올라갔다고 당장에 수출이 늘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뭐가 됐든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라고 썼다.

김씨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게시물 뿐만 아니라 비판을 받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최대한 은폐하기 위한 게시물도 집중적으로 올렸다.

지난해 10월에는 북한군의 '노크 귀순' 사건으로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질 시기였는데 김씨는 사건이 터진지 닷새 후인 10월 15일 "KBS에서 단독입수했다는 북한 군부대 구타 실상 얘들도 귀순할만 하네"라며 KBS 보도를 링크해놓고 "그렇게 선군 선군 하더니 이제 슬슬 망조가 보이는거 같다"고 썼다. 지난 11월 6일에는 <북한군 귀순 이유>라는 제목의 글에서 "치근 북한군이 줄줄이 귀순하는 이유가 식량보급체제가 배급제에서 자급자족으로 바뀌어서라고 하네요"라며 "그러니까 한마디로 배가 고파서, 선군정치는 고사하고 군인들 먹일 식량조차 감당못하는 상황이라는 거죠"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또한 노크 귀순 사건이 터진 10월 10일 약 1시간 사이에 46건의 게시판 찬반 활동을 하면서 노크 귀순 사건 관련 게시물이 베스트 게시판에 오르지 못하도록 한 정황도 발견된다.

특정 야당을 비난하는 게시물도 집중적으로 올렸다. 김씨는 9월 4일 "김영환 고문사건 기억할래나 모르겠다"면서 "국회에서 이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통과됐다고 한다. 재석 의원 186명 가운데 찬성 178표, 반대 4표, 기권 4표로 통과됐다는데 여기서 주목할건 반대 4표다...이래서 국회의원 자격심사가 필요하다는거다"라고 썼다.

통합진보당 대선후보로 나선 이정희 의원이 대선 토론회에서 '남쪽정부'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는 지난해 12월 5일 "어제 토론 보면서 정말 국보법 이상의 법이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며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조차 대한민국을 남쪽 정부라고 표현하는 지경이라니, 우리나라 관용이 넘쳐도 너무 넘친다"고 비꼬았다. 김씨는 6일에도 다른 아이디로 접속해 "대한민국을 남쪽정부라 부르는 사람이 대통령 하겠다고 나서는 판인데 국보법 마저 폐지하면 대한민국이 남아나겠나"라고 비난했다.

   
▲ 국정원 직원 김씨가 올린 게시글 중 일부
 

김씨는 전교조 활동과 관련해서도 "현직 교사가 전교조를 까는 칼럼을 썼네요. 전교조라면 치떨리는"이라고 비난하는 내용의 게시물도 쓴 것으로 파악됐다.

게시물 분석 결과 김씨는 지난해 8월 27일부터 9월 19일 사이 11개 아이디를 만들어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아이디를 돌아가면서 게시글을 쓰면서 마치 다른 사람이 의견을 지지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등 여론 조작을 위해 치밀히 준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까지 언론이 아이디로 검색해 찾은 게시물은 91건이지만 게시물이 삭제된 경우가 많고, 검색 사이트 '구글'에서 김씨의 아이디를 검색하면 원 자료의 소스 흔적도 발견되면서 게시글이 91개 이상일 가능성도 높다.

게시물이 올라온 날짜도 월요일부터 금요일에 집중돼 있고 주말과 공휴일에는 게시물이 없다는 점에서도 김씨의 게시글 활동이 '국정원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김씨의 게시글이 공개되면서 오늘의 유머 게시판에서 또다른 국정원 직원도 활동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아이디 '차익거래'는 오늘의 유머 게시물 중 항상 결론이 이명박 정부의 찬양으로 끝을 맺고 서로 추천을 하면서 베스트 게시물로 올렸던 아이디를 파악했는데 공교롭게도 김씨의 아이디가 포함돼 있었다. 김씨의 것으로 파악된 아이디를 제외하고 나머지 아이디의 사용자가 다른 국정원 직원이 올린 게시물일 가능성이 있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게시글 공개 이후 국정조사 요구 목소리도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가 결성한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진상규명위원회 측은 "국정원법 위반으로 국정원장을 고발하고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청장을 고발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경찰 수사 과정을 보면 전혀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수사 전반을 공개하라는 질의서를 보낼 예정이고 국회 정보위 소속 여야 의원을 면담하는 등 국정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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