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심각한 문제인데요. 주요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 정치학자들은 정치를 일컬어 ‘공적 자원 배분권을 둘러싼 권력투쟁’이라고 정의합니다. 이공계 출신들은 우리나라 공적 자원 배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비이공계 출신의 1/10이나 영향을 미쳤을까요? 여기에 이공계 기피현상의 핵심적인 원인이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이공계 출신들은 정치권력, 관료권력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습니다. 비이공계 상층부가 성골·진골이라면 이공계 상층부는 6두품 이하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겁니다.

2. 공적 자원이라 하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 됩니까?
⇨ 지난해 우리나라 중앙정부 총지출(예산, 기금 포함)은 325조 원이었고, 지자체 예산은 151조 원(기금 제외)이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 285개 공공기관(공기업 포함) 매출액은 264조 원이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것이 대표적인 공적 자원입니다. 물론 공적 자원을 더 넓게 정의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집니다.

3. 이공계 출신들이 정치권력, 관료권력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원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 고급관료를 뽑을 때 일본은 이공계와 비이공계를 절반씩 뽑습니다. 중국의 고급관료들 중에도 이공계 비중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부분 비이공계 중심으로 고급관료를 뽑습니다. 이런 현상이 50년, 60년 지속되면 관료사회의 권력구조가 인도의 카스트제도와 같은 형태로 ‘퇴행’합니다. 중요한 국책사업을 보면 대부분이 이공계 출신들의 손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을 진두지휘하는 사람들은 현장의 ABC도 모르는 비이공계 출신들입니다. 실무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비이공계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대개 무능한 관료들은 부정비리나 저지르고 경력관리나 하고 정치권으로 진출할 꼼수나 찾아 다닙니다.

4. 중국의 경제장관들이 한국의 자동차 공장을 시찰하게 되면, 자동차 신기술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반면 한국의 경제장관들이 중국의 자동차 공장을 시찰하게 되면, 천편일률적으로 매출액, 순이익 등 대학 신입생들이나 하는 초보적인 질문을 한다고 합니다.
⇨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5. 무능하고 부패한 낙하산 관료 출신들 때문에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직원들도 고통이 심했지요?
⇨ 대표적으로 과거 산업기술평가원의 유능한 연구원들이 무능하고 부패한 낙하산 관료 출신들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었습니다. 노사분규도 심했고요. 이 모두가 후진적이고 퇴행적인 고급관료 충원 시스템 때문입니다.

6. 무능한 낙하산 수뇌부를 상관으로 모셔야 하는 유능한 인재들의 고통, 이 고통은 공공기관에서 특히 심할 것 같습니다.
⇨ 산업기술평가원과 같은 경우는 매년 수천 억원에 달하는 소중한 공적 재원의 운명을 결정하기 때문에 투철한 공익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과거에 무능하고 부패한 낙하산 관료 출신들은 자신들의 사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공적 재원의 운명을 결정하려 했습니다. 양심있는 연구원들의 심적 고통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일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다수 공공기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수원 매산초등학교 과학실에서 열린 2012년 고등학생 과학실험탐구토론대회에서 수원지역 한 고등학생이 소금물을 증발시켜 순수한 소금을 얻어내는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7. 우리 사회에서 이공계 홀대현상이 심해지다 보니 이공계 출신들은 자신들을 6두품이나 노예와 같다며 자조하기도 합니다.
⇨ 우리 사회의 이공계정책은 충분히 후진적이고 퇴행적입니다. 정치학자들은 정치·사회발전의 주요 요소로 ‘가치의 분화’에 주목합니다. 과거에는 공부를 잘할 경우에만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지만, 사회가 발전하면 공부 외에 다른 능력으로도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이런 현상을 ‘가치의 분화’라 합니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집중된 사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때 가치의 분화는 성장 외에 복지, 환경 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거시적인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어쨌든 가치가 분화되는 사회가 발전되어 가는 사회입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발전의 중요한 축인 이공계가 청소년들이 추구할만한 가치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명백한 ‘퇴행’입니다.

8. 비이공계 출신들은 국가를 운영하려면 이공계 지식보다 비이공계 지식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항변할 법 합니다.
⇨ 표피적인 생각입니다. 현대 경제학에서 매우 중요시하는 것이 ‘직장 내 기술전수·노하우 전수’입니다. ‘지식·기술·노하우의 확장성’이 선진국 경제성장의 핵심 요소입니다. 그런데 ‘지식·기술·노하우’의 확장성에서 비이공계는 이공계에 비해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비이공계 지식은 전문성이 낮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이공계 출신들이 언제라도 보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공계 지식은 전문성이 높아서 나중에 비이공계 출신들이 보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경쟁력이 매우 낮게 평가되는 것도 ‘지식·기술·노하우의 확장성’이 낮은 비이공계 출신들이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현장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은 대개 어두운 곳에서 정치에 몰두하기 마련입니다.

9. 박근혜 당선인의 경제정책 모토가 ‘창조경제’인데요. 이것을 구체화할 조직으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부처는 어떤 조직입니까?
⇨ 미래창조과학부는 노무현 정부 때의 과학기술부 업무와 정보통신부 업무 외에 현행 조직인 교육과학기술부의 산학협력 업무와 지식경제부의 신성장동력 발굴·기획 업무 등을 포괄한다고 합니다. 또 MB정부 하에서 교과부와 지경부로 나뉘어져 있었던 R&D(연구개발) 업무가 미래창조과학부 안에서 통합된다고 합니다. MB정부 하에서는 R&D 주기 중에서 '기초 R&D'는 교과부가 관장하고, ‘응용 R&D’, ‘개발R&D’는 지경부가 관장해서 시너지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10. 미래창조과학부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며 우려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미래창조과학부의 업무영역 확대는 역기능보다 더 큰 순기능을 가져올 겁니다. 기획재정부와 같이 342조 원의 중앙정부 재정을 주무르는 조직이 금융 등등 다른 영역까지 탐을 낸다면 충분히 우려할 만합니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의 규모가 약간 크다고 해서 역기능이 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미래창조과학부가 중소기업의 R&D를,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에서 집중적으로 지원할 경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박 당선인의 상당히 진전된 인식의 결과물입니다. 사실 과거 정부들은 중소기업의 R&D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11. 기초 R&D, 응용 R&D, 개발R&D를 한 부처가 관장하면 지나치게 기업논리에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 MB정부와 같이 기초 R&D를 교과부가 관장하게 하고, 응용 R&D, 개발R&D를 지경부가 관장하게 하는 분리전략보다는 나을 것입니다. 기초R&D를 응용 R&D, 개발R&D와 분리한다고 해서 그 중요도가 커지는 것이 아닙니다. 또 우리나라 기초 R&D 비중은 미국 등에 비해서는 다소 낮지만, 선진국 평균에 비해서 낮은 편이 아닙니다.     

12. 상당수 대학 교수들은 산학협력이라는 미명 하에 대기업들이 대학을 장악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 대학들이 중소기업과 산학협력을 하는 데 무관심하고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에 그 빈틈을 대기업이 노리고 들어가는 겁니다. 핀란드와 싱가포르, 일본의 성공사례를 참고하여 제대로 된 대학개혁을 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국가경쟁력 평가기관인 IMD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경제사회 요구부합도는 58개국 중에 46위에 불과했습니다. 창피한 성적입니다. 그런데도 대다수 대학 교수들은 남들에게는 엄청나게 개혁하라고 요구하면서 자신들은 개혁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13. 박근혜 당선인은 중소기업의 고통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래창조과학부가 중소기업에 많은 도움이 될까요?
⇨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R&D 연구자들에 따르면 국가가 중소기업 R&D를 지원할 때의 효율성이 대기업 R&D를 지원할 때 효율성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중소기업 R&D를 챙기면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무작정 국가의 R&D 지원규모만 대폭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알아 두어야 합니다. 우리나라 R&D의 문제는 지원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내실’의 문제이고 ‘투명성’의 문제이며, ‘대기업 편중성’의 문제입니다.

14. 우리나라 정부의 R&D 지원규모는 어느 정도 됩니까?
⇨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예산 비율은 1.02%(2010)로 OECD 31개 회원국 중에서 4번째로 높습니다. 1.02%는 0.72%인 OECD 평균보다 1.4배 높은 수치입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정부예산 비율이 OECD 회원국들 중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정부의 R&D예산 비율이 최상위권이라는 것은 R&D 문제가 결코 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지금도 정부의 R&D예산 규모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문제는 그 혜택이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게 많이 돌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림] 주요국 GDP 대비 R&D예산 비율(단위 :%)
(자료) : OECD (그리스는 2008년, 나머지는 2010년 기준 통계)      

15. 정부의 R&D지원정책의 혜택이 중소기업에 충분히 돌아가지 못한다는 근거가 있나요?
⇨ 2011년 정부 통계를 보면 정부의 R&D 투자비는 모두 14조 8528억 원이었고, 이중 12.4%인 1조 8469억 원을 중소기업이 집행했습니다. 나머지를 보면 국공립연구소와 출연연구소가 43.3%, 대학이 25.4%를 집행했고, 대기업과 정부부처 등이 각각 9.3%와 9.5%를 집행했습니다. 문제는 국공립연구소와 출연연구소 그리고 대학과 정부 부처에 대한 R&D 투자가 중소기업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16. 정부의 R&D 투자가 대기업에 집중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합니까?
⇨ R&D 연구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대기업에 대한 R&D 지원을 늘릴 경우 대기업 자체 R&D 투자비를 줄이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 정부가 나서서 투자를 늘릴 경우 오히려 민간 부문 투자가 줄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는 현상)’가 발생합니다.

17. 박근혜 당선인이 중소기업 R&D 비중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 새 정부는 우선 먼저 R&D 전반에 대한 철저한 실사조사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R&D예산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지, 또 중소기업에 대한 R&D 지원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절한 정책대안을 만들어야 합니다. 특히 국공립연구소와 출연연구소, 그리고 대학의 R&D가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지 그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18. 역대 정부는 R&D예산을 어느 정도로 늘렸나요?
⇨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간 물가요인을 제거하지 않은 국내총생산, 즉 경상GDP는 90% 증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정부의 R&D예산은 250%나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정부 예산 순위는 OECD 최하위권인데 R&D 예산 순위는 취상위권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R&D 예산 규모 확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실화’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 R&D 분야가 전문성이 높다는 이유로 국회나 시민사회 등 외부로부터 민주주의적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대안은 없나요?
⇨ 우리나라처럼 후진적인 연고주의가 지배하는 나라에서는 전문가들로 하여금 전문가를 감시, 통제하라고 하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비전문가들을 전문가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나 평가 과정에 참여시켜 이들이 편협한 독선이나 조직이기주의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들처럼 정부 예산지원을 받는 과학기술조직과 보건의료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이나 평가 과정에 비전문가들을 다수 참여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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