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동북아 국가들의 권력재편이 이루어진 첫 해 동북아의 정세 동향이 예사롭지가 않다. 서로 수위를 높여가는 강경한 맞대응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의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는 형국이다.

새롭게 등장한 권력은 원칙을 앞세운 강경한 기조를 전략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권력의 정당성과 통치력의 강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과 이에 따른 제재를 주도해 왔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도 대북 강경책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높여온 만큼 유엔 안보리의 제재 이상으로 독자적 제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다.     

북한도 전례 없이 강경하다. 북핵 위기에도 북한이 존중해왔던 6자회담과 9.19 공동성명의 이행이라는 합의조차도 부정하고, 한반도 비핵화의 종말, 핵억제력을 포함한 자위적인 군사력을 확대하는 물리적 대응 조치 등을 강조하는 강경한 자세는 전례 없는 일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 일본이 잇따라 요격미사일과 정찰위성을 발사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경쟁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적대적 대결의 입장을 과시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적대적 의존 내지는 공생의 악순환 현상으로 인한 동북아의 위기가 우려된다.

미국 국방부가 2010년 ‘탄도미사일방어지침 재검토 보고서’에서 “지엠디는 북한 또는 이란 같은 나라들의 탄도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이번 요격 미사일 실험이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니겠는가. 일본도 북한의 로켓 발사를 빌미로 중국을 염두에 둔 군사력 강화의 의도다.

중국의 요격미사일 실험도 미국의 동아시아 미사일방어체제 구축 움직임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질은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11월 아시아-태평양 중심 전략을 천명한 미국이 2012년 1월 이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내놓은 신국방전략의 핵심은 아태지역이 집중대상 지역이고, 중국이 집중대상 국가임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이번 실험도 중국 견제를 위한 신국방전략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중국의 공세적인 외교정책은 2010년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나타났다. 이 해 6월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훈련 계획이 발표되자 중국은 서해가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는 주장을 처음으로 제기하면서 훈련계획을 강력하게 항의하며 반대했다.

이 해부터 중국은 핵심이익의 개념을 확장하여 “남중국해가 중국의 핵심이익”이라는 주장과 함께 공세적인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에 미국의 이해가 걸려 있다’며 외교적 대립각을 바짝 세우고 중국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였다. 동중국해에 이어 남중국해가 미·중 간의 갈등 지역이 됐다는 뜻이다.

제5세대 지도자로 등장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미·중 관계를 보다 협력적인 관계로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대국관계를 제안했지만, 중국의 ‘핵심이익’ 보호를 신형대국관계의 중요한 요소로 강조한다. “그 어떤 외부적 압력에도 절대 굴복하지 않고” 국가주권과 발전이익을 확실하게 지키는 단호한 외교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젓이다.

미국과 중국이 전 지구적인 도전과 갈등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중국의 핵심이익을 둘러싼 두 나라의 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영토 분쟁 지역, 특히 미국이 개입 의사를 분명히 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은 2015년까지 센카쿠열도 경비를 위한 600명 규모의 전담 방위부대를 만들고, 센카쿠 주변 섬에 전투기 부대를 전진배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한 센카쿠 상공의 주도권 장악 차원에서 매일 공중조기경보기를 띄우고 있는 터다.

중국도 지난 해 일본 전투기가 중국의 해양감시 비행기를 막은 사건을 계기로 지난 해 말부터 실탄이 장착된 중국 전투기 30대를 동중국해 상공으로 발진시켜 순항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중국과 일본 전투기들이 센카쿠 근처 상공에서 서로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1953년 이후 등장한 정전협정체제 이후 동북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지배적인 변수로 작용해 왔다. 미·중 간의 갈등 악화로 인한 동북아의 위기는 곧 한반도의 위기라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중 간 갈등의 악순환을 한국이 그저 방관하거나 이에 덩달아 표류할 처지가 아니다. 어느 누가 미·중 간 갈등의 조정 노력을 기울일 수 있겠는가. 위기의 당사자인 한국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정전협정체제를 평화협정체제로 전환할 동북아 평화체제의 실현을 위한 구상과 전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급박한 과제는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는 북한의 핵실험을 막는 일이다.

북한도 성급하고 위험천만한 핵실험을 자제해야겠지만, 관련 국가들도 북한의 핵실험 중단 촉구나 이에 대한 제재 경고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할 여건과 상황을 조성할 실효성 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어찌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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